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321014356-nextregame

넥스트(N.Ex.T) – Regame?: The Second Fan Service – Sony/BMG, 2006

 

 

과거는 과거의 것으로

수많은 입소문(입방정?)을 탔던 재결성작 [The Return of N.EX.T Part III:개한민국](2004, 이하 [개한민국])은 전혀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아니었다. 신해철 본인의 입으로 자신을 제외한 ‘검증받지 못한’ 뉴페이스 멤버들과의 호흡을 맞춰보기 위한 시험작 성격이 강한 음반이라고 말했음에도 팬들, 그리고 밴드 스스로(정확히는 밴드의 수뇌 신해철) 역시 이 앨범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인상이 역력했었다. [개한민국]이 거둔 유일한 성과라고는 ‘1000만원 이하의 저가 홈레코딩 만으로도 하이 퀄리티의 스튜디오 음질에 버금가는 사운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었지만, 그 역시도 장황한 사운드와 중심을 잡지 못하는 작곡 사이에서 표류하며 짧은 논란 이상의 지속적인 논의를 이끌어내지는 못하는 터였다.

그래서 2005년 12월 김세황의 밴드 재가입과 당연한 수순인 듯 이루어진 [The Return of N.EX.T Part II:World](1995)와 [Lazenca (A Space Rock Opera)](1997) 시기의 ‘황금멤버’들과의 재결합은 그리 놀랍지 않은 결과였다(거기에 [개한민국]에서 함께 작업했던 데빈 리(기타)와 새로 영입한 키보디스트 지현수를 포함시켜 밴드는 역대 최다의 인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재정비된 멤버들이 음반을 통해 첫 선을 보이는 자리는 [개한민국] 이후의 정규 스튜디오 앨범이 아닌 이전의 작업들을 갈무리해서 재녹음한(신해철의 표현을 따르자면 ‘한풀이’ 직업인) 5.5집 [Regame? : The Second Fan Service](2006, 이하 [Regame?])이다.

앨범의 선곡을 살펴보면 세 가지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는 한국 유일의(최소한 주류가요 씬에서는) ‘프로그레시브 메틀’을 표방하던 넥스트 앨범으로서는 의외로 수록곡 대부분을 발라드 트랙으로 채웠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신해철-김세황-김영석-이수용 라인업 시기의 작업들은 배제되었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밴드 넥스트 만이 아닌 신해철의 작업물을 전부 포괄하는 선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요약하자면, 음반이 어느 정도 ‘대중적 성과’를 고려했다는 사실과 신해철이 상기한 ‘황금멤버’ 시절에 대해 가진 자부심을 드러냄과 동시에, 또한 넥스트가 민주적 구성의 밴드라기보다는 신해철 한사람이 연주를 제외한 전권을 가진 구성이라는 증거일 것이다.

앨범의 첫 두 트랙은 ‘비공식 넥스트 베스트 송’ “아버지와 나 Part I/II”이다. [The Return of N.EX.T Part I:Being](1994)의 앳된 목소리와, 클래식 연주를 흉내 낸 조야한 신디사이저 사운드 버전에서 어느덧 세월의 무게를 느낄 수 있는 신해철의 보이스와 장중한 오케스트라 사운드로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듣는 순간 그의 연주임을 눈치 챌 수 있는 김세황의 블루지한 기타는 팬의 입장에서 충분히 반가울 것이다. 상업적으로도 비평적으로도 처절한 실패를 겪었던 비트겐슈타인(Wittgenstein)의 “Friends” 또한 적극적인 오케스트라 편곡을 거치며 한층 장중한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Regame?]을 통틀어 가장 성공적인 리메이크 작업을 꼽으라면 아마도 “Friends”를 거론해야 할 것이다.

“Friends”가 리메이크 작업을 거치며 ‘환골탈태’한 경우라면, 채연이 피처링한 “눈동자”는 원곡 자체가 얼마나 세련된 작곡이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개인적으로 신해철의 재능이 가장 빛을 발했던 작업물은 [정글스토리 OST](1996)의 “아주 가끔은”이나 [Monocrom](1999)의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머야” 같은 테크노 사운드였다고 생각하는데, “눈동자” 역시 이러한 신해철의 재능을 충분히 드러내고 있다.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멜로디 라인과 정교한 비트, 채연의 보컬을 ‘악기’로서 가공해내는 일렉트로니카 작법의 능숙함 등 단연 [Regame?]의 베스트 트랙이라 할만한 “눈동자”는 음반의 통일성을 해쳐가면서까지 이 곡을 앨범에 수록한 이유에 대해 충분히 수긍할 만한 결과물을 들려준다(단지 중간중간 신해철의 뜬금없는 나래이션 삽입은 약간 당황스럽다).

상기한 곡들과 무한궤도 시절의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정도가 [Regame?]에서 주목할 만한 트랙이라면, 역시 무한궤도 1집의 수록곡인 “그대에게”의 경우는 실망스런 리메이크 사례로 거론될 만하다. 1988년 발표당시의 미니멀한 뉴웨이브 사운드를 대신한 하드록 편곡은 곡의 ‘당대성’을 거세해 버린다. 그래서 발표시점에서, 혹은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시대의 사운드였기에’ 모른 척 넘어갈 수 있었던 곡의 결점들이 상대적으로 확연하게 드러나는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나 곡의 엔딩 부분은 지나치게 화려한 편곡 과정을 거치면서 이러한 감상을 증폭시킨다.또한 먼데이키즈(Mondaykiz)를 섭외해 R&B 버전으로 탈바꿈한 “인형의 기사”는 팬 서비스 차원에서는 의미를 가질지 모르겠지만, “눈동자”의 경우와는 달리 대체 무슨 이유로 음반의 흐름을 이다지도 흩트리면서까지 수록해야 됐는지에 대한 의문을 남긴다.

윤도현이 하모니카 연주로 참여한 “날아라 병아리”는 이동규의 보컬을 빼고 신해철의 보컬만으로 이루어진 점을 제외하면 이전과 커다란 차이점은 느끼기 힘들며, “The Dreamer” 같은 곡은 눈에 띄게 노쇠한 신해철의 보컬 고음처리로 인해 감상하는데 약간의 버거움을 느끼게 된다(시간이 시간이니 만큼 수록곡들의 보컬 키는 대폭 낮춰져 있다). 그리고 앨범의 마지막 곡 “영원히”는 “그대에게”와 마찬가지의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트랙이라 할 것이다. 신곡 “The Last Love Song”에 대해서는 별로 하고 싶은 말이 없다. 넥스트의 발라드 계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곡 자체의 흡인력은 “Here I Stand for You”나 “해에게서 소년에게”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감상이다.

결과적으로 [Regame?]은 ‘실망스러운’ 앨범이다.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의 작업물을 ‘제2의 도약’ 운운하며 다시 꺼내든 사실도 못마땅하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신해철이 넥스트 1차 해체 이후 완결된 작업으로서 무엇을 보여주었느냐는 점이 이 조금은 뜬금없는 자가 리메이크 앨범을 접하며 여러 사람들이 가질법한 불만일 것이다. 사실 신해철 급의 네임 밸류가 10년 가까이 ‘다음 앨범을 기대하시라’ 성 이상의 결과물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심각한 문제이다. 게다가 신해철의 과거 수시로 밴드멤버를 갈아치웠던 전력을 떠올려 볼 때, 과연 이번 멤버구성이 얼마나 유지될 것인가에 대한 우려와, 어차피 지속적인 활동을 보장할 수 없다면 리메이크 앨범보다는 한 장이라도 많은 정규작업을 기대하는 바람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물론 신해철 본인이 밝혔듯 이전 앨범들이 기술이나 자본 상의 문제로 원하는 만큼의 퀄리티를 뽑아내지 못했기에 이러한 ‘한풀이’ 작업이 이루어졌다고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어차피 과거의 것은 과거의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기껏 어렵게 ‘황금멤버’ 시기의 라인업으로 재결합한 첫 결과물이 이다지도 ‘개인적인’ 작업이라는 사실은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물론 ‘팬 서비스’라는 말로 이러한 비판을 피해갈 수는 있겠지만, 과연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하는 넥스트의 팬들에게 10여 년 전 곡들을 상기시키는 것이 얼마만큼이나 호응을 얻어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신해철의 이름을 걸고 등장한 ‘팬 서비스 차원의’ 음반은 이미 많지 않던가). 그리고 넥스트를 새로 알아갈 새로운 팬 층에게도 이러한 컨셉트의 앨범이 얼마만큼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신해철은 분명 재능 있는 뮤지션이고, 또한 아직 자신의 재능을 남김없이 드러낼 기회를 잡지 못한 케이스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부디 넥스트의 이번 재결합이 아무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밴드 자신만을 위한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결과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20060313 | 김태서 uralalah@paran.com

5/10

수록곡
1. 아버지와 나 PartI
2. 아버지와 나 Part II
3. Friends
4. 그대에게
5. 날아라 병아리 (feat.윤도현)
6. 눈동자 (feat.채연)
7. The Dreamer
8. 인형의 기사 (feat.먼데이키즈)
9.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10. The Last Love Song
11. 영원히

관련 글
넥스트 [개한민국] 리뷰 – vol.6/no.12 [2004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