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609060637-0711-commonCommon – Be – Geffen, 2005

 

 

약간은 심심한 마스터피스

[Be]의 도입부는 단박에 청자의 귀를 사로잡는다. 두꺼운 베이스 음색이 리프를 연주하면 그 위로 같은 멜로디를 신쓰가 간격을 두고 따라온다. 화려한 소울 샘플이 등장해서 리듬 삼중주를 벌이는 가운데 커먼의 나직한 목소리가 침착하게 등장한다. 세 가지 음색과 커먼이 자유로운 호흡으로 뱉어 내는 이미지들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첫 곡 “BE”는 앨범 전체를 예고하고 있다. 전작 [Electric Circus]와는 정반대로, [Be]는 몇 가지 간단한 재료들의 적절한 배합으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다.

일찍이 커먼은 90년대 중반에 [Resurrection]나 [Like Water For Chocolate] 같은 앨범들을 내고 재즈 샘플의 비트와 현란한 가사 쓰기를 결합해 언더그라운드에서 인정받았다. 자유연상과 날카로운 언어감각을 결합한 “6th Sense”,”Timetravelin`”이나 힙합의 역사를 한 여성의 일대기로 변형시켜 들려주는 “I Used to Love H.E.R.” 같은 내러티브들은 지금도 랩 가사의 고전으로, 아직도 소위 말하는 ‘연구대상’이다.

그런 그가 [Electric Circus]에서는 힙합의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가 되겠다며 힙합의 테두리를 넘어서는 잡다한 시도들을 보여주었다. 찬반이 엇갈린 앨범이었지만 찬성보다는 반대가 많았고, 찬성하는 쪽도 즐겨듣기는 힘들만큼 난삽하고 지루한 앨범이었다.

[Be]에서 커먼은 기본으로 돌아가 자신의 예전명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일종의 ‘굳히기’를 시도한다. 그가 선택한 파트너는 같은 시카고 출신의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 피치를 높인 소울 샘플들, 부드러운 드럼과 피아노 같은 카니예 표 사운드가 비트의 뼈대를 이룬다. 거기에 프로듀서 제이디(Jay-Dee), 소울 싱어 존 레전드(John Legend), 모스 뎁(Mos Def) 같은 이들이 조금씩 힘을 보탰다.

카니예 웨스트의 전체적인 지휘 아래 소울과 힙합이 글자그대로 아름답게 섞여 들어간다. “Be”의 인상적인 인트로를 지나면 “The Corners” 같은 벅적지근한 소울-힙합 사운드가 있고 , “Go”나 “Testify”, “Chi City”같이 급박한 느낌을 주는 곡들, “They Say””The Food””It`s Your World” 같이 차분하면서 아름다운 곡들이 있다. 꽉 짜인 11곡의 비트는 “최근에 나온 힙합 앨범 중 가장 일관된 정서를 가지고 있다”(XXL)는 평가를 받을만하다.

커먼의 랩 또한 자신의 가치를 충분히 입증한다. 랩 가사에 상징적인 이미지와 난해한 구성을 도입했던 그는 [Be]에서는 상대적으로 내러티브나 이미지에 집중하고 있다. “The Corners”에서는 도시의 삶의 풍경을 그림처럼 그려내면서 랩의 내용을 복고풍 샘플들과 병치시키고, “The Food”에서는 가장 중요한 먹고사는 문제를 다룬다. “Go”같은 끈적한 라임들, “Chi City”의 배틀 랩 라인에서는 시카고에서 알아주는 배틀 MC였다는 커먼의 과거를 엿볼 수도 있다. 교육과 성공에 대해서 슬래밍(Poetry Slamming) 스타일로 충고를 날리는 “It`s Your World”까지, 커먼은 다양한 스타일로 자신이 여전히 최고 수준의 MC임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모스 뎁(Mos Def)과 탈리브 콸리(Talib Kweily)처럼 커먼과 함께 묶을 수 있는 아티스트
들의 솔로가 연이어 발매되고 있다. 그 중에서 커먼의 [Be]는 가장 안정적인 앨범이며, 가장 즐겁게 들을 수 있는 앨범이다. 그러나 조화와 균형은 음악에서 새롭고 특이한 부분들, 사람들이 둘러싸고 논쟁을 벌일만한 부분을 없애버렸다. 커먼도 카니예 웨스트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중에 최고를 내놓고 있지만 부드럽게 흘러가는 앨범 속에 충격을 줄만한 재료는 들어있지 않다. 이는 [Be]뿐만 아니라 카니예 웨스트의 다른 작업들이나 소울 샘플을 즐겨 사용하는 나인쓰원더(9th wonder) 같은 프로듀서들의 작업을 대할 때도 드는 생각이다.

최근에 커먼이나 오케이 플레이어(Ok Player)의 뮤지션들, 드라소울(De La Soul)로 대표되는 소위 ‘보헤미안 랩’ 음반들을 듣다보면 ‘좋지만 뭔가 심심한’ 느낌이 계속 남는다. 갱스터 랩에 맞서 자유로운 사고와 다양한 실험으로 입지를 굳혔던 이들의 에너지도 90년대에 두고 온 것일까. 오히려 응원가 같은 댄스 플로어용 힙합 싱글들이 더 큰 에너지를 발산할 때가 종종 있다. [Be]는 이 보헤미안 랩의 고전 목록에 당연히 포함되겠지만, 그 리스트 자체가 거의 끝나가고 있지는 않은지. 20050607 | 선민 sun1830@hotmail.com

7/10

수록곡
1. Be (Intro)
2. The Corner
3. Go!
4. Faithful
5. Testify
6. Love Is…
7. Chi-City
8. The Food
9. Real People
10. They Say
11. It’s Your World

관련 사이트
커먼 공식 사이트
http://www.com-m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