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나믹 듀오 – Double Dynamite – 甲 Entertainment, 2005 포만감과 허전함 다이나믹 듀오의 시작은 상당히 불안했다. 다이나믹 듀오의 시작이 최자와 개코의 불행에서 기인되었기 때문이다. 불미스러운 일로 CB Mass가 해체되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탄생한 다이나믹 듀오는 최자와 개코에게 있어서 마지막 지푸라기였다. 험난한 물살에 몸이 휘둘리고 있는 상황에서 지푸라기 하나로 물살을 가로질러 안전한 땅에 발을 디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쉽지 않다. 따라서 다이나믹 듀오의 데뷔 앨범이 발매에 임박했을 당시 힙합 팬들은 그들의 1집이 어떤 모양새를 갖추고 나올 지에 대해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가졌다. 결과는 아시다시피 성공적이었다. 다이나믹 듀오가 브라운 아이드 소울과 팀웍을 이루어 늘씬하게 쭉 빠진 어반(urban) 음악을 만든 것은 정말 의외의 선택이었다. 게다가 가사에는 삶에 대해 부쩍 성숙해진 그들의 태도가 묻어났다. 그들의 음악은 꼭 속 깊고 인내심 많은 도시형 8등신 미녀 같았다. 도시형 미녀가 속까지 깊으니 당연히 인기가 많을 수 밖에… 1집의 성공으로 그들은 사람들로부터 신뢰감을 얻을 수 있었다. 연달아 터진 무브먼트 크루의 대박 행진도 그들의 어깨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리고 갖은 꿍꿍이 속에서 1년을 보낸 다이나믹 듀오는 한여름의 더위를 훌쩍 넘긴 10월이 돼서야 두 번째 앨범을 내놓았다. 일단 이번 앨범의 가장 특이한 점은 1집과 컨셉이 ‘다르다’는 점이다. 사실 1집이 어반(urban)을 표방했다는 것 자체가 변수였으므로, 그들의 음악이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것에 대해선 당시에도 회의적이었다. 아니나다를까 가장 눈에 띄는 연장선상이라고는 다이나믹 듀오가 자신들의 이미지와 전혀 연결이 되지 않는 게스트들을 모시는 것에 한참 재미가 들었다는 점 뿐이다. 지난 앨범에 수록된 “Pride”에서 버벌진트(Verbal Jint)와 함께 했던 기억이 그들에게는 꽤 재미있었던 한 장면으로 남은 것 같다. 이번에는 좀더 영역을 넓혀 리쌍 친구 정인, 이적, 피타입(P-type)과 팔로알토(Paloalto)에 이르기까지 더욱더 다양하게 욕심을 부렸다. 다행히도 이방인들과의 조우는 앨범에 꽤 큰 활력을 불어넣었다. 앨범 중반부에 있는 “시큰둥”은 이적과 11살짜리 꼬마 래퍼 데이비드(David)가 함께했는데, 실제로 분위기를 전환하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이적은 이 곡에서 긱스 시절의 장기를 발휘했는데, 노련한 이적과 (아직 변성기도 지나지 않았음에도) 역시 노련한 데이비드(David)의 앳된 목소리가 찰떡 궁합을 과시했다. 그리고 이적이 솜씨를 낸 훵크 음악 속에서 (다이나믹 듀오의 다소 무던한 랩 스타일로 인해 하마터면 주객이 전도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최자와 개코의 래핑은 중심을 굳게 잡고 있다. 이어 부가킹즈의 쥬비 트레인이 간지나게 끼어든 “너나 잘하세요”나 미래가 촉망되는 15살짜리 래퍼 도끼가 피처링한 “서커스”도 아이디어가 빛났다. 독일 힙합 그룹 매시브 톤(Massive Tone)이 참여한 “덩덕쿵”은 한국식 입장단에 어우러지는 독일어 랩이 신기하긴 하지만 의미가 단절된다는 단점이 아쉽고, 피타입(P-type)과 더 콰이어트(The Quiett)가 함께한 또 다른 “덩덕쿵”은 다른 크루 래퍼들의 목소리를 다이나믹 듀오의 앨범에서 듣게 되었다는 신선함 때문에 흥미를 끈다. KOD 시절의 동료에게서 곡을 받은 “Let’s Go”는 큰 폭으로 타이트하게 곡선을 그리는 그루브가 아주 이상적인 곡으로, ‘이제 가야지 내일 뛰지 않으려면 오늘 가야지’라는 훅 부분 가사가 꽤 근사하다. 하지만 근사한 가사에 비해 너무 무던하게 꾸며져서 곡의 긴장감을 감소시키는 것이 좀 아쉽다. 랩도 주인장인 최자와 개코보다 식스포인트(Sixpoint)의 센스 있게 리듬을 타는 엇박자 랩이 훨씬 곡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 이와 반대로 “파도”는 최자의 보컬이 만들어 내는 멜로디가 쏠쏠하게 귀에 꽂히지만, 팔로알토(Paloalto)의 랩이 분위기에 묻어가는 듯한 인상을 줘서 아쉽다. 이 와중에 앨범을 통틀어 훅이 가장 인상적인 곡이라면 “나쁜 소식”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블루스 스타일로 만들어진 이 곡은 컨셉에 충실하기 위해 많은 장치를 요소요소에 설치했다. 사실 이 곡의 핵심 주제는 ‘블루스’라는 음악이 아니라 ‘범세계적인 가사’이므로, 블루스라는 소스도 컨셉에 충실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라 볼 수 있다. 더불어 중간중간 삽입된 흑인의 울부짖음, BMK의 소울풀한 보컬, 느린 블루스 곡에 패턴을 맞춘 개코의 랩, 이 모두가 손발이 잘 맞아떨어진 덕분에 앨범의 말미까지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데에 성공 할 수 있었다. 다이나믹 듀오는 이번 앨범으로 자신들의 이미지와 입지에 쐐기를 박았다. 변신하기 위해 전전긍긍 뭔가를 모색하기보다 안 해본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는 두 친구의 모습이 그려진다. 앨범 속지만 봐도 앨범을 만드는 동안 자신들만의 꿍꿍이를 가지고 둘이서 꽤나 낄낄거렸을 것 같은 상황이 엿보인다. 이번 앨범을 통해서 그들이 얻은 가장 큰 성과라면, 적어도 그들이라면 일정 이상의 퀄리티를 뽑아낸다는 믿음이 확실해 졌다는 점이다. (요즘 들어 그런 팀들이 다이나믹듀오 뿐만은 아니지만) 지난 앨범이 최자와 개코 콤비의 스타일과 가능성이 점 쳐진 음반이라면, 이번 앨범은 그들이 자신들의 수(手)가 어느 정도인지를 명백히 드러낸 앨범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뭘 해도 ‘다이나믹듀오만의 세련미’는 그들을 떠올릴 때 따라오는 고유 이미지가 되었다. 투박한 훵크(funk)조차 그들 손에 들어가면 매우 세련되어진다. 물론 전수자가 이적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겠지만. 그들이 전수자를 이적으로 고른 것도 어찌 보면 다이나믹 듀오의 스타일과 아귀가 맞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쉬운 점은 전작에서 보여준 치열함이 사그러들었고, 그로 인해 (사운드가 더 빵빵해졌음에도) 허전함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음악적으로는 (사운드가 마치 구렁이가 담을 넘듯 귓가를 휘감고 지나갔던 전작에 비한다면) 임팩트가 더 강해졌지만, 그들 자신이 가진 치열함은 오히려 덜하다. 데뷔 앨범이 ‘세련됨과 미끈함’이 생명인 어반(urban)이었음에도 지루함 없이 한곡 한곡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그들의 내적 에너지가 매우 강렬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안정적인 괘도에 올라선 그들은 사운드면에서는 더 욕심을 부렸지만, (본인들이 인지하기에) 모든걸 잃어버려 악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나오는 그들의 가사와 래핑만큼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음악적 요소’를 다시 대입하기는 힘들 것 같다. 물론 라면만 먹고 금메달을 딴 임춘애에게 계속 라면만 먹던 마음으로 뛰라고 말하는 것이 무리인 것처럼, 그들에게 계속 (모든 걸 잃은 사람이 느끼는) 치열함을 강요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물론 치열함이 떨어졌다고 그들의 음악적 재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그들은 더 여유 있는 상황에서 좀 더 많은 시간을 음악에 쏟아 부을 수도 있게 됐다. 그러니 앞으로도 다이나믹 듀오에게 ‘전보다 낫다’, ‘전보다 못하다’는 말은 할 수는 있어도, ‘실력이 없다’라는 말을 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데뷔 음반이 승승장구 하던 2004년, 어느 인터뷰에서 ‘이번 1집 앨범에 매우 만족하며, 이번 앨범 같은 음반을 앞으로 또 만들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라고 말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당시엔 그냥 흘려 읽었지만 두 번째 앨범을 들으며 같은 생각을 했다. 물론 음악적으로는 더 멋진 음반이 나올 수 있겠지만, 음악을 만드는 능력이 더 훌륭해지면 훌륭해질수록 그들은 가장 어려운 시간이 주는 ‘자기 자신과의 치열함’이라는 음악적 소스를 이끌어내기가 더 어려워 질 것이기 때문이다. 데뷔 앨범에 비해 손색이 없으며 훨씬 다채롭고 풍성한 상을 차렸지만, 듣는 이에 따라 허전함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다. 이는 다이나믹 듀오의 문제라기보다 상황이 달라진 그들에게 리스너들이 적응해야 할 문제이다. 20051211 | 박연세 myrainred@yahoo.co.kr 7/10 수록곡 1. Intro 2. 고백(Go Back) [Feat. 정인] 3. 합죽이가 됩시다 합! (Stop) 4. 덩덕쿵 (retire) [Feat. Massive Tone, DJ Friz] 5. 아무도 모르게 (What’s Goin’ on) 6. Let’s Go [Feat.sixpoint from KOD] 7. It’s Alright [Feat. Brown Eyed Soul, 개리 from 리쌍, 전제덕] 8. 시큰둥 (Funk The World) [Feat. 이적, David a.k.a Microdot] 9. 너나 잘하세요 (f*** you) [Feat. Tiger JK , Juvie Train from Bugakingz] 10. Skit 11. 서커스 [Feat. 도끼 from All-black, 노홍철] 12. Love Is [Feat. t , 권기범] 13. 파도 (I know) [Feat. Paloalto] 14. 그림자 [Feat. 은주최] 15. 나쁜 소식 (Bad News Is Coming) [Feat. 이주한, BMK] 16. 덩덕쿵 (remix) [Feat. P-type ,The Quiett] 17. Sad Cafe (Fractal Roboticduo Remix) 관련 사이트 다이나믹 듀오 공식 사이트 http://www.dynamicdu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