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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펀트(Eluphant) – Eluphant Bakery – Soul Company/Tyle Music, 2006

 

 

싱긋이 웃는 얼굴

[Eluphant Bakery](2006)는 소울 컴퍼니(soul company)를 통해 발매되는 키비(Kebee)와 마이너스(Minos)의 프로젝트물이라는 점만으로 귀추의 대상이 되어 온 앨범이다. 키비가 데뷔 LP [Evolutional Poems](2004) 및 그 전후의 여러 활동을 통해 선보인 에세잉(essaying) 감각과 랩 실력은 이미 한국힙합의 장에 상당량의 정신적 양분을 심어놓은 바 있으며 마이너스 또한 자신이 속한 바이러스(Virus)의 EP [Pardon Me?](2003) 등 여러 번외 작업들로 재담과 개성을 세상에 충분히 알려놓은 엠씨라는 사실에 동의하는 청자라면, 아마도 이들의 콜라보레이션으로부터 눈을 떼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십여 년 전의 팬시 용품을 연상케 하는 앨범 커버와 부클릿에서 풍기는 느낌 그대로, 전반적인 트랙들은 풋풋한 소년적 감수성을 발한다. 유년기의 추억에서 출발해 학창 시절에 대한 양가적 감정, 그리고 막 성인이 된 청년으로서 가져볼 만한 고민과 연애담을 훑어가는 이들의 오디오북은, 상당 부분 시각적인 재현 양식에 비중 있는 방법론을 투영하고 있다. 이들이 노래하는 대상은 손에 잡힐 것만 같은 이미지와 사건들에의 구체적 서술을 통해 눈 앞에 아른거리듯 물질성을 획득한다. 이는 이루펀트(Eluphant)라는 팀 이름을 두 멤버 각각의 이미저리, 즉 키비의 돌고래(Eluka : 일본어 이루카)와 마이너스의 코끼리(Elephant)로 아이콘화하여 작명한 점과도 연관 지어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첫째로 눈여겨볼 지점은 역시나 이들이 풀어놓는 썰에 있다. 키비의 경우 그가 쌓아온 포트폴리오에서도 드러나듯 형식상으로나 내용상으로 그만이 가진 본위의 화력(話力)은 가히 국내 최고 수준이라 할 만하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악보의 공간이 열여섯 마디이건 네 마디이건 아랑곳없이 언제나 독창적인 랩스킬로 생생한 구어체의 라임북을 작성해낼 줄 아는 래퍼다. 그리고 그만의 친절한 전달력은 음향적 가치만으로도 높은 성과를 획득한다. 서사시와 서정시의 부드러운 교차가 이루어지는 접점에서 그의 또렷하고 창의적인 언어의 리듬화는 군더더기 없는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반면 마이너스는 키비처럼 똑 부러지는 발음으로 자신의 미덕을 뽐내는 엠씨는 아니다. 허나 그의 허스키한 음색이 주도하는 플로우의 다양한 전개는 그 자체로 무척이나 독특하고 부드러운 파장을 만들어낸다. 이 점은 키비의 목소리와 리스너의 귀 사이에 놓인 거리보다 두어 발 뒤로 물러서서 관찰했을 때 감지되는 부분이다. ‘한국어 랩은 무조건 똑똑 끊어져야 제 맛이다’라는 강령 내지 강박이 국내의 랩음악 자체를 지나치게 국지적 스타일로 환원시킨 오판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본다면 마이너스의 랩이 그것의 반대급부로서도 훌륭한 장점을 선점하는 측면이 있음은 분명하다.

이러한 두 개성파 라임메이커들의 성대에서 흘러나오는 달착지근한 소리향은 몇몇 프로듀서들이 제공해 준 말랑말랑한 리듬판 위에서 그런대로 잘 울려 퍼진다. 극히 어쿠스틱한 질감의 건반과 드럼 루프, 그리고 촉촉함을 머금은 베이스와 신디음이 부담 없이 진행되는 가운데 마이너스의 매력 있는 중저음과 키비의 앵도라진 고음은 말쑥한 하모니를 연출한다. 인트로를 지나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곡인 “공명-共鳴”에서 그 점은 쉽게 드러난다. DJ 웨건(DJ Wegun)의 선명한 스크래칭이 맛을 돋우는 이 트랙에서 두 엠씨는 교대로 랩실력을 뽐낸다.

헌데 유독 특기할 만 한 점은, 대부분의 ‘스토리 텔링’이 대략 하나의 컨셉 아래에서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청년기의 우유부단한 태도를 한탄하는 “Mr. 심드렁”이나 소녀들에게 보내는 위로 편지 형식의 “Ophilia, Please Show Me Your Smile” 등은 10대 후반, 20대 초반 학생층의 정서에 쉽게 어필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하우스 라운지의 리듬감에 멜로디랩을 구사하는 “Pink Polaroid”나 노스텔지어가 짙게 서린 “코끼리공장의 해피엔드 : 졸업식”과 같은 곡들 역시 제목에서 드러나듯 유사한 감수성에 기반 한다. 물론 이러한 성향은 멤버 자신들의 관심과 장기에 비롯한 것일 터이기에 일면 이해될 만하다. 자기의 연령대를 가진 사람들에게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성실하게 들려주는 것만으로 이들의 임무는 완수된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나 이 중견급(?)의 검증된 엠씨들이 주력하고 있는 이야깃거리들이 특정한 소재, 그것도 특정한 연령대로 구획된 주제에 주로 머물러 있다는 점은 보다 다양하고 깊이 있는 리릭사이징(lyricizing)을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는 요소이다.

하지만 이 음반은 여전히 신선하다. 좋은 예로, DJ 사일런트(DJ Silent)가 아이들의 목소리 음원을 멋진 컷 앤 페이스트 감각으로 짜 만든 인트로 개념의 첫 곡 “Ladies And Gentlemen”은 귀여운 스크래치 사운드를 들려준다. 인피닛 플로우(Infinite Flow)와 더 콰이엇(The Quiett)이 같이 노래한 “원님비방전” 또한, 가사 전개의 식상함에도 불구하고 실험적이면서 짜임새 있는 한편의 풍자전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올해에도 순항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소울 컴퍼니 레이블의 2006년 두 번째 작품은 이번에도 별 무리 없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학창 시절의 도시락 가방 속에서 숟가락이 달그락거리며 내던 음악 소리를 닮은 이 앨범에 격려의 윙크를 보낸다. 20060420 | 김영진 young_gean@hotmail.com

7/10

수록곡
1. Ladies And Gentlemen
2. 그날 밤, 셋이서, 그곳에 서서 (feat. Rhyme-A-)
3. 공명(共鳴)
4. Mr. 심드렁
5. Ophilia, Please Show Me Your Smile (feat. Paloalto, 샛별 of Power Flower)
6. 귀 빠진 날 : 생일 축하해
7. 당신이 점점 궁금해집니다
8. Pink Polaroid (feat. 있다)
9. 꿈의 터널 (feat. 강태우)
10. 원님비방전 (feat. IF, The Quiett)
11. 코끼리공장의 해피엔드 : 졸업식 (feat. junggigo aka Cubic)
12. Mr. 심드렁 (Remix)
13. Pink Polaroid (봄날의 곰 mix)

관련 사이트
Soul Company 공식 사이트
http://soulcompany.net
이루펀트 공식사이트
http://club.cyworld.com/eluphantbakery
타일뮤직 공식 사이트
http://www.ty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