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ls – Blinking Lights and Other Revelations – Universal, 2005 여전히 그곳에서, 여전히 아름답게 [Shootenanny!](2003) 이후 2년 만에 발매된 더블앨범 [Blinking Lights and Other Revelations](2005, 이하 [Blink Lights..])에서 일스(Eels)는 전작의 회고적 성격을 다시 한번 불러들이고 있다. 하지만 [Blink Lights..]가 [Shootenanny!]와 차별성을 갖는 부분은, 음반이 (일스의 음악적 전성기 앨범이라 할 수 있는) [Electro-Shock Blues](1998)를 명시적으로 가리키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자장가풍의 반주와 허밍(humming)으로 이루어진 CD1의 첫 곡 “Theme from Blinking Lights”와 [Electro-Shock Blues]의 “Elizabeth on a Bathroom Floor” 사이의 유사성을 발견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동일한 선상에서 불안하게 일렁이는 재즈리듬의 “Trouble With Dreams”와 “Hospital Food”를, “Marie Floating over the Backyard”와 “Going to Your Funeral, Pt. 2″를 떠올리게 되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좁은 지면에서 90분을 넘기는, 33곡의 수록곡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할 생각은 없다. 그리고 음반 전체를 보더라도 위에서 언급한 곡들과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Hey Man (Now, You’re Really Living)”, 힙합 비트와 포크사운드의 결합인 “To Lick Your Boots”, 엘튼 존(Elton John)를 연상시키는 피아노가 주도하는 업템포의 “Losing Streak” 정도를 제외하곤 일스 표의 서정적이고 섬약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다양한 음악적 소스들로부터 차용한 요소들을 재구성해내는 능력은 녹슬지 않았으며, 일스만의 엽기적인 유머감각 (뉴올리언스 재즈 풍의 서정적인 선율과 함께 ‘개자식’이라는 욕설을 내뱉는, “Son of a Bitch”) 또한 여전하다. 하지만 [Blink Lights..]에 대해 거침없이 ‘[Electro-Shock Blues] 이후 일스 최고의 앨범’이라고 얘기할 수 없는 이유는, [Electro-Shock Blues]와 정면으로 마주하는 음반이, [Electro-Shock Blues]가 거두었던 만큼의 성과를 얻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버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 때문이다.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그것이 과연 이전 앨범들을 뛰어넘는 ‘새로운’ 무언가인지에 대해서는 확신하기가 힘들다. 그리고 앨범이 너무 길다는 생각 역시 지워지지 않는다. 동일한 정서와 톤으로 일관하는 음반의 사운드는 종종 지루함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전락하곤 한다. 차라리 더블앨범이 아니라, 한 장으로 압축하여 발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무의미한) 생각 또한 없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Blink Lights..]는 ‘좋은’ 음반이다. 몇가지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이 음반은, [Daisies of the Galaxy](2000) 이후 하락을 거듭하던 밴드의 경력에서 간만의 ‘상승세’를 만들어낸 음반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Novocaine for the Soul” 같은 단박에 귀를 잡아채는 싱글은 기대할 수 없지만, 음반 전체를 걸쳐 안정적으로 펼쳐지는 멜로디의 향연과 부분적으로 드러나는 재기 넘치는 아이디어들은 [Blink Lights..]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그리고 음악적으로도 고른 완성도를 갖춘 음반으로 완성시킨다. 앞으로 이들의 경력에서 과거의 무언가를 뛰어넘는 결과물이 나오기를 기대하기는 힘든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앞으로도 일스는 여전히 ‘들을 가치가 있는’ 음반들을 만들어낼 것이다. [Blink Lights..]는 그에 대한 좋은 증거이다. 20050528 | 김태서 uralalah@paran.com 7/10 이 글은 [벅스웹진]에 실린 글입니다. 수록곡 CD1 1. Theme from Blinking Lights 2. From Which I Came/A Magic World3 3. Son of a Bitch7 4. Blinking Lights (For Me) 5. Trouble With Dreams 6. Marie Floating Over the Backyard 7. Suicide Life 8. In the Yard, Behind the Church 9. Railroad Man 10. The Other Shoe 11. Last Time We Spoke 12. Mother Mary 13. Going Fetal 14. Understanding Salesmen 15. Theme for a Pretty Girl That Makes You Believe God Exists 16. Checkout Blues 17. Blinking Lights (For You) CD2 1. Dust of Age 2. Old Shit/New Shit 3. Bride of Theme from Blinking Lights 4. Hey Man (Now You’re Really Living) 5. I’m Going to Stop Pretending That I Didn’t Break Your Heart 6. To Lick Your Boots 7. If You See Natalie 8. Sweet Li’l Thing 9. Dusk: A Peach in the Orchard 10. Whatever Happened to Soy Bomb 11. Ugly Love 12. God’s Silence 13. Losing Streak 14. Last Days of My Bitter Heart 15. The Stars Shine in the Sky Tonight 16. Things the Grandchildren Should Know 관련 글 Eels [Electro-Shock Blues] 리뷰 – vol.5/no.14 [20030716] Eels [Daisies of the Galaxy] 리뷰 – vol.2/no.10 [20000516] Eels [Souljacker] 리뷰 – vol.4/no.7 [20020401] Eels [Shootenanny!] 리뷰 – vol.5/no.14 [20030716] 관련 사이트 http://eels.artistdirec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