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210103647-nujabesmodelsoul

Nujabes – Modal Soul – Libyus, 2005

 

 

달콤한 비트에 녹아나기

누자베스(Nujabes)의 음악은 확실히 포근하다. 게다가 꽤나 달짝지근하다. 그래서 그의 몇몇 곡들을 주변의 이지리스너들에게 권할 때에도 좀처럼 생경스럽다는 반응은 찾아보기 어렵다. 일본 언더그라운드 힙합 영역의 대중 전선에 견고히 자리하고 있는 누자베스의 다양한 소품들은, 아무래도 비슷한 장르나 특징을 공유하고 있는 다른 뮤지션들의 그것보다 부담 없이 들린다. 이는 아마도 그가 음계와 코드 상에서의 팝적인 정형성을 놓치지 않을 뿐더러 곡 전반의 분위기 조율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리라. 그가 사용하는 디지털 샘플러 및 믹서 특유의 엠비언트 기운이 영롱하게 감도는 가운데, 우리는 흘러나오는 리듬과 멜로디의 회전목마에 올라타기만 하면 된다. 그것도 가뿐한 마음으로, 라운징(lounging)하는 기분으로.

누자베스의 전작 얘기를 조금 해야 할 듯싶다. 그의 첫 앨범 [Metaphorical Music](2003)은 발매 당시 국내에도 간헐적인 직수입의 경로를 통해 조금씩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특히 그 음반의 “Lady Brown”이 몰고 온 달콤한 향내의 파장은 결코 미미하지 않았다. 쾌활한 어쿠스틱 기타의 루프와 나풀거리는 리듬 파트의 조화, 그리고 적당한 볼륨 밸런스로 엠알(MR)에 묻힐 줄 아는 Cise Starr의 래핑은 장르상의 호불호를 떠나 그루브의 울렁임을 즐기기 좋아하는 이들에게 색다른 소리의 질감을 선보였던 것이다. 또한 “Blessing It”이나 “F.I.L.O.”에서 들려준 쿨한 스윙감과 엠씨잉은 다소 경직된 힙합비트에 매어있던 청자들에게까지 일련의 개운함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화성상의 작법에 있어 시부야 사운드의 멜로디와 다소 닮아있는 선율의 매무새는 국내 팬들을 더욱 쉽게 매료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이후 TV용 애니메이션 ‘사무라이 참프루’의 OST 음반 [Samurai Champloo Departure](2004)와 [Samurai Champloo Impressions](2004)를 비롯, 본인이 이끄는 레이블에서 발표한 컴필레이션과 믹스테입을 통해 꾸준히 자신의 음악을 들려줘 온 누자베스는, 결국 2005년 또 하나의 솔로 앨범을 발표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두 번째 앨범 [Modal Soul]이다. 이 음반 역시 이전 앨범과 전반적으로 크게 다르진 않다. 그가 운영하는 레이블 하이드 아웃(Hyde Out) 소속의 엠씨들이 여전히 훌륭한 조력자로서 나서고 있으며, 미국의 유명한 포크재즈 싱어 Terry Callier 및 1집에서 활약해 준 Pase Rock 등의 피처링진이 눈에 띈다.

사실 누자베스표 음악의 결정적 특징은 포근한 템포와 부드러운 멜로디에 있다. 이 점이 바로 그의 음악을 왠지 고즈넉한 라운지에서 센치한 자세로 들어줘야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이유다. 그리고 두 번째 앨범에서 이 부분은 보다 큰 비중으로 드러난다. 실제로, 조금만 방심했다간 그의 멜로디컬한 피아노 루프에 금새 유혹당하기 십상이다. 대부분의 트랙에서 주도적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건반 프로그래밍은 전체적으로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조성하려 애쓴 흔적을 내비친다. 90년대 이전의 다양한 흑인 음악 조류, 그 중 특히 재즈와 훵크 등에서 차용한 음향적 재료로 한껏 니스칠을 하고 있는 그의 조형물들은, 그 전에 이미 숙련된 반죽 솜씨를 통해 라운지라는 보다 넓은 범주로 뻗어가고 있는 것이다.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전 세계적 경향의 라운지음악을 소위 ‘이지리스닝 일렉트로니카’라 부를 수 있다면, 그러한 점에서 누자베스를 이쪽의 범주로 들여놓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 아닐 것이다. 일본 출신의 전자음악/힙합 프로듀서나 디제이가 대개 그렇듯, 그 역시 궁극적으로는 ‘편안한’ 사운드를 추구한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그것의 열쇠는 템포와 곡조에 있다. 누자베스가 활동하는 지점은 힙합 간지 풀풀 풍기는 비트와 감미로운 재즈향이 배인 멜로디가 무중력 공간에서 만나는, 바로 그 곳이다.

데뷔작도 그랬지만 이 음반의 평균적인 질적 농도는 무척 높다. 누자베스의 기존 팬이라면 아마도 14개의 트랙을 단 하나라도 벗어나기 힘들 듯 하다. 더구나 전반부에 배치된 보컬곡들의 탁월함은 이전 작업물에서 보여준 감동 그 이상을 선사한다. Shing02, Cise Starr, Substantial, Pase Rock, Apani B 등의 엠씨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혀에서 쏟아져 나오는 구절들을 누자베스의 비트 위에 살포시 얹어놓음으로써 부담 없는 종종 걸음의 느낌을 부각시킬 줄 안다. 또한 내게 유독 인상적인 곡은 Terry Callier의 원곡을 보다 강하고 신나는 드러밍을 곁들여 리메이크한 “Ordinary Joe”인데, 이 두 신구(新舊)와 동서양의 뮤지션들은 원곡이 품은 올드스쿨의 제 맛을 잃지 않으면서도 그보다 더욱 신명나고 애틋한 노래로 만들어내고 있다. 더불어 누자베스 자신의 유명한 인스트루멘틀곡 “Aruarian Dance”에 견줄 만한 또 하나의 완벽한 소품 “Reflection Eternal”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무척 안정적이기에 귀에 쏙 빨려 들어오는 피아노 루프의 매력을 앞세워 베이스 드럼과 하이햇의 적적한 리듬 메이킹으로 뒤를 보완하고 그 사이에서 아득히 울려 퍼지는 조촐한 보컬 샘플링으로 승부수를 던지는 미니멀리즘적 수법에 당하지 않기란 힘들다.

딱히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혼성의 음악 스타일 속에서 누자베스의 포근함은 더욱 돌출돼 보인다. Shing02의 랩 피처링 세 번째 시리즈인 “Luv (sic.) pt3″에서 들려오는 저 멜로디컬한 건반의 진동음을 그 누가 거부하랴. 이러한 그의 장기는 후반부의 인스트루멘틀 트랙들에서도 기력을 잃지 않는다. “Music is mine”, “World’s end Rhapsody”, “Flowers”, “Light on the land”로 이어지는 라운지 물결은 누자베스 특유의 따스한 체온을 공통으로 밑바닥에 깔고는 각각의 고유한 비트 위에서 넘실거린다. 또한 Substantial이 랩을 얹은 “Eclipse”나 여성 엠씨 Apani B의 힘 있는 래핑이 돋보이는 “Thank you”에서의 멋진 라임들 또한 그냥 지나치기엔 아까우며, 무엇보다 “The Sign”에서 내뿜고 있는 스윙감과 그것의 효과를 한층 증폭시키는 Pase Rock의 애드립 보컬은 그야말로 탄식을 자아낸다. 아, 이런 음색과 리듬의 조합을 이토록 대중적으로, 그것도 별 어색함 없이 이뤄 내다니.

물론 그렇다고 누자베스의 음악이 전적으로 무결하다는 얘긴 아니다. 아무리 짙은 흑인음악의 정수를 한껏 끌어다 쌔끈하게 가공시키고는 있다할 지라도, 그의 멜로딕한 루프들과 통통 튀는 비트의 진행은 대체로 울림이 그다지 깊지 않다. 때문에 쉽게 질리는 요소들 또한 포진해있다. 그리고 이는 곧 위에서 언급한 라운지 타입의 음악들이 가지는 명백한 한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별 생각 없이 어슬렁거리는 사람의 귀에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음악, 라운지는 말 그대로 라운지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본 시부야케이의 영향을 부분적으로 받았음이 틀림없어 보이는 누자베스의 트랙들은, 뭐 솜사탕 정도까지는 아닐지언정 입안에서 금방 녹아 없어질 달고나 조각을 연상키기에 별 무리가 없어 보인다. 허나 그렇다한들, 여전히 누자베스의 달달한 아늑함을 거부하기 어려운 것만은 분명하다. 그의 센스는 대중적 영역으로 뻗어있고 그러한 대중성과 감성을 우리는 거부하기 힘들다. 20060125 | 김영진 young_gean@hotmail.com

8/10

수록곡
1. Feather (featuring Cise Starr&Akin from CYNE)
2. ordinary joe (featuring Terry Callier)
3. reflection eternal
4. Luv (sic.)pt3 (Featuring Shing02)
5. Music is mine
6. Eclipse (feat.Substantial)
7. The Sign (feat.Pase Rock)
8. Thank you (featuring Apani B)
9. World’s end Rhapsody
10. Modal Soul (featuring Uyama Hiroto)
11. flowers
12. sea of cloud
13. Light on the land
14. Horizon

관련 사이트
Hyde Out Production 공식 사이트
http://www.hydeout.net
Libyus Music 공식 사이트
http://www.liby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