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Soundsystem – LCD Soundsystem – DFA/Capitol, 2005 21세기의 너절한 그루브 현재 인디 록/일렉트로닉 씬에서 DFA 레이블이 갖는 중요성을 1990년대 인디 록 씬의 마타도어(Matador)나 힙합 씬에서 데프 젹스(Def Jux)가 갖고 있는 그것과 비교한다면 좀 지나친 호들갑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쥬언 맥클린(The Juan Maclean), 랩처(The Rapture), 블랙 다이스(Black Dice), 그리고 레이블의 수장인 제임스 머피(James Murphy)의 원맨 밴드 LCD 사운드시스템(LCD Soundsystem)이 만들고 있는 21세기의 음악이 가진 역동성을 떠올려 본다면 그렇게 못할 건 또 뭔가, 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창의적인 활동을 벌이는 레이블이 늘 그렇듯 DFA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한 마디로 정리하긴 어렵다. 어덜트(Adult.)나 피셔스푸너(Fischerspooner) 등이 기반을 쌓은 네오-일렉트로(neo-electro) 계열이나(쥬언 맥클린), 현재 가장 각광받는 스타일 중 하나인 네오 포스트 펑크(neo-post punk) 계열(랩처),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하드코어 노이즈 록(블랙 다이스) 등, DFA의 뮤지션들은 각자 자신들의 관심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동시에 이들 모두는 복고적인 일렉트로닉/로큰롤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그것들을 평범하지 않은 방식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모호한 경계를 가진 원 안으로 모여들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간단히 말해, 반복적이고 화끈하고 지저분한 댄스 음악 안으로 말이다. 그리고 여기, 그 DFA 사운드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LCD 사운드시스템의 데뷔 음반이 있다. 디트로이트 테크노 스타일의 둔탁한 일렉트로닉 리듬이 강박적으로 흐르는 가운데 취한 것처럼 주절거리는 보컬 사이로 각종 효과음과 록 기타가 멋대로 끼어 들면서 폐차장 같은 사운드를 쌓아 가다가 막판에 가서는 ‘소울풀’한 코러스로 마무리를 해 버리는, 그들의 2002년 첫 싱글 “Losing My Edge”는 LCD 사운드시스템 사운드의 한 전형을 들려준다. 훵카델릭(Funkadelic)의 “Wars Of Armageddon”의 21세기 버전이라 할 만한 싸이키델릭-일렉트로-로큰롤 잼인 이 곡은 어떤 의미에서는 1970년대 일본의 로망 포르노와 비슷한 제작 방식을 따른다. 어떤 ‘예술’을 하건 좋으니 일정한 수의 정사씬만큼은 집어넣어야 했던 것처럼 무슨 ‘실험’을 끼워 넣건 춤은 추게 만드는 것. 나중에 발매한 싱글들인 “Beat Connection”이나 “Yeah (Crass Version)”에서 이런 방식은 좀 더 가지런히 배열되긴 하지만 기본적인 태도에는 변화가 없다. 거칠게 긁어낸 사운드와 간단한 멜로디, 연속적 혹은 불연속적으로 끼어 드는 ‘소닉(sonic)’ 이펙트, 강박적인 일렉트로/뉴웨이브/디스코 그루브. 이를 통해 뼈대가 없는 것 같진 않은데 그럼에도 심하게 어지럽혀져 있다는 인상을 받는 음악이 나온다. “Tribulation”나 “On Repeat”에서 일렉트로 비트를 깔아놓건, 블루지한 뉴 웨이브 베이스 리프를 끈질기게 반복하는 “Daft Punk Is Playing At My House”나 “Give It Up”처럼 거라지 로큰롤의 이디엄에 근접한 곡들을 만들어 놓건 마찬가지다. 전반부에는 일렉트로닉 노이즈의 잽을 날리다 후반부에 가서 기타 노이즈로 스트레이트를 날리는 “Movement” 같은 경우도 ‘반전의 효과를 노렸다’기보단 그저 멋대로 구는 것처럼 들린다. 면피용이라기엔 지나치게 잘 만든 발라드 “Never As Tired As When I’m Waking Up”에서는 1960년대 싸이키델릭 팝의 멜로디를 그럴듯하게 따라 부르고 가스펠 풍 멜로디를 써먹는”Great Release”에서는 이노(Brian Eno) 사운드 흉내도 해 보지만 끝까지 뭔가 정돈되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삶 자체가 이미 정돈되지 않은, 그나마 우리 삶에서 정돈된 것이라면 심장 박동의 주기 정도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LCD 사운드시스템의 이런 너절한 댄스 음악이야말로 ‘인간’에 가장 근접한 댄스 음악일지도 모른다. 니코틴과 카페인과 환경 호르몬과 콜레스테롤 같은 쓰레기를 몸 속에서 평생 순환시키는 것이 우리 육체의 진실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제아무리 깔끔하게 정리해봤자 결국 방안의 물건들은 방 그 자체를 빼곤 무질서 상태로 붕괴하게 마련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첨단의 행복을 가져다줄 줄 알았던 21세기란 말이 너절한 그 무언가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이것이야말로 21세기의 음악이라는 사실도 인정하고 즐거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깔끔 떨지 말자. 20060316 | 최민우 eidos4@freechal.com 9/10 수록곡 CD 1 1. Daft Punk Is Playing At My House 2. Too Much Love 3. Tribulations 4. Movement 5. Never As Tired As When I’m Waking Up 6. On Repeat 7. Thrills 8. Disco Infiltrator 9. Great Release CD 2 1. Losing My Edge 2. Beat Connection 3. Give It Up 4. Tired 5. Yeah (Crass Version) 6. Yeah (Pretentious Version) 7. Yr City’s A Sucker (Full Version) 관련 글 The Rapture [Echoes] 리뷰 – vol.5/no.21 [20031101] [weiv]가 뽑은 2005년의 앨범 – vol.7/no.24 [20051231] [weiv] 필진이 뽑은 2005년의 앨범 – vol.7/no.24 [20051231] 관련 사이트 DFA 공식 사이트 http://www.dfarecord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