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220041703-kateKate Bush – Aerial – Columbia, 2005

 

 

2005년의 가장 부드러운 팝 앨범

케이트 부시(Kate Bush)는 1980년 전후에 나타난 여성가수 중에서 가장 크게 평가받은 여성 아티스트 중 하나이다. 로저 워터스(Roger Waters)나 피터 가브리엘(Peter Gabriel)이 그녀의 든든한 후원자라는 사실도 주목받을 일이었겠지만 그녀의 목소리와 가사에 대한 평가는 단순히 재능있다는 수식어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고 날 때부터 완성되어 있는 듯 했다. 그리고 그녀가 무대에서 보여주는 행위예술에 가까운 무용들은 그녀의 목소리처럼 기괴하지만 영감으로 가득차 있었고 아름답지만 세속적이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그녀 자신의 (비현실적인) 우아한 면모로 동시대(1970년대 말) 펑크계 여성들의 반항적인 이미지나 1980년대 초 여성가수들의 가벼운 섹스 심볼(sex symbol), 또는 순수한 백치미 같은 (역시 비현실적인) 단순한 이미지와는 차별화가 가능했다.

어찌 보면 그녀는 1960~70년대 순수예술지향적인 문화가 만들어낸 탈현실감을 위한 방법론이 낳은 산물인지도 모른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팝계의 동향이 미래지향적이고 미니멀리즘적인 스타일에 다가서자 그녀가 가진 고전적인 스타일은 세인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특히 1980년대 말이 되자 폭력으로 가득찬 차가운 세상에 대해 영원히 존경받을 인사의 사진을 불태우는 것으로 응수하는 시네이드 오코너(Sinead O’connor)와 같은, 현실 상황에 있는 구체적인 논란의 중심에 서려는 성향과는 반대로 눈물도 자극하는 약한 마음을 가진 가수들이 환영받는 분위기는 이미 높은 가치를 지닌 그녀의 스타일을 그저 구식으로만 보이는 대리석 유물처럼 생각하게 만들었다.

물론 그녀도 1985년부터 당시 팝계 유행에 맞추어 사운드와 창법에 본격적인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서구 고전극의 서사적인 면이나 행위예술가의 열정적인 광기 같던 목소리에서 벗어나서 감성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기존의 기괴한 면에서) 스타일리시한 주술적인 목소리를 연출하려 했다. 이것은 그녀의 정원 안에 있던 오래된 대리석 유물들을 한쪽으로 치우고 현대예술가가 만든 플라스틱 예술품들로 정원을 새로 채우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그것은 어두운 밤의 신비스런 마녀에서 차가운 밤의 감성적인 마녀가 되는 결과를 낳았고 이러한 변화는 그녀 스스로 자신이 가장 크게 평가받은 초기 시절의 스타일이 당시 트렌드와 거리가 있음을 알고 변화하려 노력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었다. 그러한 변화의 결과로 상업적인 면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고 음악적인 성과도 훌륭했기에 그녀의 오랜 팬들은 그러한 변화에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뭔들 그들이 거부감을 느낄까?).

하지만 1990년대 초로 들어서자 토리 에이모스(Tori Amos)처럼 신비스런 우아함도 가지고 있으면서 차가운 세상이 주는 고통에 괴로워하는 개인을 연민할 줄도 아는 여성 아티스트들의 음악이 케이트 부시의 음악에 비해 청자에게 먼저 다가서는 자세를 가지고 있었고 그녀보다 훨씬 현 시대의 감각에 맞았다. 그럼에도 그녀가 다시 세상에 나타날 필요가 있었을까? 예전에 그녀가 발휘하던 마력이 이제는 약해지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녀에 대해 잊어서는 안 될 중요한 사실 중의 하나는 그녀, 바로 케이트 부시는 인간이 아니라 마녀라는 점이다. 14년 만에 마녀가 사는 오래된 저택의 녹슨 철문이 열렸다. 지금 세대가 듣는 소문에 의하면 마녀는 과거에 매혹으로 가득찬 목소리로 사람들을 저택으로 꼬셔 허공 속을 헤매이게 한 후 기괴한 광기로 다시 내쫒는다고 했다. 저택 안으로 들어 가보니 그녀의 정원 안에는 당시에는 조금 이질적으로 보였던 플라스틱 예술품들도 이젠 오랜 대리석 유물들과 섞여 하나의 종류로 보인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저택 안으로 들어오는 불청객의 손을 다정하게 잡고 정원 안을 함께 거닐고 있다. 이 점이야말로 이 앨범에서 느껴지는 가장 큰 그녀의 변화이다. 초기에 그녀가 보여줬던 기괴한 (동시에 지적인) 느낌이나 1980년대 중반의 앨범들(특히 [The Sensual World])에서 부분적으로 가까운 느낌이 들었던 적은 있지만 그것은 정확하게는 감성적이면서 차가웠던 느낌이었고 차라리 경외스런 느낌이었다. 그녀는 존경의 대상이지 가까운 친구가 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제 여유로운 감성을 부드럽게 다루는 능력이 이 앨범에서 절정에 닿아있으며 너무나 매혹적인 우아함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앨범을 2CD로 나눈 것은 곡들 간의 완성도를 위해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아름다운 팝 앨범, 한 장이 10곡이 넘지 않는 수록곡으로 채워진 너무나 아름다운 팝 앨범이다.

초기의 예술지향적인 음악에서 팝으로의 짧은 변화, 그리고 오랜 침묵 후에 부드러운 감성의 팝 명반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록시 뮤직(Roxy Music)의 아발론(Avalon)이 떠오르기도 한다. 격정은 줄어들었지만 모든 것이 너무나 매혹적이다. 과거와 현시대의 마력을 이용해 부드럽게 속삭이는 그녀의 마력은 청자를 회고적인 낭만의 세계로 이끌어 현실에 찌들어 있는 자신을 잊어버리고 정신이 아득해진 상태로 만들어 저택 밖으로 다시는 나오고 싶지 않게 만들 것이다. 20051203 | 프시초 youmakemerealize@hotmail.com

9/10

수록곡
[Disc: 1] 1. King of the Mountain
2. Pi
3. Bertie
4. Mrs. Bartolozzi
5. How to Be Invisible
6. Joanni
7. A Coral Room

[Disc: 2] 1. Prelude
2. Prologue
3. An Architect’s Dream
4. Painter’s Link
5. Sunset
6. Aerial Tal
7. Somewhere in Between
8. Nocturn
9. Aerial

관련 사이트
Kate Bush 공식 사이트
http://www.katebush.com/
Kate Bush 팬 사이트
http://www.katebush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