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Fi – Stars Of CCTV – Atlantic, 2005 Beat Machine 영국 미들섹스(Middlesex) 근교 스테인스(Staines) 출신인 하드파이(Hard-Fi)라는 밴드는 2002년에 결성되어 올해 인상적인 활동을 보여준 신인 밴드 중 하나이다. 리더인 리차드 아처(Richard Archer)가 자신들이 도시 변두리 출신이라는 언급을 자주 해서 일부 언론에서는 이들을 도시 변두리의 잉태물이라고 호칭하거나, 스카 펑크(scar punk)로부터 영향 받은 다른 밴드들과 함께 엮어 ‘뉴 스카 리바이벌 무브먼트(new-ska revival movement)'(잘도 갖다 붙인다)의 일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하이파이의 첫 앨범 ‘Stars Of CCTV’에는 스카뿐만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요소들이 혼재되어 있다. 이것은 다른 신인 밴드들의 공통된 특징이기도 하지만 하드파이는 음악에 접근하는 방식이 조금 이채롭다. 다른 신인 밴드들이 예전에 있었던 몇 가지 스타일을 재해석해 하나의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데에 상당히 집착하는 반면, 하드파이는 그러한 집착이 그리 크지 않으며 밴드 자신들의 애티튜드를 보여주기 위해 그것들을 적절히 활용한다. 세상에 대해 시니컬한 불평과 조소, 성공하고 싶은 열정, 현대 도시 안에서의 쓸쓸함… 이 이야기는 밴드의 프론트맨, 리차드 아처의 이야기다. 2004년에 하드파이는 300파운드를 들여 EP [Stars Of CCTV]를 500장 찍어냈다. 리차드 아처가 직접 프로듀싱한 이 EP는 네써세리 레코드(Necessary Records)라는 소규모 레이블을 통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고 이 일을 계기로 메이저 레코드사인 아틀란틱(Atlantic)과 계약해 [Stars Of CCTV]를 완판(full-length)으로 다시 만들었다. 이들의 음악은 특정 파트의 악기에 의존하기보다 드럼과 베이스를 이용해 일정한 리듬을 늘어놓고 (기교 있는) 보컬이 만들어내는 멜로디에 기타 노이즈와 신서사이저가 덧붙여지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인데, 비트 중심의 이들의 사운드는 “Middle Eastern Holiday”같은 트랙에서 비트에 맞춰 각각의 악기 파트가 드문드문 등장하다 한꺼번에 조합될 때 청자에게 강렬한 느낌을 선사한다. 킬러스(The Killers)나 에디터스(The Editors)처럼 스트레이트하게 몰아붙이거나 노이지하게 폭발하지 않고서도 대동단결만으로 효과적인 사운드를 만들어간다는 건 이들의 빛나는 개성 중 하나이다. 또한 이들은 런던 펑크나 90년대 브릿팝, 클럽용 유로팝, 2000년대에 유행한 포스트 펑크에 대한 재해석까지 과거의 유산들을 소화한 후 자연스럽게 활용해낸다. 그래서 이들을 듣고 과거의 어떤 밴드를 떠올리다가도 그 부분만을 자세히 집어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형식은 조금 다르지만 “Gotta Reason”같이 반복적인 그루브를 유도해내는 트랙도 눈에 띄고 차분한 트랙도 몇 곡 있는데, 이 트랙들은 비트 중심의 요란한 트랙들 사이에서 주의를 환기하려는 의도로 넣어졌지만 허접한 트랙들이 아니다. 특히 앨범을 어쿠스틱하게 마무리하고 있는 “Stars Of CCTV”(비트는 이 트랙에서도 여전하다)는 리차드 아처의 감성적인 목소리뿐만 아니라 위트 있는 가사 역시 주목해 볼 만하다. 하지만 앨범 내에 동일한 재료를 이용해 비슷한 조리법으로 만든 트랙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면서 곡들간의 변별력이 줄어드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전자 드럼처럼 투박하게 일관하는 드럼은 하나의 곡 안에서는 어떨지 모르지만 곡들이 반복되면서 그것의 효용성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각각의 곡들은 잘 만든 개성 넘치는 곡들이되 같이 뭉뚱그려 놓으니 방금 먹은 것이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이 안 되는 것이다. 이것은 EP를 완판으로 다시 만드는 과정에서 곡의 순서가 바뀌면서 일어난 것 같은데 리차드 아처와 함께 프로듀싱을 한 네써세리의 사장이 거의 도움을 주지 못했을 것이라는 추측에 한 표 던진다. 하드파이와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으며 스카라는 공통분모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요 몇 년간 나타난 신인 밴드 중 1990년대 브릿팝 사운드에 가장 가깝게 들리는 카이저 치프스(The Kaiser Chiefs)와 오디너리 보이스(The Ordinary Boys)* 등과 하드파이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두 밴드 다 브릿팝의 거물 프로듀서 스티븐 스트리트(Stephen Street)의 손길을 거쳤다). 근래에 나타나는 밴드들이 워낙 소포모어에 취약한 걸 생각해보면 저들 중 최후의 일인이 누구일지 해답은 금방 나올 것이다. 20051123 | 프시초 youmakemerealize@hotmail.com 7/10 * 오디너리 보이스의 경우 올해 낸 앨범이 두번째 앨범임. 수록곡 1. Cash Machine 2. Middle Eastern Holiday 3. Tied Up Too Tight 4. Gotta Reason 5. Hard To Beat 6. Unnecessary Trouble 7. Move On Now 8. Better Do Better 9. Feltham Is Singing Out 10. Living For The Weekend 11. Stars Of CCTV 관련 사이트 Hard-Fi 공식 사이트 http://www.hard-fi.com Necessary 레코드 공식 사이트 http://www.necessaryrecord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