일시: 2006년 4월 8일, 공연 전
장소: 롤링홀
질문 및 정리: 장육, 최민우
통역: 김신재
사진: 차우진

 

처음으로 한국 공연을 가진 일본의 인스트루먼틀/포스트 록 밴드 모노(Mono)와의 인터뷰는 그들의 내한 공연이 시작되기 2시간 전에 밴드 대기실에서 진행되었다. 질문에 주로 답변을 했던 밴드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 타카아키라 “타카” 고토(Takaakira “Taka” Goto)와 달리 나머지 3명의 멤버들인 여성 베이시스트 타마키(Tamaki), 기타리스트 요다(Yoda), 드러머 야스노리 타카다(Yasunori Takada)는 거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어쩌면 사운드만으로 자신들의 감정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인스트루먼틀 록 밴드에게서 친절하고 소상한 답변을 바란다는 자체가 무리일 것이다. 그러나 짧은 인터뷰 시간에도 불구하고 모노의 멤버들은 팬들을 의식한 겉치레 말보다는 자신들의 음악에 대해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그리고 인터뷰에 이어 관람했던 이들의 공연은 실로 충격적이리만치 압도적이었다. 본 인터뷰의 내용은 음악을 직접 듣는 것보다는 못하겠지만 이들을 이해하는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주선해준 파스텔 뮤직 관계자들과 다소 까다로운 질문과 답변을 쉽게 통역해준 김신재씨에게도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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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iv]: 한국에는 모노에 대한 공식적인 정보가 없다. 그래서 기본적인 질문부터 하겠다.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밴드를 결성했는지와 같은…
Taka: 10년 된 친구인 요다(Yoda)와 함께 1999년부터 인스트루먼틀 밴드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가장 먼저 드러머를 모집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야스노리(Yasunori)를 만나게 되었고 요다의 친구인 타마키(Tamaki)까지 가세하여 밴드를 결성하게 되었다. 단기간에 뜻이 맞는 멤버들이 모일 수 있어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활동은 2000년 1월부터 시작했다.

[weiv]: 그렇다면 멤버들 모두 모노 활동 이전에 음악을 하고 있었는가?
Tamaki: 각자 밴드 활동을 하고 있었다.

[weiv]: 각자 하고 있던 음악 스타일도 모노와 유사한 것이었나?
Tamaki: 전혀 다른 음악이었다. 저 같은 경우는 보컬이 있는 평범한 음악이었다.

[weiv]: 실험적인 인스트루먼틀 록에 관심을 가지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베토벤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점이 특이한데, 그와도 연관이 있는 것인가?
Taka: 2000년 경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 같은 음악을 듣고 보컬이 없는 음악도 괜찮겠다는 단순한 동기로 시작했다. 각자 보컬이 있는 음악을 해왔지만 이런 음악으로는 전하고자 하는 바를 쉽게 전달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좀더 영화적이고 임팩트(impact)가 강한 음악을 하고 싶어 인스트루먼틀 음악을 선택하게 되었다. 2001년부터 2002년까지는 미국과 유럽에서 활동을 했는데 동료도 없고 조금 힘들게 활동을 했다. 어떻게 하면 전세계에 우리 음악을 더 널리 알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차에 2003년부터 팬들도 생기고 차츰 밴드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베토벤에 관심을 가진 것은 이 무렵인데, 슬픔이나 기쁨 등 인간의 감정을 이런 식으로도 전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큰 감동을 받았다. 그 무렵부터는 록 음악을 거의 듣지 않고 클래식 음악을 주로 듣게 되었다.

[weiv]: 그렇다면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로부터의 영향은 어떤 것인가?
Taka: 베토벤을 통해서는 인생의 슬픔 같은 것을 느꼈고 엔니오 모리꼬네로부터는 삶의 환희, 축복 등의 감정을 느꼈다. 음악보다는 감정적인 영향이었다.

[weiv]: 신작 [You Are There]는 전작의 프로듀싱과 엔지니어링을 담당했던 스티브 알비니(Steve Albini)가 엔지니어링만 담당하고 프로듀싱을 밴드 스스로가 맡은 것으로 알고 있다. 밴드 스스로 목표로 삼았던 사운드가 있었다면?
Taka: 스티브 알비니와는 전작인 [Walking Cloud and Deep Red Sky, Flag Fluttered and the Sun Shined](2004)를 통해 처음 만났다. 그 전까지는 모노와 스티브 알비니가 만나 어떤 음악이 나올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 스티브는 ‘자신의 몫은 1%뿐이고 나머지 99%는 밴드의 몫이다’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서로 잘 몰랐지만 그와의 작업은 정말 잘 진행되었고, 그가 말한 우리의 99%가 훨씬 더 끌어올려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는 서로에 대해 잘 알게 되었고 서로에게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이번 앨범 작업도 잘 협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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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iv]: 스티브 알비니가 1%의 역할만 하더라도 우리가 알기로는 완벽주의자처럼 일할 것 같다. 실제로는 어떠한가?
Taka: 우리는 앨범 작업을 할 때 순간적인 감정을 담기 위해 라이브 연주를 그대로 녹음한다. 스티브는 일일이 지적하고 조정하기보다는 밴드의 연주를 그대로 살리는 방식으로 작업하는데, 이를테면 연주를 못하는 밴드라도 그대로 잡아주고 잘 하는 밴드는 더 끌어올려주는 식이다. 이런 방식이 우리와 잘 맞았고 그도 모노와의 작업에 만족스러워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 아주 기뻤다.

[weiv]: 이번 앨범도 훌륭하지만 월즈 엔드 걸프렌드(World’s End Girlfriend)라는 밴드와 함께 작업한 합동앨범 [Palmless Prayer / Mass Murder Refrain]도 아주 독특했다. 그 앨범을 만들었던 계기와 표현하고 싶었던 것에 대해서도 설명을 부탁한다.
Taka: 월즈 엔드 걸프렌드와는 서로 이름은 알고 있었는데, 2003년에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되었다. 나치의 홀로코스트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인간이 어떻게 이런 폭력에 대해 사과를 하고 어떻게 이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가를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공유하게 되었다. 가치관이 같았기 때문에 이루어질 수 있었던 작업이었다.

[weiv]: 모노의 음악에서는 트윈 기타 연주가 압권이다. 트레몰로 주법을 자주 활용하는데, 그런 연주를 통해 표현하고 싶은 효과나 감정 같은 것이 있다면?
Taka: 클래식 음악으로 말하자면 모노는 쿼텟 악단 형태이다. 심포니 음악의 현악 연주 같은 소리를 내기 위해 트레몰로를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

[weiv]: 한국의 록 마니아들은 모노는 물론이고 보어덤스(Boredoms), 멜트 바나나(Melt Banana), 고스트(Ghost), 진리슈프림(Xinlisupreme) 등의 일본 노이즈 록 밴드들에 관심이 많다. 실제로 이들은 모두 국제적인 지명도를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는가?
Taka: 일본의 노이즈 록 밴드들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것은 어떤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듯한 음악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일본의 작은 노이즈 록 씬에 머물거나 노이즈 실험의 틀에 갇히고 싶지 않다. 노이즈를 넘어선 어떤 심상을 전하고 싶다.

[weiv]: 이웃 나라인 한국에서 보는 일본의 인디 음악 씬은 수준 높은 밴드들이 많고 팬층도 두터운 것처럼 보인다. 최근 씬의 상황에 대해 말해 달라.
Taka: 보어덤스를 존경한다. 나머지 밴드들은 취미로 보일 뿐이다. 일본에 한정되어 활동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진 듯 하다. 보어덤스를 제외하면 전세계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밴드는 많지 않고 수준도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weiv]: 예전에 밴드 웹사이트에서 “세계 곳곳을 떠돌며 만났던 사람들로부터 음악적인 영감을 받는다”는 표현을 본 적이 있다. 어떤 곳이 특히 기억에 남는가? 그리고 한국은 어떠한가?
Taka: 2003년 스웨덴 공연에서 관중들이 ‘Mono! Mono!’를 열광적으로 외치던 모습에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한국에 대해서는 어제 입국해서 아직 많은 것을 느끼지는 못했다. 사실 한국에 대한 인상은 (주로 언론보도를 통해 접한) 반일감정과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실제로 와보니 이미지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 금방이라도 전쟁을 벌일 것 같은 미국에도 평화로운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 한국에서도 친절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리고 우리가 추구하는 음악이 언어와 국적 등의 장벽을 뛰어넘는 것이기 때문에 이곳에서도 우리 음악이 통한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았고 일본에 돌아가면 여기서 느꼈던 점들을 웹사이트에 밝힐 생각이다.

[weiv]: 한국 대중음악, 특히 인디 음악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만약 들어보았다면 어떤 밴드의 음악을 들어 보았는지?
Taka: 솔직히 보아 말고는 한국 음악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들어보고 싶다.

[weiv]: 이제 곧 공연인데, 공연을 보러 온 록 팬들에게 인사 한 말씀을… (웃음)
Taka: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 다시 오고 싶다.
Yasunori: 초청해준 파스텔 뮤직과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20060501 | 장육 jyook@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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