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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Seven) – 24/7 – YG Entertainment/예당음향, 2006

 

 

케이팝이 자라나는 또 하나의 방식

춤 잘 추고 노래 잘 하고 얼굴까지 잘 생긴 수많은 아이돌 스타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세븐(Seven). 그의 저 화려하면서도 깔끔한 모양새는 언제 봐도 눈이 부신다. 허나 실은 저 때깔 좋은 이미지들조차 소속사의 상당한 재정적 후원과 방송사들의 미디어 권력 덕분에 가능한 것이라는 기본적 상식만이라도 갖추고 있는 당신이라면, 우리 앞에 놓인 세븐을 향한 선택권은 두 가지로 간단히 좁혀질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무(無)관심. 둘째, 반(半)관심. 무관심이야 말할 것도 없겠지만, 후자의 경우 그 ‘절반의 관심’은 당연히도 음악적 측면에서의 관심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세븐의 음악에 대해 일말의 관심이라도 부여잡고 있는 당신이라면, 그의 이름으로 발표된 세 번째 정규 앨범 [24/7](2006)을 한번쯤은 진지하게 들어볼 여유도 가져볼 만 할 것이다. 사실, ‘세븐’이라는 명패는 이 음반을 감상하는데 있어 채 절반의 기준적 가치조차 제공하지 못한다. 국내의 여타 아이돌 스타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세븐 역시 종국엔 ‘대중음악계의 대기업’ YG 엔터테인먼트의 비트메이커들뿐 아니라 디자이너, 머천다이저들이 총출동해 만들어낸 ‘기획 상품’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공된 느낌이 물씬 풍기는 세븐과 같은 스타들의 존재감 혹은 신비감은, 거기에 아무리 가수 개개인이 지닌 음악성이나 인간미 따위의 전략적 코드를 부여하려 해도 쉽게 묽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한편으로, 세븐의 신보 [24/7]을 즐기는데 있어 이러한 요소들은 별다른 해악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외려 눈 여겨 볼 부분은, YG 사단이 자신 있게 베팅한 올해의 이 첫 앨범이, 세븐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던 전작들의 퀄리티에 비해서도 한 차원 높은 대중 지향적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단언컨대, 페리(Perry)를 위시한 YG 내 프로듀서들은 21세기 미국 팝시장의 가장 뜨거운 활화산이라 할 수 있는 어번 알앤비(urban R&B) 스타일에의 애착과 지향성을 뚜렷이 드러내며 국내 하이틴 취향의 고착된 패턴과의 적절한 배합을 통해 대한민국 대중가요의 보다 선구적인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모범적 전형의 제공자로는 의심할 바 없이 2004년 “Yeah!”로 전미 팝 차트를 석권한 어셔(Usher)다. 심지어 JYP 엔터테인먼트의 주력 상품 비와의 대결 구도 속에서, 누가 더 어셔처럼, 어셔만큼 들려주고 보여주는가로 경쟁이라도 하듯 ‘어셔 따라잡기’에 어느 정도 골몰하고 있음을 이미 2집 [Must Listen](2004)에서 보여준 세븐측의 노고는 굳이 언급하기에 새삼스러울 정도다. 음악적인 면에서 보자면, 소위 이러한 어번 팝(urban pop)은 알앤비나 소울의 통상적 보컬 양식을 토대로 각종 힙합과 댄스 경향의 리듬과 음색을 끌어들여 조합한 ‘도시적 팝음악’을 지칭한다. 베이비페이스(Babyface), 알 켈리(R. Kelly), 브라이언 맥나잇(Brian Mcknight), 시스코(Cisco), 크레익 데이빗(Craig David) 등을 대표적 아티스트로 삼는, 일련의 매끈한 세련미가 스민 보컬 장르로 보면 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세븐의 이번 앨범은 현재로서 표절 시비(2집의 “열정”)에도 휩싸이지 않고 상업적 모색을 성공적으로 수행해가고 있지만, 수록곡들의 곳곳에서 영미권의 히트곡들로부터 자잘한 멜로디나 문구 등의 조각들이 심심찮게 차용되고 있다는 건 부인하기 어렵다. 허나 문제가 심각한 수준은 결코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이 정도는 국내외의 많은 록, 힙합 뮤지션들 역시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고 저지르는 군소 행각들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쯤에서 결국 우리의 선택 앞에 놓이게 되는 대상은 바로 세븐의 음반, 그 자체가 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음향적으로 특별히 논할 구석이 많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한국의 케이블 채널에서 종일 방영되고 있는 애절 모드 러브송들과는 비교하기 힘든, 강력한 힘과 열이 이 음반에 존재한다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인트로(intro)에 이은 2번 “난 알아요”를 선두로 “밤새도록”, “벌레”, “내 입좀 막아줘” 등의 도발적인 미드 템포 댄스 트랙들은 지속적인 중독성의 훅을 가진 그루브 팝이며 3번곡으로 배치된 “Love Story”나 4번 “와줘 PART 2″의 부드러운 보컬 선율은 휘성이나 거미의 탁월한 알앤비 발라드곡을 연상케 하는 온기를 품고 있다.

[24/7]은 지금껏 국내에서 시도된 ‘차트 지향적인’ 미국식 어번 팝 음반 중 가장 돋보이는 결과물이다. 여전히 바탕에 깔린 화성과 악곡상의 정형성은 기존의 한국 댄스 가요들과 그 맥을 같이 하고는 있지만, 그러한 토양성을 기반으로 서구의 첨단 사운드를 가져와 그것들을 화학적으로 결합하여 대중의 귀에 즐거운 충격을 안겨주고 있는 점은 분명 선구적이라 할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하나의 첨단적인 장르 용어가 되어버린 듯한 ‘크렁크 앤 비(Crunk & B, 기계적인 신디음이 전면에 나서 반복되는 최신 힙합 경향)’라는 딱지를 달고 쏟아지는 신진 가수들의 음악들에 비교해보면 그 차이는 보다 뚜렷해진다. 나아가 YG 사단이 뽑아내는 비트와 멜로디들은 그저 그런 언더그라운드발 힙합 라운지나 일렉트로니카 그룹들보다도 일면 솔직하고 때로는 창조적인 곡조를 선보이고 있다. 이는 결국, 어차피 부담 없이 흥얼거릴 노래라면 세븐의 그것이 여러 면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그러한 점에서 양현석이 박진영보다 한 수 위라는 나의 심증은 이로써 더욱 굳어졌다. 사업가로서의 이윤추구 욕망과 음반산업가로서의 야심이라는 측면에선 둘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 보이지만, 적어도 음악적인 마인드로는 YG가 JYP보다 낫다는 게 세븐의 새 앨범을 들으며 다시 한 번 갖게 되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비보다 세븐을 더 좋아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20060405 | 김영진 young_gean@hotmail.com

6/10

수록곡
1. Intro 24/7
2. 난 알아요
3. 벌레
4. 와줘 Part2
5. Love Story
6. Oh-No!
7. Interlude ? Heaven
8. 밤새도록
9. 살고 싶어서
10. The One
11. 내 입 좀 막아줘
12. Interlude – Follow Me
13. Baby U
14. Run
15. 얼음 같은 이별
16. 그 남자처럼
17. Outro – 7 Virus

관련 사이트
세븐 공식 사이트
http://www.hello7.co.kr
YG 패밀리 공식 사이트
http://www.ygfam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