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Wegun – Wheels of Steel (EP) – Tyle Music, 2006 국내산 턴테이블 힙합의 작은 암시 DJ 웨건(DJ Wegun)은 한국에서 몇 안 되는 턴테이블리스트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자신의 음악 세계를 독자적으로 선보일 실력과 여력이 충만한 또 한 명의 디제이다. 그리고 DJ Wreckx, DJ Soulscape, Unknown DJs, 가리온의 전멤버 JU, DJ Son, DJ NEGA, Bust This 정도가 지금까지 적정 수준의 결과물을 내놓은 국내 턴테이블리스트란 점을 감안한다면, DJ 웨건의 첫 EP [Wheels of steel](2006)은 한국의 비주류 장르 중에서도 가장 비주류 영역의 최전방에 당당한 자태로 발을 내딛은 앨범이라 할 만하다. ‘휠스 오브 스틸(wheels of steel)’은 우리말로 ‘철로 만든 바퀴’, 즉 LP 레코드플레이어 혹은 턴테이블을 뜻한다. 중요한 건, 이 앨범 타이틀이 상징하는 의미와 의지가 결코 생경스럽지 않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비록 EP 음반이며 턴테이블리즘 본위의 제 맛이 깊게 밴 트랙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 건 아니지만, 테크닉 지상주의를 넘어 누구나 지루하지 않게 받아들일 만한 음반이 바로 [Wheels of steel]이란 점은 의심할 여지없이 이 젊은 뮤지션의 첫 레코딩이 갖는 미덕이다. 각종 샘플들을 ‘자르고 붙이는(cut & paste)’ 기예와 ‘긁기(scratching)’ 주법은, 올드스쿨의 향내가 물씬 풍기는 비트 위로 재치 있게 펼쳐진다. 총 6곡의 수록곡 중 절반의 보컬 트랙에는 웨건이 속한 랩그룹 수퍼래핀 피제이(Superrappin’ PJ)의 두 MC들과 개화산의 라마(RAMA)가 참여했다. 세 곡 모두 비교적 탁한 공간감과 조악한 질감을 의도적으로 드러내는 훵키 트랙인데, 특히 수퍼래핀 피제이의 비바나인(vivanine)과 에스디(SD)의 수수하고 들떠있는 래핑 스타일은 웨건의 경쾌한 커팅 감각과 적당히 어울린다. 허나 이 작은 음반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단연 5번 트랙 “Funky Chop”과 6번 “Looking For The Perfect Skratch”다. 그 중 “Funky Chop”은 앨범을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곡인데, CD에 첨부된 영상을 통해 ‘보이는’ 웨건의 연주는 턴테이블 음악이 어떤 방식으로 청자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 수 있는지 시각적으로 잘 설명해준다. 턴테이블 두 대와 믹서, MPC 샘플러 등이 놓인 데스크 앞에서 크로스 페이더를 좌우로 움직이며 초핑(chopping : 레코드판 표면으로부터 손을 떼지 않고 스크래칭하는 기술)하여 하나의 곡을 완성해내는 장면은, 이 곡의 제목이 “Funky Chop”인 이유와 더불어 ‘스크래치 디제잉’의 음향적 매력을 대중에게 쉽게 이해시킬 듯 보인다. 음반 속지의 감사란에 ‘존경의 대상’으로서 유일하게 표기된 뮤지션의 이름은 바로 디제잉계의 거물 DJ 큐-버트(DJ Q-Bert)다. 물론 짧디 짧은 한국 힙합의 역사를 잘 알고서도 국내 턴테이블리즘 분야의 열악한 상황을 한탄할 필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아쉽긴 하다. 일각의 리스너들에게 [Return of the DJ] 시리즈나 엑세큐셔너스(X-Ecutioners), 키드 코알라(Kid Koala) 등의 해외 음반들이 전해주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한국 음악은 여전히 고픈 상태다. 그런 점에서 두둑한 자신감이 느껴지는 DJ 웨건의 이번 행보에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 보다 멋진 작품으로 그 갈증을 해소해주길 기대해본다. 20060627 | 김영진 young_gean@hotmail.com 6/10 수록곡 1. Wheels of steel 2. 거리의 악사 (of Superrappin’ PJ) 3. sp = mc²+dj (of Superrappin’ PJ) 4. I’ll Try (feat. Rama) 5. Funky Chop (feat. Minos & RHYME-A- ) 6. Looking For The Perfect Skratch (feat. DJ Silent & DJ Hood) [Video Clip] 1. rock the funky (of Superrappin’ PJ) 2. 거리의 악사 (of Superrappin’ PJ) 3. Funky Chop (feat. Minos & RHYME-A- ) 관련 글 이루펀트(Eluphant) [Eluphant Bakery] 리뷰 – vol.8/no.9 [20060501] 관련 사이트 DJ Wegun 공식 사이트 http://www.djwegun.com 타일뮤직 공식 사이트 http://www.ty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