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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 Eerie – No Flashlight: Songs Of The Fulfilled Night – P. W. Elverum & Sun, 2005

 

 

꿈속의 소닉 노마디즘(Nomadism)

원맨 밴드 마이크로폰즈(The Microphones)를 이끌었던 필 엘브럼(Phil Elvrum)은 독특한 색채의 록 실험주의를 실천해 온 인디 록계의 브레인 가운데 한 명이다. 마이크로폰즈의 음악적 스펙트럼은 어쿠스틱 기타 중심의 로-파이 포크, 몽환의 극단으로 치닫는 싸이키델릭 록, 불길하고 거칠게 뭉그러지는 노이즈와 앰비언트 음향실험에까지 펼쳐졌다. 특히 이러한 다채로운 음향 속에 도사린 섬세한 멜로디와 화성은 그의 음악적 실험을 더욱 빛나게 하는 요소이다.

필 엘브럼은 마이크로폰즈의 최고작인 [The Glow Pt. 2](2001)와 컨셉트 앨범 [Mount Eerie](2003)를 발표한 뒤 공연활동을 이어가던 2004년에 새로운 프로젝트인 마운트 이어리(Mount Eerie)를 시작하게 된다(그의 마지막 정규 앨범명에서 따온 \\\’Mount Eerie\\\’는 유년시절 그가 살던 동네 산의 이름이라고 한다). 그는 그 해 34곡의 실황연주를 담은 [Live in Copenhagen]과 CD-R 포맷에 200장도 안되는 한정반으로 발매된 EP [Seven New Songs of Mount Eerie]([음원 다운로드])를 발표했으며, 올해 들어서는 과거에 녹음했던 9곡의 미발표곡을 담은 EP [Singers]를 내놓은 바 있다. 그리고 마침내 마운트 이어리의 이름을 단 첫 정규 앨범 [No Flashlight: Songs Of The Fulfilled Night]을 그의 독립 레이블 P. W. Elverum & Sun을 통해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 앨범은 어쿠스틱 기타와 퍼커션, 피아노 등 어쿠스틱 악기 위주의 음울한 포크 송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반면 그의 장기인 극단적 음향 실험은 대폭 축소되어 있다. 즉 마이크폰즈 시절 그가 자주 만들어냈던 범종 소리나 심장박동음, 라디오 노이즈 등의 앰비언트적 음향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또한 \\\”Map\\\”과 같은 비장미 충만한 프로그레시브 록, \\\”I Want to Be Cold\\\”와 같은 하드 로킹 넘버, \\\”Samurai Sword\\\”와 같은 광포한 노이즈 드라이빙 등 [The Glow Pt. 2]의 파격적인 사운드에 매료되었던 청자라면 이 앨범은 다소 심심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I Hold Nothing\\\”의 인트로 부분에 엄습해 오는 기괴한 노이즈의 파열, 동물 울음소리 같은 기성(奇聲)과 극단적인 노이즈가 휘몰아치는 압도적인 트랙 \\\”The Moan\\\” 등 필 엘브럼 특유의 노이즈 운용법은 이 앨범에도 계승되고 있다.

초반부의 노이즈 실험에 이어 6번째 트랙인 \\\”(2 Lakes)\\\” 이후는 퍼커션과 간소한 어쿠스틱 기타 연주를 바탕으로 보컬이 중심이 되는 포크 송들이 이어지고 있다. 노이즈와 앰비언트 음향을 대신하고 있는 것은 민속음악적 무드를 조성하는 다채로운 퍼커션 비트와 필 엘브럼의 내향적인 보컬 파트이다. \\\”No Inside, No Out\\\”과 \\\”The Universe is Shown\\\”의 에쓰닉한 퍼커션 플레이는 그가 제시하는 또다른 실험적 접근으로 보이며, 일체의 기교와 감정이입을 배제한 채 웅얼거리는 듯한 창법은 아랍 스트랩(Arab Strap) 못지 않게 음울하고 스산하다.

그러나 앨범 전체에 대한 느낌은 뚜렷하지 않으며 이 점이 앨범의 묘한 매력이다. 이 앨범은 어디에도 붙박히지 않고 떠도는 듯한, 실체가 불분명한 사운드의 공명을 통해 이질적인 청각적 체험을 유도한다. 한 마디로 마치 유목(Nomadism)의 사운드 같다. 그가 직조한 사운드는 노이즈의 추상공간과 무조(無調)와 해체의 전위 지대, 지점이 불분명한 민속음악의 영역, 그리고 거칠고 모호한 어쿠스틱 기타음과 음울한 스포큰 워드가 스며드는 음유의 골방까지 혼령처럼 떠돌고 있다. 그것은 \\\”기괴한 산\\\”이라는 기괴한 이름을 가진, 존재를 확신할 수 없는 \\\’이어리 산\\\’을 휘감던 꿈속의 바람소리를 닮았는지… 아니, 그것은 “No Flashlight”에서 그가 선언하듯 섬광(flashlight)도 친구도 없는 산속이나 호수의 바닥, 혹은 노래 속에서만 존재하는 또 다른 세계를 향한 불투명한 잠언의 소리인지도 모른다. 20051003 | 장육 jyook@hitel.net

8/10

수록곡
1. I Know No One
2. I Hold Nothing
3. The Moan
4. In the Bat\\\’s Mouth
5. No Inside, No Out
6. (2 Lakes)
7. Stop Singing
8. No Flashlight
9. (2 Mountains)
10. The Air in the Morning
11. The Universe is Shown
12. What I Actually Am
13. How?
14. No Flashlight
15. (2 Moons)

관련 글
Microphones [Glow, Pt. 2 ] 리뷰 – vol.4/no.23 [20021201]

관련 사이트
P. W. Elverum & Sun 공식 사이트
http://www.pwelverumandsun.com
K 레코드의 Microphones/Mount Eerie 페이지
http://www.kpunk.com/html/artists/artistbio.php?interest=24
Microphones/Mount Eerie 데이터 베이스 사이트
http://mounteerie.trivialbei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