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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구스(The Mongoose) – Dancing Zoo – 비트볼, 2005

 

 

Not Dancing is a Crime

몽구스의 데뷔앨범 [Early Hits of the Mongoose](2004, 이하 [Early Hits])는 나쁘지 않은 음반이었지만 어딘가 부족함 또한 있는 앨범이었다. 몇몇 재기 넘치는 시도들과 몽환적인 사운드 메이킹, 귀를 확 잡아채는 좋은 싱글들이 공존했지만 이는 조화롭지 못했고, 앨범의 제목 그대로(물론 히트곡은 없었지만) 일관된 흐름을 타고가기보다는 (나쁘게 말해) 초기의 작업들을 모아놓은 수준에 불과한 음반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심지어 새 음반 [Dancing Zoo](2005)가 ‘정규 2집’이라는 소개를 걸고 나올 때까지 [Early Hits]를 ‘데뷔작도 나오기 전에 나와 버린 이상한 편집음반’이라 생각했을 정도였다.

[Early Hits]는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관통하는 인디팝의 영향력 하에 놓인 음반이었다. 스페이시(spacey)하고 나른한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사운드는 ‘댄서블’하기보다는, 플레이밍 립스(The Flaming Lips)와 요 라 텡고(Yo La Tengo)를 아우르는 ‘프로그레시브 성향의 인디팝’에 보다 가까운 소리였다. 아무리 이들이 “춤추는 건 죄가 아냐 (“Dancing Is Not a Crime Crying Is a Crime”)”라고 울부짖어도 [Early Hits]는 댄스보다는 묵묵한 감상을 요하는 음반이었다. 그래서 [Dancing Zoo]를 처음 오디오에서 플레이하는 순간 느끼게 되는 1980년대 풍의 들썩이는 비트감은, 마치 그간 이들이 라이브 무대를 통해 끊임없이 주장/증명해온 ‘춤출 수 있는 (혹은 ‘춤추게 되는’) 음악’에의 자기선언처럼 느껴진다.

이는 무그 신디사이저의 아르페지오와 흥겹게 둥둥대는 베이스, 가볍게 찰랑이는 드럼 비트로 청량감을 선사하는 인트로 “New Song”과 “Billie Jean”의 차갑고 자극적인 베이스 라인에서 따뜻하고 뭉근한 무드로의 변화를 이끌어낸 후 신디사이저와 기타 사운드의 합주로 마무리되는 “마이클 잭슨”을 통해서 여지없이 증명된다. 이런 발랄한 신스팝(synthpop) 사운드는 “I Wanna Kiss You”와 “Honey Moon”을 지나 마지막 트랙 “I’m a Monster”까지 이어진다.

서정적인 발라드 트랙 “나빗가루 립스틱”과 나른한 그루브의 “오늘이 바로 내”, 그리고 피시만즈(Fishmans) 풍의 나긋나긋한 사운드로 진행되다 후반의 노이지한 베이스 기타 멜로디가 사운드를 장악하는 -단연 음반의 백미라 할- “춤추는 동물원”이 전작과의 연관성을 드러내는 트랙이라면, 베이스 라인이 곡을 주도하는 “마지막 도마뱀”(이 곡의 날카로운 저음대 베이스는 조이 디비전(The Joy Division)의 “She’s Lost Control”에 대한 오마쥬임이 틀림없다)과 “Suchard King Chant”, “Stereo Waltz”는 베이시스트 슈사드의 가입 이후 변화한 몽구스의 사운드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넘버이다.

이토록 기분 좋고 ‘예쁜’ 음반을 나는 최근 접한 적이 없다. 그리고 춤을 추게 하는 음반의 실용적 용도를 배제한다 하더라도 [Dancing Zoo]는 충분히 사랑스럽고, 무엇보다도 [Early Hits] 이후의 시간이 이들을 얼마만큼 발전시켰는지 (즉, 그간 놀지 않고 열심히 작업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음반이다. 물론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몇 번 안 되지만 이들의 공연을 봐왔던 사람으로서, 긴장감과 묵직함을 선사하는 베이스 라인이 예상보다 전면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사실은 조금 아쉽다. 음반의 사운드 메이킹이 음의 진동, 공명감을 잡아내기보다는 건조하고 타이트하게 진행되는 모습 또한 당황스럽다(예상외로 음반은 리버브 사운드를 거의 배제한 만듦새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점은 ‘기대에 못 미친다’기 보다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쪽에 좀 더 가까운 것 같다. 그리고 음반에서 배제된(혹은 캐치하지 못한) 부분은 라이브 무대를 통해 충분히 상쇄될 것이다.

물론 한없이 소비적이고 단발성적인 대중음악에 대해 이러한 ‘연쇄적’ 효과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소리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의구심, 혹은 사운드의 지나친 비주류성향에 대한 걱정도 갖지 않은 채 사심 없이 즐길 수 있는 음반이라는 점만으로도 [Dancing Zoo]는 충분한 가치를 갖는 음반이다. 또한 “Suchard King Chant” / “Stereo Waltz” / “I’m a Monster”로 이어지는 후반부의 ‘몬스터 3부작’을 보건데, 이들이 다양한 사운드를 축조해가면서도 그것을 팝송으로 소화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다음 앨범에 대한 또 다른 기대를 가져보게 된다. 이들이 만들어낼 ‘진지하지만 부담 없는 사운드’에 대한 기대 말이다. 20050825 | 김태서 uralalah@paran.com

8/10

수록곡
1. New Song
2. Michael Jackson
3. 나빗가루 립스틱
4. 오늘이 바로 내
5. I Wanna Kiss You
6. 마지막 도마뱀
7. Honey Moon
8. 춤추는 동물원
9. Suchard King Chant
10. Stereo Waltz
11. I’m a Mon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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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구스 [Early Hits of the Mongoose] 리뷰 – vol.7/no.02 [20050116]

관련 사이트
몽구스 공식 사이트
http://www.mongoose.co.kr
비트볼 레코드 공식 사이트
http://www.beatballrecord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