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aming Lips – At War With The Mystics – Warner Bros, 2006 오렌지색 식충식물 콜드 플레이(Coldplay)는 작년에 무시무시한 완성도로 [X&Y](2005)를 완성했다. 그들의 음악을 싫어하는 사람도 그 완성도를 무시할 순 없었다. 이것이 오늘날의 록음악이 대중을 납득시키는 방식이다. 새로운 이기팝이 되어줄 알았는데(마케팅도 그렇게 해놓고선) 알고 보니 스팅이었다는 식이다. 그런데 뭐 스팅이 나쁜 것도 아니다. 스팅 정도 하면 대단한 거고, 그래서 계속 좋아한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록을 즐기면서 느끼는 일종의 ‘체념’이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밍 립스(The Flaming Lips)처럼 다음 앨범이 자신들을 확실한 상업적 거물로 만들어 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알고 있는 밴드가 이렇게 헐거운 듯 들리는 앨범을 내는 것은 우리를 놀라게 한다. 나는 이번 앨범이 혹시 “Do You Realize??” 같은 노래만으로 가득 차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들은 이미 ‘완성된 사운드’였던 [Yoshimi Battles The Pink Robot](2002)의 ‘핑크버블 오케스트라’를 재현하려는 강박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 [At War With The Mystics](2006)는 상당한 성공을 이루었던 전작을 거의 무시한 독립적인, 그러니까 ‘인디’적인 앨범이다. [At War With The Mystics]는 하드록적인 지향을 지니고 있다. 전작에서는 거의 배제되었던 일렉트릭 기타가 절반쯤 복원되어 있다는 얘기이다. 첫 번째 곡은 퀸(Queen)을 연상시키는데(“Yeah Yeah Yeah Song”), 그러고 보면 이들이 “Bohemian Rhapsody”를 커버한 일이 있기도 했다. 두번째 곡 “Free Radicals”는 거라지 록이다. 정확하게는 화이트 스트라이프스(The White Stripes)를 연상시킨다. 그러고 보면 최근 “Seven Nation Army”를 커버했던 사실을 떠올리면 이것이 명확해진다. 플레이밍 립스는 분명히 화이트 스트라이프스를 염두에 두었거나 적어도 자극을 받은 것 같다. 그렇다면 이 앨범은 유행을 따라간 앨범인가? 그런 생각으로 화이트 스트라이프스와 최대한 비슷한 트랙, “The W.A.N.D”를 들어보았다. 나는 오히려 이 트랙이 화이트 스트라이프스의 뒤통수를 세게 때리는 트랙으로 들린다. 무엇보다 이 앨범의 거라지 록 넘버들에게 대부분의 거라지 밴드들이 받는 혐의, 즉 ‘과거를 울궈먹는다’는 혐의를 거의 적용할 수가 없다. 플레이밍 립스는 과거를 집어들어서 한 두 번 바운드하고는 미래에 툭 던져넣는다. 복고에 대한 강박도 새로운 것에 대한 집착도 아니다. 나는 ‘새로운 것, 첨단에의 욕구’와 ‘과거 사운드에 대한 집착’이 록음악을 솔로몬의 판결에 나오는 아이처럼 반으로 찢어놓고 있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나는 최근의 로큰롤 밴드들을 즐기면서도 뭔가 채워지지 않는 그 부분이 뭐였는지 재삼 확인한다. 소위 ‘네오 거라지’나 ‘뉴 록’에서 보이는 리듬의 반복, 바늘 들어갈 틈도 없이 꽉 채워진 기타리프는 일종의 강박적인 증상을 나타낸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NME와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은 과도한 조기교육으로 강박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유소년 축구단이었을 뿐인지도 모른다. 이 앨범은 네오 거라지 록처럼 ‘즉흥적이고 헐거운 척’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즉흥적이고 헐겁다. [At War With The Mystics]는 불안한 앨범이기도 하다. 하드록/거라지 트랙과 그들만의 아트록 성향 트랙이 늘어서듯 배열되어 공존하고 있으며 전작에 비해 비교적 헐겁고 힘이 빠진 듯 하다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것이 플레이밍 립스 하면 그 멜로우한, 그러면서 꽉 들어찬 노이즈-오케스트레이션 사운드를 연상했던 사람에게 뭔가 부당한 기분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사운드 프로듀싱면에서도 ‘완전하다’라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홈메이드 앨범처럼 미디로 프로그래밍 된 비트가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도 이러한 느낌에 일조한다. 또한 앨범의 방향성은 전작의 기술적/정신적인 양면에서 이루었던 프로그레시브한 성취들보다는 보다 복고적이고 고전적인 측면에 기울어져 있다. 그러나 이 앨범은 미묘하게도 전혀 보수적인 앨범이 아니며 여기에 이 앨범의 기괴한 부분이 있다. 단순하게는 ‘하드록과 아트록’의 복고적 재현이지만 곳곳에 스포츠 신문에 나오는 ‘숨은 그림찾기’처럼 독자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즐길 수가 있다. 그것은 ‘실험음악’ 같은 것을 위한 것이 아니라 록을 보다 재미있게 만들기 위한 발상이다. 플레이밍 립스의 [At War With The Mystics]는 강낭콩과 호박을 교배시켰는데 왜 식충식물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는 식의 감흥을 안겨준다. 분명 ‘창작의 밀도’나 ‘사운드의 함량’을 가치요건의 우위에 두는 사람이 [At War With The Mystics]을 높게 평가할 것 같진 않다. 최소한 이 앨범이 그들의 가장 좋은 앨범으로 꼽힐 일은 거의 없을 듯하다. 그러나 [At War With The Mystics]은 아주 좋은 앨범이며, 최고 점수를 매기지 않고서도 계속 반복해서 꺼내 들을 앨범이다. 높게 점수를 매긴 주제에 장식장에 박아놓고 한번도 다시 듣지 않는 앨범이 얼마나 많았던가. 20060322 | 김남훈 kkamakgui@hanmail.net 7/10 수록곡 관련 글 Flaming Lips [In a Priest Driven Ambulance] 리뷰 – vol.4/no.16 [20020816] Flaming Lips [Hit to Death in the Future Head] 리뷰 – vol.4/no.16 [20020816] Flaming Lips [Transmissions from the Satellite Heart] 리뷰 – vol.4/no.16 [20020816] Flaming Lips [Clouds Taste Metallic] 리뷰 – vol.4/no.16 [20020816] Flaming Lips [The Soft Bulletin] 리뷰 – vol.1/no.8 [19991201] Flaming Lips [Yoshimi Battles The Pink Robots] 리뷰 – vol.4/no.16 [20020816] 관련 사이트 플레이밍 립스 공식 사이트 http://www.flaminglips.com 플레이밍 립스 팬 사이트 http://www.geocities.com/SoHo/Lofts/4533/flips/ http://janecek.com/flaminglips1.html Mr Kite’s Lips Page http://members.tripod.com/~Mrkite1967/ 플레이밍 립스의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는 곳 http://launch.yahoo.com/artist/videos.html?artistID=1009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