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및 장소: 2005년 10월, e-mail 인터뷰
질문: 차우진
정리: 차우진

해파리소년의 이름을 처음 본 것은 약 1년 전, 온라인에서였다. 서핑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그의 블로그에서 우연히 그의 음악을 듣게 되었다. 본인은 모르겠지만, 그 뒤로 종종 그곳에 들러 그의 음악을 듣거나 사진을 보고 오곤 했다. 그리고 얼마 전, 해파리 소년의 데뷔 음반 소식을 들었다.

해파리 소년의 음악은 장르적으로 구분하자면 일렉트로니카, 트립합 정도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음악 이력은 작년, 카바레 레이블에서 디지털 싱글 두 곡을 발표한 것이 전부. 사회적 관계들이 인터넷과 블로그를 통해 확장되는 변화들은 음악을 만들고 배포하는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 그 변화가 대세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단언할 수 없겠지만 어쨌든, 우리가 흔히 ‘인디’라고 부르는 미학적, 정치적 토양에서 어떤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해파리 소년은 2000년 이후 등장한/하고 있는 인디 아티스트들의 한 경향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해파리 소년은 현재 안산에 살고 있다. 직접 대면해서 얘기를 나누는 것이 아티스트 본인과 독자들에 대한 예의겠지만, 거리와 시간상의 문제로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용한 듯, 조심스러운 그의 어투와 이모티콘으로 그의 이미지를 유추해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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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iv]: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포함하여,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해파리소년: 중학교때 반장이 맥가이버 주제가를 피아노로 치는 모습을 보고 반해서 부모님을 졸라 키보드를 구입. 그 때부터 혼자 음악을 시작했다고 생각이 되요. 본격적인 건 대학교 때 음악동아리에서 이것저것 많이 배우고… 그러다 결국 밴드한답시고 학교까지 때려치고..ㅋㅋ 그렇게 시작하게 됐습니다. 자기소개는 정말 자신 없는데… 그냥 음악을 좋아하는 평범한 소년(이고 싶은 사람)입니다. ^ㅡ^

[weiv]: 현재, 활동은 어디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요?

해파리소년: 아직은 활동을 안하고 있습니다. 준비해야할 것들이 조금 있어서.. 준비만 되면 주로 홍대 주변에서 하게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꼭 홍대 주변에서만 하란 법은 없지요. ^ㅡ^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싶습니다.

[weiv]: 해파리 소년의 사운드를 공연장에서 재현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해파리소년: 글쎄요… 아직은 모르겠지만… 노트북과 함께 공연할 생각이라 그다지 어려움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꼭 앨범사운드와 같은 포맷으로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구요. 같은 곡이라도 다양한 버전으로 해볼 생각입니다.

[weiv]: 공연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해주세요.

해파리소년: 음… 분위기와 새로움… 일 것 같네요. 앞으로 여러 가지 포맷으로 공연을 할 예정입니다. 위에서처럼 꼭 음반에 실린 포맷대로 공연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는 게 저 스스로도 제 음악에 질리지 않을 한가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요^ㅡ^

[weiv]: 1집 [Everyday Trouble]은 사운드는 일렉트로니카에 가까우나 정서적으로는 록 음악에 가깝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Everyday Trouble”이나 “날아가”, “Flatting Cat Girl”과 같은 보컬이 들어간 트랙들이 그렇습니다. 해파리 소년의 음악적 정체성에 대해서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해파리소년: 음악적 정체성… 음… 어려운 말이군요.. 크크.. 느끼신 대로 일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는 리믹스 음악이나 테크노, 랩 음악 같은 걸 좋아했었어요. 물론 지금도 좋아 하구요. 그리고 고등학교 때부터 락 음악을 듣기 시작했고… 음악도 락 밴드로 시작했고. 그래서 그 두 가지가 미묘하게 섞이게 된 거 같네요 ^ㅡ^;;
사실 음악적으로 욕심이 엄청나서… 이것저것 많이 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딱히 장르를 정해놓고 하고 싶지도 않구요. 잘못하면 자기색깔이 없어질 수도 있을 거 같지만. 아직 성장(?)하는 단계라 정체성이 완성되어지려면 조금 더 있어야 할 거 같아요.^ㅡ^;;

[weiv]: 주로 어떤 장비를 사용하고 계십니까?

해파리소년: 아… 제가 장비욕심이 별로 없어서 장비랄 게 없습니다. 그냥 컴퓨터랑.. 조그만 미니 믹서.. 딸딸이 기타… 허접 마이크.. 뭐 이 정도입니다..

[weiv]: 보통 곡 작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됩니까? 곡의 소재를 찾아내는 것과 그것을 풀어내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해파리소년: 여러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쇼파에 누워 티비를 보다가 머릿속에서 서서히 사운드가 하나,둘씩 차올라가며…딩!!! 자려고 누웠는데 머릿속에서 연주가 시작되요… 그러다 딩!!! 곡 좀 만들어 볼까 .. 라고 생각하면서 작업을 하기도 하고. 컴퓨터로 이것저것 쪼물딱 거리다보면 슬슬 감이 잡히고. 그러다 완성되고. 통기타 치면서 놀다가 딩!! 하고 신호가 오기도 해요. 아.. 영화보다가도 가끔 신호가 와요. 대부분 이런 잡다한 신호로 작업을 하기 시작합니다.

물론 항상 술술 잘 풀리진 않아요. 그럴 땐 게임을 하거나 다른 짓을 합니다. 한 시간이든 다음 날이 든 조금 시간을 갖고 한참 후에 다시 들어보고. 그러다가 대부분 완성되지만. 아직 까지도 완성 안된 것들도 꽤 있습니다. ㅠㅜ

[weiv]: 계절 탓인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사운드가 쓸쓸하게 들립니다. 물론 쓸쓸한 사운드라는 게 정해져 있지는 않겠지만, 제게는 그렇게 들린다는 얘기입니다. 제 생각엔 이것은 해파리 소년만의 특성이라기보다는 최근 뮤지션들의 한 경향 같습니다. 음악 스타일을 고민하는 것과 동시에 서정성, 그러니까 멜로디나 사운드의 질감(녹음과 같은 기술적 프로세스)에도 더 많은 신경을 쓴다는 얘기인데요. 본인의 경우는 어떤가요?

해파리소년: 음악은 일단 코드 진행과 멜로디 라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편곡적인 부분이 중요하고 그 다음이 가사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사 쓰는 걸 제일 어려워하고 있어서 ^ㅡ^;;;

쓸쓸하거나 우울한 걸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학교 다닐 때 동아리에서 통기타 치면서 즉흥노래를 많이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니 노래는 너무 우울하다 는 얘기를 했어요. ㅋㅋ
결국 제 정서가 조금은 그런 거 같아요. ^ㅡ^;; 우울하려면 팍 우울하고 신나면 팍 신나고.

그 다음으로 음악적인 질감을 만들어 가는 부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합니다. 사실 이 부분은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서 중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외국음악들 많이 들어보면 우리나라음악에선 쉽게 느낄 수 없는… 그런.. 미묘한… 질감의 차이가 있더라구요.
미술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와는 조금은 다른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거 같아요. 종이 질 자체가 틀려서 그런지 같은 사운드라도 느낌이 달라요. 그게 항상 좋지만은 않지만… 배울 건 있어요. 그렇다고 우리나라 음악에서 배울 게 없다는 건 아닙니다. 우리음악도 많이 훌륭하죠. ^ㅡ^;;

너무 당연한 얘기만 했나요?? ㅋㅋ

[weiv]: 혹시, 작업할 때 참고했던 밴드나 뮤지션의 음반이 있는지요? ‘이 정도의 사운드라면 좋군’정도의 의미에서 말입니다.

해파리소년: 평소에도 이것저것 음악을 많이 듣는 편이라 여기저기서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겁니다. 꼭 언급을 하자면 Infant Song을 만들 땐 MUM 의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작업할 때마다 다른 뮤지션들의 음악을 참고하진 않아요. 그냥 제 마음대로 하는 게 가장 속 편하죠. ^ㅡ^

[weiv]: 처음엔 록 밴드로 음악활동을 시작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밴드 활동을 하던 때와 개인 작업을 하는 것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어떤 것이 ‘창작자로서의 자신’에게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해파리소년: 음… 혼자 하는 게 편하긴 편합니다. 밴드할 때도 제가 곡을 쓰긴 했지만 여러 사람들과 작업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구요. 여러 가지 갈등요인도 생기고.
그래도 밴드할 땐 여럿이라 든든함 같은 게 항상 있었는데 혼자 하니까 많이 외롭더라구요 ㅋㅋㅋ 두 가지 다 장단점은 있어요. 작업적인 부분만 따지고 보면 혼자 하는 게 편합니다.

[weiv]: 앞서의 질문과 연관해서 해파리 소년의 음악적 방향을 전자음으로 선택한 까닭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해파리소년: 선택이라기 보다는. 그냥 제 감성이나 느낌이 자연스레 그 쪽으로 흘러간 거 같아요. 지금도 그렇지만 꼭 전자음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자음이 좋아요. 앞으로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이런 포맷으로 계속 음악작업을 진행할 거 같아요.

[weiv]: 처음 악기를 연주했을 때는 언제였고, 무엇을 연주했습니까?

해파리소년: 앞서 말씀드렸듯이 키보드를 가장 처음 접했어요. 혼자서 책보며 이것저것 눌러보고 그 때부터 곡도 쓰기 시작했어요 ㅋㅋ

[weiv]: 음악을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때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입니까?

해파리소년: 앞으로 조금 더 행복하고 조금 더 힘들 일이 있을지 모르지만. 밴드 할 때 가장 행복했고 밴드가 서서히 사라질 때, 조금 그랬던 거 같아요. 하지만 딱히 힘들지도 않았고. 음악한다는 거 자체가 제겐 행복이라. ㅋㅋ 일부러 힘들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하고 즐기려고 많이 노력합니다.

[weiv]: 첫 앨범을 받아 들고 했던 생각은?

해파리소년: 앨범 커버가 참 이쁘구나… 라고 생각하며 멍해있었어요. 솔직히 아직 까지는 실감도 안나고.. 별다른 느낌도 없어요. 그래도 계속 한 우물을 파다보니까 결국 뭔가 하나는 이루는 구나. 이런 생각은 들더라구요. ^ㅡ^ 암튼 기분은 좋아요.

[weiv]: 이번 앨범에서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있다면 어떤 곡입니까,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 없다’는 생각은 버리시고 하나만 지목해 주십시오. 그리고 그 이유는 뭔가요?

해파리소년: “날아가”란 곡을 가장 좋아해요. 밴드 시절에 만든 곡이기도 하고, 그 당시에도 제가 가장 아끼던 곡이구요. 그 때는 굉장히 신나는 분위기의 곡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우울해져 있죠. 옛날 생각도 나고.

[weiv]: 사랑, 혹은 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런 생각이 반영된 트랙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해파리소년: 대부분의 곡들이 그런 뉘앙스를 풍기긴 하지만 가장 확실하게 반영된 트랙은 “선웃음”이란 곡인 거 같아요. 만나면 사랑하게 되고 언젠간 헤어지게 되죠. 그리고 또 다른 사랑을 만나게 되겠죠. 그리고 그 누군가와 또 다른 사랑을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을 하기도 하고.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게 사랑인거 같아요. 아프기도 하고 좋기도 하고, 너무 힘든 일인 거 같아요. 양희은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가 생각나는군요. ㅠ.ㅠ

[weiv]: 홍대 앞에서 활동하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이 있다면 어떤 게 있습니까?

해파리소년: 별의 별 인간들이 많이 있구나… 홍대가 아니더라도. 어딜 가도 항상 인상적인 건 인간 자체 인 거 같아요. 세상엔 정말 인간같지 않은 인간들이 많지요~(좋은 의미 ^^) 어찌 보면 저도 누군가에겐 인상적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weiv]: 개인적으로는 음악 씬이란 아티스트가 음반을 발매하거나 공연을 하는 것 이외에도 그 지역의 뮤지션들과, 또한 팬덤 커뮤니티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느냐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현재 ‘홍대 앞’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공간에는 일렉트로니카 씬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면 그 안에서 어떤 활동을 해보고 싶으신지요?

해파리소년: 존재하고 있는 걸로 알구요. 지금 제가 하는 음악스타일과는 많이 다른 것을 해보고 싶어요. 물론 언젠가는 프로젝트를 만들어서라도 하겠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다양한 걸 해보고 싶은 그런 욕심은 많이 있습니다.

[weiv]: 다른 뮤지션들과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가깝게 지내는 뮤지션이 있다면 누구인가요?

해파리소년: 없습니다. 하지만 가깝게 지내고 싶은 뮤지션은 많이 있습니다. ^^

[weiv]: 음악과 관련하여 온라인/오프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해파리소년: 활발하게는 아니지만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온라인에서만 하고 그다지 많은 곳에 속해있지도 않습니다. 가장 활발하게 하는 곳은 아무래도 제 블로그가 되겠네요. ^^

[weiv]: 앞으로의 활동은 어디에 중점을 두고 계신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웨이브 독자들에게 가볍게 한 두 마디 해주세요.

해파리소년: 아무래도 공연에 중점을 두겠지만 기회가 되면 여러 가지 방면으로 활동을 해보고 싶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프로젝트 같은 것도 생각하고 있구요. 제 느낌대로, 제 몸이 가는 대로 할 거 같습니다. ^ㅡ^

긴 글 읽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ㅡ^;; 20051018 | 차우진 lazicat@empal.com

관련 사이트
해파리 소년의 음악 공작소
http://blog.naver.com/jelly_boy

파스텔뮤직
http://www.pastelmusi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