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920104154-antony

Antony and the Johnsons – I Am A Bird Now – Secretly Canadian/Rough Trade, 2005

 

 

카바레 퀴어 싱어의 충격적 절창

얼마전 열린 머큐리 음악상 시상식에서 큰 이변이 있었다. 평론가들의 호평과 대중적 인기를 거두어들인 콜드플레이(Coldplay), 블록 파티(Bloc Party), 카이저 치프스(Kaiser Chiefs) 등의 영국 밴드들을 제치고 비교적 무명에 가까운 앤토니(Antony)라는 뉴욕 출신의 싱어송라이터가 최고 영예인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한 것이다. 그 자신도 말이 안되는 결과라고 놀라워 했다지만 최근의 각종 음악상을 통틀어 가장 적절하고 흥미로운 선정이라 평가하고 싶다.

앤토니(본명은 Antony Hegarty)는 캘리포니아 태생으로서 1990년대에 뉴욕시로 이주해 술집과 나이트클럽 등을 돌며 아마추어 뮤지션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피아노 연주와 송라이팅에 능한 뮤지션인데, 다소 스산하기까지 한 중성적 외모와 성 정체성은 그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그는 몇 편의 영화에도 출연한 적이 있는데, 특히 스티브 부세미(Steve Buscemi)가 연출한 인디 영화 [애니멀 팩토리(Animal Factory)](2000)에서는 양성애자 죄수로 등장하여 노래하는 장면을 찍기도 했다.

20050920104154-antonypic

스산하기까지 한 앤토니의 모습

그의 밴드 앤토니 앤 더 존슨즈(Antony and the Johnsons)의 두 번째 정규 앨범 [I Am A Bird Now]는 비교적 스탠다드한 재즈/블루스적 연주를 바탕으로 한 카바레(cabaret) 사운드에 가깝지만 현과 브라스의 활용이 두드러진 실내악 풍의 무드에서 챔버 팝(chamber pop)적인 요소도 발견된다. 그러나 이 앨범은 앤토니의 노래만으로 장르와 스타일을 뛰어넘는 가치를 지닌다. 그의 창법은 굵직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연약한 중저음과 섬세하고 격정적인 바이브레이션으로 표현할 수 있다. 굳이 비교하자면 니나 사이몬(Nina Simon)이나 제프 버클리(Jeff Buckley)가 연상되는데, 감상할수록 마치 마법에 빠지는 듯 신비롭다.

앨범의 대표곡이자 완벽에 가까운 발라드인 \”Hope There\’s Someone\”에서 그가 구사하는 \’토치(torch) 창법\’은 마치 애절하게 속울음을 우는 듯한 절창이다. 또한 이곡의 뮤직 비디오는 홀로 잠에서 깨어나는 중년 여성의 쓸쓸한 감정과 관능적인 몸짓을 느린 화면으로 잡아내고 있는데, 이런 에로티시즘은 유혹적이기보다는 음울한 탐미주의의 냄새를 풍긴다. 그리고 극한의 외로움에서 생긴 공포와 불면증을 토로하며 사랑을 갈망하는 이 곡의 가사는 블랙홀 같이 깊고 쓸쓸하다. \”나를 돌봐줄 그 누군가가 있었으면 / 내가 죽어갈 때, 찾아갈 수 있는 / … / 잠자리에 들어설 무렵 지평선 위에는 유령이 있네 / 어떻게 잠 들수 있을는지 / 어떻게 내 머리를 쉴 수 있을는지….\” 이렇듯 수록곡들의 가사에는 절박한 내면고백이 담겨 있는데, 양성애자로서 느끼는 혼란과 열망을 드러내기도 한다.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한 직설적인 고백인 \”For Today I am a Boy\”에서 그는 \”어느날 내가 더 자라면 나는 아름다운 여자가 되겠지 / … / 그러나 오늘 나는 어린아이일 뿐, 단지 소년일 뿐 / … / 어느날 내가 더 자라면 내 몸속에 자궁이 있음을 알게 되겠지 / 어느날 내가 더 자라면, 그것은 풍만하고 순수하게 느껴질 테지…\”라고 노래한다.

감정을 절제하지 않고 뿜어내는 앤토니의 보컬에 비해 기악 파트는 피아노와 스트링을 중심으로 미니멀한 연주에 치중하고 있지만 보컬에 압도된다기보다는 미세한 곡조의 변화와 강약과 고저를 넘나들며 한치의 군더더기 없이 우아하게 펼쳐진다. 나직한 발라드로 진행되던 \”Hope There\’s Someone\”는 중반부 이후 충만한 공간감을 조성하는 격정적인 피아노 연주가 잦아들며 앤토니의 아름다운 허밍음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또 고즈넉한 소야곡(serenade) 같은 \”Bird Gerhl\”은 피아노와 현이 뒤엉키며 불협화음을 조성하여 단아한 화성진행에 실험적 요소를 절묘하게 배합하고 있다. 앨범 곳곳에 그와 친분이 있는 유명 뮤지션들의 협연이 곁들여져 있는 점도 연주의 묘미를 더한다. 동성애적 성정체성을 지닌 그의 어린 시절 우상이었다는 보이 조지(Boy George)와의 듀엣송인 \”You Are My Sister\”는 단순한 협연을 뛰어넘는 연대의 하모니이며, 역시 그의 재능과 영감에 반해서 자주 협연하는 것으로 알려진 루 리드(Lou Reed)는 앨범에서 가장 파워풀하고 화려한 \”Fistful of Love\”의 기타 연주를 맡았다. 이 곡은 루 리드의 내레이션이 삽입된 벨벳 언더그라운드(The Velvet Underground) 풍의 인트로를 지나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흐느끼는 듯(whining)\’ 곡조를 이끌어가는 루 리드의 기타 선율과 브라스 연주, 앤토니의 힘 있는 소울 창법이 어울려 가장 풍성하고 쾌활한 무드를 형성하고 있다. 그 밖에 러퍼스 웨인라이트(Rufus Wainwright)가 노래한 \”What Can I Do?\”, 데벤드라 반하트(Devendra Banhart)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발라드 \”Spiraling\”도 흥미로운 트랙들이다.

이미 올해 최고작의 반열에 오른 [I Am A Bird Now]는 최근의 영미 팝음악 씬에 던지는 일종의 통렬한 반전과도 같다. 개성이 부족한 무미건조한 복고풍 스타일의 혼성교배와 첨단 사운드는 난무하고 있지만, 이토록 원초적인 육성의 아름다움과 감동을 전해주는 작품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말이다. 마치 오페라의 아리아를 부르듯 감정의 극한으로 치닫는 그의 절창은 고통스럽기까지 하고 그가 토로하는 고백은 한 없이 감상적이어서 부담스럽게 느낄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가슴 한 곳을 뻐근하게 만드는 목소리의 호소력은 위력적이다. 그리고 송라이팅 능력과 신비로운 가창력을 지닌 그의 재능이 이제 만개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제프 버클리를 잇는 위대한 싱어의 탄생을 조심스레 기대해보아도 좋을 것이다. 20050917 | 장육 jyook@hitel.net

10/10

수록곡
1. Hope There\’s Someone [뮤직비디오]
2. My Lady Story
3. For Today I am a Boy
4. Man Is the Baby
5. You Are My Sister
6. What Can I Do
7. Fistful of Love
8. Spiralling
9. Free At last
10. Bird Gerhl

관련 사이트
Antony and the Johnsons 공식 사이트
http://www.antonyandthejohnsons.com
Secretly Canadian의 Antony and the Johnsons 페이지
http://www.secretlycanadian.com/artist.php?name=anto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