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ck Cave And The Bad Seeds – Abattoir Blues/The Lyre Of Orpheus – Mute, 2004 다시 밴드로 닉 케이브 앤드 더 배드 시즈(Nick Cave And The Bad Seeds)는 2003년 다소 실망스러운 앨범 [Nocturama]와 라이브 DVD [God Is In The House]를 발매했다. 2004년에는 뮤직비디오를 모은 DVD [The Videos]를 발매했다. 베스트앨범은 1998년에 이미 발매된 상태이다. 한때 잘 나갔던 밴드가 창조력을 잃게 되면, 컴필레이션 앨범이나 DVD를 발매한다. 가끔은 새 앨범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러한 앨범들은 대부분 별 볼일 없는 수준의 앨범들이다. 그래서 2003년의 닉 케이브는 불안해 보였다. 이제는 한물간 아티스트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거기에 버쓰데이 파티(Birthday Party)시절부터 닉 케이브와 함께 한 블릭사 바르겔드(Blixa Bargeld)의 탈퇴소식은 이러한 불안감을 쉽게 증폭시켜주었다. 전작 [Nocturama]은 졸작이 아니다. 단지 전 앨범들과 다른 방향을 시도해 본 그저 그런 앨범일 뿐이다. 크리스 베일리(Chris Bailey)와 함께 한 싱글 “Bring It On”은 평범한 편이었고,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Babe, I’m On Fire”는 인상깊기만 했다. 14분이 넘는 시간동안 과도한 에너지 폭발을 보여주는 “Babe, I’m On Fire”로 앨범을 끝낸 것 보면, 닉 케이브 자신도 [Nocturama]를 재미없게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Abattoir Blues/The Lyre Of Orpheus]는 자연 친화적인 박스 안에 두 개의 CD가 들어있는 더블 앨범이다. 로큰롤 앨범이라 할 수 있는 [Abattoir Blues]는 연한 분홍색 종이 케이스에 들어있으며, 앞의 앨범에 비해 부드럽고 사색적이며 우울한 앨범이라 할 수 있는 [The Lyre Of Orpheus]는 연한 녹색 종이 케이스에 들어있다. 아마도 이러한 디자인 덕분에 (아직도) 국내 발매가 안된 모양이다. 이번 앨범이 전 앨범들에 비해 크게 달라진 점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닉 케이브가 닉 케이브 앤드 더 배드 시즈라는 ‘밴드’로 되돌아 왔다는 것이다. 1990년대부터 닉 케이브 앤드 더 배드 시즈는 점점 닉 케이브라는 싱어송라이터와 그의 백밴드로 변해갔다. 밴드의 중요한 멤버 믹 하비(Mick Harvey)의 솔로 활동도 그 무렵부터 시작되었다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앨범에서는 다시 모든 멤버들의 비중이 중요하게 변했다. 두 번째, 런던 커뮤니티 가스펠 합창단(London Community Gospel Choir)의 참여이다. 초기부터 닉 케이브와 함께 으르렁거리기도 하고 비틀거리기도 하던 배드 시즈의 백킹 보컬은 이번 앨범에서 런던 커뮤니티 가스펠 합창단에게 대부분의 자리를 내주었다. 결국 전 앨범들에 비해 로킹하고 끈적끈적한 앨범이 되었다. 밴드는 첫 곡 “Get Ready For Love”부터 전 앨범의 “Babe, I’m On Fire”로 완전히 몸을 풀었다고 자랑하듯 휘몰아치는 소리를 들려준다. 거기에 런던 커뮤니티 가스펠합창단이 백킹 보컬(그것도 “Praise Him!”이라 외치는)로 색다른 느낌을 불어넣어, 전 앨범에서 내뿜던 힘과는 다른 힘을 내뿜는다. 한편, 닉 케이브 특유의 느린 그루브를 가진 “Abattoir Blues”같은 곡에서는, 사랑과 신과 세상에 대해 항상 고민하는 그의 가사가 런던 커뮤니티 가스펠합창단과 어울려 굉장히 독특한 울림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느린 그루브를 가진 예전 곡들(“Stagger Lee”, “Well Of Misery” 등)에 비해 종교적이고 진지한 울림이다. [Abattoir Blues/The Lyre Of Orpheus]는 전 앨범들에 비해 거칠고 덜 세련되게 만들어졌다. 덕분에 투박하지만 자연스러운 앨범이 되었다. [Abattoir Blues]의 “Hiding All Away”같은 거칠고 삐걱거리는 곡에서부터, [The Lyre Of Orpheus]의 “Babe, You Turn Me On”같이 절제된 ‘닉 케이브표 발라드’까지 그러한 자연스러움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덕분에 이번 앨범은 전 앨범들에 비해 더 진솔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닉 케이브의 팬들 중 일부는 이번 앨범에서의 변화를 반갑게 여기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로큰롤을 잘 이해하는 몇 안 되는 뮤지션 중 하나에게 항상 [No More Shall We Part]같은 것만 요구할 수는 없다. 이번 앨범의 변화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팬들도 이번 앨범을 듣고 나면, 닉 케이브가(혹은 닉 케이브의 창조력이) 죽지 않았음을 쉽게 느끼고 안심할 것이다.(Abattoir Blues – 5/5, The Lyre Of Orpheus – 4/5) 20051112 | 고두익 nosf@magicn.net 9/10 수록곡 Abattoir Blues 1. Get Ready For Love 2. Cannibal’s Hymn 3. Hiding All Away 4. Messiah Ward 5. There She Goes, My Beautiful World 6. Nature Boy 7. Abattoir Blues 8. Let The Bells Ring 9. Fable Of The Brown Ape The Lyre Of Orpheus 1. The Lyre Of Orpheus 2. Breathless 3. Babe, You Turn Me On 4. Easy Money 5. Supernaturally 6. Spell 7. Carry Me 8. O Children 관련 글 Nick Cave And The Bad Seeds [Murder Ballads] – vol.3/no.9 [20010501] Nick Cave And The Bad Seeds [The Boatman’s Call] – vol.3/no.9 [20010501] Nick Cave And The Bad Seeds [No More Shall We Part] – vol.3/no.9 [20010501] 관련 사이트 Nick Cave And The Bad Seeds 공식 사이트 http://www.nickcaveandthebadseed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