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ne – World Asian – Ninth Sound Records/Primitive Records, 2006 소통을 위한 노력과 신뢰감 2006년 5월초 [하이 서울 록 페스티벌]과 [재외 한국인 콘서트]에 출연한 바 있는 나인(Nine)은 기타/보컬리스트 타케나리 시바타(Takenari Shibata), 베이시스트 유지(Yuji), 드러머 진(Jin)으로 구성된 3인조 록 밴드이다. 2004년 7월에 결성된 이 인디 밴드는 일본의 동경 시부야를 근거지로 삼아 백 밴드 활동 및 클럽 공연, 거리 공연 등을 펼치며 활동했으며, 2005년 초에 한국을 방문해 홍대 주변 클럽에서 몇 차례 공연을 펼친 바 있다. 나인은 아직 정규 앨범을 발표한 그룹은 아니며, 데모 앨범과 샘플 CD라고 이름 붙인 [Winding Road], 4곡이 녹음된 [Mellow]를 자가 제작으로 발표했다. 그리고 6곡이 담긴 본작 [World Asian]은 한국 공연에 오기 직전인 2006년 4월에 완성된 레코드이다. 먼저 이들의 장점은 멜로디이다. 일본에서는 이들의 음악이 헤비 팝(heavy pop)으로 불린다고 하는데, 그만큼 이들의 음악은 예쁜 멜로디를 가지고 있으며, 적어도 듣는 이의 귀를 끌어당기는 확실한 요소이다. 나인의 음악은 1990년대 중반 미국 주류 얼터너티브 록과 인디 록, 일본 특유의 록 정서가 결합된 음악이라고 할 만한데, 주류 음악의 호방함과 인디 록에서 느껴지는 낯설음의 매력, 일본 록(J-rock)의 아기자기한 맛이 멜로디에 녹아있다. 이 CD의 백미는 “The Meaning”과 “Innocence”라고 할 수 있는데, 전자가 미국 주류 음악과 J-rock의 느낌이 혼합되어 있다면, 후자에서는 인디 록의 느낌이 난다. 최근의 댄스 풍 모던 록을 싫어하는 1990년대 얼터너티브 사운드에 애착을 가진 청자라면, 아마도 이들의 음악이 나쁘게 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The Meaning”은 입체감을 살려서 재녹음한다면 아주 멋진 곡이 될 것 같다. 버스 부분에서 보컬 멜로디와 약간의 불협을 일으키는 기타 연주, 탁 터지는 맛이 살아있는 코러스, 층화된(layered) 느낌이 드는 솔로 연주 등 이 곡은 이들의 대표곡이 되기에 손색이 없다. 특이한 점은 이 곡을 한국어로 불렀다는 사실이다. 전작 [Mellow]에서는 일본어 가창이었는데, 이번에는 한국어 가창이다. 이는 “일본과 한국의 문화적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는 밴드의 노력과 신념의 산물인데, 발음이 부정확해서 거의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이들의 성실함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발음 문제는 정식 앨범에서는 해결될 것이라 믿는다. “Innocence”는 시종일관 감성적이고 진지한 분위기로 일관하는 슬로우 록이다. 여백을 머금은 메인 기타 리프와 코러스의 멜로디에는 그야말로 날이 서있다. 솔로 연주에서 펼쳐지는 ‘소리의 장막’은 라이브를 들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음반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지만 라이브 연주에서 느껴지는 신뢰감은 이들 음악이 지닌 또 하나의 미덕이다. 이들의 연주는 확실히 정성들여 연주한다는 느낌이 난다. “World Affection”과 “Skywalker”는 이모코어, 펑크 곡인데 위 두 곡에서의 다채로운 맛이 나지 않아 아쉬운 트랙들이다. 다시 “The Meaning”에서 한국어 가창과 관련해, 외국 가수가 상대국의 언어로 노래하는 것이 새로운 사례는 아니다. 이미 아시아에서는 대표적인 현지화 전략의 하나이다. 그러나 나인의 경우는 일반적인 현지화 전략과는 좀 다르다. 현지화 전략이 발표되는 국가의 언어 한가지로 각 곡들이 버전별로 특화되는 것이라면, 나인은 한 곡에서 여러 언어를 구사한다. “End of Sorrow”는 영어와 일본어 가사가 반반이다. 밴드는 앞으로 한국어, 영어, 일본어가 한 곡에서 모두 나올 수도 있다고 한다. 앨범명인 [World Asian]처럼 국제적 수준에서의 소통을 의도하고 있다. 아시아 전반의 소통을 위해서는 한곡에 수십의 언어를 동시에 담아야하겠지만 이것은 이상적인 얘기일 뿐이고, 어쨌든 소통의 영역이 넓어져간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밴드는 음악 준비만큼이나 외국어 공부에 열중해야하는 부담이 있지만 말이다. 여러 언어권의 관객들이 모여 같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꽤 멋질 것이다. 이런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20060630 | 송창훈 delit81@yahoo.co.kr 7/10 수록곡 1. World Affection 2. Skywalker 3. End of Sorrow 4. Neon 5. The Meaning (For Korea) 6. Innocence (Live Version) 관련 글 재외 한국인 음악가들 모국에 돌아오다(Korean Diaspora Coming Home) – vol.8/no.8 [20060416] 뉴스 https://www.weiv.co.kr/news_view.html?code=news&num=2696 관련 사이트 나인 홈페이지 http://www.nine-offici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