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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rokes – First Impressions Of Earth – RCA, 2006

 

 

The Great Escape

스트록스(The Strokes)는 내용물 그 자체로 훌륭했던 첫 앨범 [Is This It]을 2001년에 들고 나타난 것만으로도 이미 영미록음악 사(史)안에서 제 역할을 충분히 했다. 그들이 없었다면 수입산 밴드들이 주도하던 개러지 록 리바이벌(Garage Rock Revival) 자체가 성립이 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많고 적어도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다.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스트록스가 없었다면 화이트 스트라입스(The White Stripes)의 잭 화이트(Jack White)가 헐리우드 스타와 열애에 빠지는 일도 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스트록스가 순식간에, 그리고 과잉으로 얻은 이 유명세는 첫 앨범으로부터 2년 만에 발매된 두 번째 앨범 [Room on Fire](2003)에 대한 기대치를 지나치게 크게 불려놓았기 때문에 소포모어 징크스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그들이 언론의 관심밖에 있는 존재였다면 음악만으로 인정받는 알짜배기 밴드로 생각되었을지 모른다. 뉴욕의 젊은이들은 싱글 몇 장 내놓은 상태에서 영국 언론에게 강간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스트록스의 멤버들이 이러한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자 신경질적으로 언론과 대중을 대했다. 하지만 이 것 역시 다른 사람들이 그들에게 부여한 이미지 중의 하나였다.

대중들이 그들의 존재에 대해 기대치를 높게 가졌음에도 두 번째 앨범 [Room on Fire]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음악 외적인 상황이 안 좋았다. 발 빠른 언론들은 스트록스보다 더 잘 생기고 멜로디도 더 좋을 뿐만 아니라 찌라시성 기사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스트록스에 대한 영국의 대답’을 찾았고 스트록스의 화려한 등장에는 관심을 가졌지만 그들의 미래에는 회의적이었다. 이런 반응은 단순히 스트록스만이 아니라 개러지 록 리바이벌에 해당하는 많은 밴드들 역시 그랬다. 게다가 스트록스는 [Room on Fire]를 [Is This It]의 연장선상 안에서 보려고 했지만 대중들은 두 번째 앨범에서 바로 대가로서의 풍모를 보여주려는 2000년대 초 브릿팝 신인 밴드들의 급속한 음악적 노화에 진부함을 느꼈음에도 그것에 길들여져 있었다. [Room on Fire]의 내용물은 또 다른 대안을 찾고 있는 언론과 조급함에 길들여진 대중의 상황과는 동떨어진 면이 있었다. 결국 [Room on Fire]가 거두게 된 평단의 평가와 상업적인 실적은 어중간했고 앨범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에 대한 대접에 적합했다고 생각된다.

3년 만에 발표된 그들의 3집 앨범 [First Impressions Of Earth]는 전작들보다 평단이나 대중들의 평가로부터 훨씬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발표되었다. 앨범안의 내용물들은 그러한 분위기를 잘 반영하는 듯하다. 그들이 지금까지 만들어온 음악 스타일 외에 조금은 새로운 스타일도 보여주고 있으며 팝적인 멜로디도 여전히 좋다. 그리고 아쉬운 점도 있다.

앨범 안에서 처음으로 발표된 곡, “Juicebox”는 스트록스의 멤버들이 레코딩 당시에 애청했던 초기 메틀리카(Metalica)의 음반이나 특히, 시스템 오브 더 다운(System Of The Down)같은 밴드의 (그들의 주변 인물들은 지독히도 싫어했다는) 음악스타일이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그들은 ‘화가 난 음악’을 들었고 의도적으로 그런 음악을 만들어 내길 원했다. 동시에 이들이 팝적인 면에도 상당히 주력했는데 이 사실은 ”Ask Me Anything“같은 챔버팝(Chamber Pop)스타일의 곡으로 쉽게 알 수 있다.

스트록스가 자신들의 음악의 표현방식에 대해 좀 더 여유롭게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새 음반의 내용물들은 좋은 점은 그대로 남기고 부족했던 부분들을 잘 매워주고 있다. 예를 들자면 “Razorblade“같은 곡은 전작에서 너무 단조롭게 표현되었던 기타사운드를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연출해냈다. 기타가 지저귀는 소리가 탐 벌레인(Tom Verlaine)의 기타사운드를 떠올리게도 하는데 그것의 효용이 매우 적절했다.

줄리앙 카사블랑카(Julian Casablancas)가 새 앨범의 사운드에 대해 “좀 더 전문성이 있는 사운드‘라고 평가하듯 첨가된 새로운 요소들은 투박했던 전작보다 각각의 악기가 만들어 내는 사운드를 효과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런 면에서 ”Vision Of Division“의 기타사운드는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Evening Sun”은 효과적으로 사용된 기타사운드와 곡의 구조, 그리고 여전히 좋은 멜로디를 가진 이번 앨범의 긍정적인 면을 대표하는 곡으로 부족함이 없다.

또한 전작에 수록되어 사랑받았던 ”The End Has No End”의 캐취한 감성을 기대하는 팬들이 좋아할 만한 곡들도 많이 수록 되었는데 대표적으로 ”Electricityscape“과 ”Ize Of The World”는 어깨의 힘을 빼고 감성만을 제대로 짚어 내고 있는데 은근한 감흥이 실로 살인적이다.

그들 스스로 이번 앨범에 대해 평가를 내린 ‘커다란 음악적 변화’에는 크게 수긍할 수 없다. 사운드의 변화 자체는 분명히 현명하게 진보했지만 전체적으로 (앨범 안에서 내재된 개성이라고 평가받을) 다른 좋은 요소들이 지금까지 그들이 해온 것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이유에서이다. 나아가 증대된 사운드의 정당한 가치가 과거의 앨범에서도 반복적으로 이용되었던 요소들의 유효기간을 좀 더 늘리기 위해 첨가된 방부제 이상은 못 된다는 말로 폄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말은 이번 앨범으로 그들의 음악이 끝이라면 해당되는 말이며 이번으로 끝은 전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음악적으로 과도기에 위치한 앨범이라고 본다면 새로운 시작같이 느껴진다. 왜냐하면 영미 평단에서의 엇갈리는 평가를 받은 이 새 앨범 안의 음악이 어처구니없이 록음악의 미래로 부추겨져서 숨이 막혔던 [Is This It] 시절의 깔끔하게 정제되었던 음악보다 훨씬 발전이 가능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너무나 뉴욕 언더그라운드다운 정신과 양식을 가지면서도 영국적인 팝으로의 미덕을 가진 그들의 음악이 이 앨범을 시작으로 인디스러움과 대중친화력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불안한 생각이 든다.    20060121 | 프시초 enola0000@naver.com

8/10

수록곡
1. You Only Live Once
2. Juicebox
3. Heart in a Cage
4. Razorblade
5. On the Other Side
6. Vision of Division
7. Ask Me Anything
8. Electricityscape
9. Killing Lies
10. Fear of Sleep
11. 15 Minutes
12. Ize of the World
13. Evening Sun
14. Red Light

관련 글
The Strokes [Is This It] 리뷰 – vol.3/no.19 [20011001]
The Strokes [Room On Fire] 리뷰 – vol.5/no.21 [20031101]

관련 사이트
The Strokes 공식 사이트
http://www.thestrok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