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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현 – Difference – 서울음반, 2005

 

 

대중가요계의 퓨전식 순두부

음악에 대해 얘기하는 지면에서 윤도현에 대해 얘기할 무엇이 남아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는 현실이다. 주류 언론에서는 \’한국록의 기수(더 거창하게는 \’구세주\’)\’라는 말까지 듣는 윤도현(과 그의 밴드)이지만, 그가 그 이름에 걸맞는 작업을 들려준 적은 없었다는 얘기도, 갈수록 그의 음악이 \’밴드음악\’ 보다는 \’방송인\’ 윤도현의 커리어 채우기 용으로 변해가는 듯한 사실도, 한편에서는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노래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핸드폰과 신용카드 광고를 찍는 모순된 모습을 드러낸다는 사실도 이미 나올만큼 나온 얘기라서 다시 끄집어내기가 민망해진다. 한때는 그가 \’대안\’이란 단어로 치장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 와서 그 시절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하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고, 윤도현 본인 또한 너무나 그럴듯하게 현재의 상황에 적응해버렸음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미 예견되던 일이었지만, 윤도현의 솔로 2집 [Difference](2005)가 발매되었다. 1995년에 발매된 솔로 1집은 \’밴드가 하고 싶었지만 멤버를 구할 수가 없어\’ 솔로로 나온 음반인 반면, [Difference]는 \’밴드에서 할 수 없었던 음악\’들을 시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음반명에 걸맞게 [Difference]는 다채로운 소리들로 채워져 있다. 장르명을 들먹이며 음악을 규정짓는 짓이 세칭 평론가라는 사람들의 고약한 버릇이라지만, \”재즈를 들으면 재즈가 부르고 싶고 소울을 들으면 소울을 부르고 싶어진다\”는 윤도현의 발언으로 미루어볼 때, 음반의 수록곡에 대해 시시콜콜 장르명을 갖다 붙이는 것이 크게 문제될 것 같진 않다.

이승철의 \”긴 하루\”를 작곡한 전해성 작곡의 부담 없는 발라드 \”사랑했나봐\”를 시작으로, 알앤비(R&B) \”Dreams\”와 뮤지컬로 시작해서 재즈와 힙합까지 섭렵하는 \”Get Up\”, 잔잔한 소울 풍의 \”종이연\”, 부부동반 \’이브닝 사운드\’의 \”With You\”와 훵크트랙 \”Funky Train\”을 지나 테크노 사운드 \”Circus\”로 마무리되기까지, 그야말로 음반은 온갖 사운드의 잡탕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음반의 다양한(혹은 중구난방) 사운드를 들으면서 드는 첫 감상은 \’재미있는 구성\’이라거나 \’지나치게 산만하다\’는 것이 아닌 \’윤도현은 참 노래를 잘한다\’는 사실이다. 요즘의 트렌드에 맞는 세련된 창법은 아니지만, 성실한 호소력을 지닌 그의 보이스 컬러는 확실히 감칠맛이 난다. 그런데 그 점은 이미 그의 전작들을 통해 수없이 확인된 부분이기도 하다. 밴드 음악과는 다른, 차별화된 음악을 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솔로 앨범의 취지와는 달리, [Difference]에서 만나게 되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윤도현일 뿐이다.

물론 연주는 가볍게, 사운드는 매끄럽게, 보컬은 어깨에 힘을 뺀 변화가 감지되기는 한다. 혹자는 이를 두고 \’상업적이다\’, \’록을 배신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중요한 점은 그게 아닌 것 같다. 록밴드를 벗어나 다양한 음악을 해보고 싶었다는, 그래서 \’싱어송 라이터\’라는 로큰롤 가수로서의 \’불문율\’마저 깨고 다수의 작곡가(위에 언급한 전해성을 비롯하여 바비킴, 윤미래 등)를 초빙까지 해가며 만들어낸 음반치고는 지나치게 \’뻔하다\’는 인상을 지우기가 힘들다. [Difference]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귀찮은, 주류 가수들이 한해에도 수십장씩 내놓는 \’장르열전\’ 앨범들과 조금의 차별점도 가지지 못한다. 사운드는 어디까지나 보컬을 보조하는데서 머무르고, 보컬은 \’이것이 나의 음반임을 드러내는 방법은 오직 목소리 뿐\’이라는 듯 시종일관 커다란 목청을 유지한다.

그래서 [Difference]는 한 중견 뮤지션의 새로운 시도라기보다는 이미 익숙한 방식으로 익숙한 노래들을 만들어내는 \’안전빵\’ 작업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 점에 대해 윤도현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중요한 것은 의도가 아닌 결과물인 경우가 더욱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굳이 윤도현의 탁 트인 목소리가 아니더라도, 이정도 감흥을 안겨주는 음반은 차고도 넘친다. [Difference]는 \’다양한 음악을 골라먹는 재미\’를 주기보단 그 맛이 그 맛 같은 \’퓨전식 순두부 가게\’에서 무엇을 주문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음반이다. 아마 무엇을 골라도 예상한 맛을 깨버리는 충격은 없을 것이다. 그것이 순두부의 매력이라지만 이 순두부엔 계란마저도 들어있지 않다. 20050512 | 김태서 uralalah@paran.com

3/10

이 글은 영화웹진 [조이씨네]에 게재된 글입니다.

수록곡
1. 사랑했나봐
2. Dreams
3. Get Up
4. 종이연
5. 너의 느낌대로
6. 수다
7. 생명
8. 길
9. 아버지
10. With You
11. Funky Train
12. Cir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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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yoonban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