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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 Sogyumo Acasia Band – Soul Shop, 2004

 

 

수줍지만, 이것은 진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 수줍고 소박하여 노스텔지어마저 떠올리게 하는 이름은 작년 말 즈음에 데뷔 음반을 낸 밴드의 이름이다. 한지에 물감이 번진 느낌을 주는 커버 아트나 첫 트랙부터 이펙트가 거의 배제된 채 울리는 기타 사운드같은 것들이 이들의 감수성을 대변한다. 이런 스타일의 음악 팬들을 위해 말하자면, 이들은 ‘데이먼 앤드 나오미(Damon And Naomi)나 메이지 스타(Mazy Star)와 비슷한 슬로 코어 혹은 새드 코어의 스타일의 사운드에 브라이언 이노(Brian Eno)의 엠비언트 감각도 곁들인 서정적인 사운드를 구사’한다. 송은지와 김민홍의 두 멤버로 구성된 이들은 2004년에 ‘너무나 조용하게’ 데뷔 음반을 발표하고 ‘조용하면서도 진지하게’ 한 걸음씩 나아가는 중이다.

모두 12곡이 실린 이 데뷔 음반에서는 보컬 송은지의 여리고 향수 가득한 목소리가 돋보이는 “So Goodbye”와 감칠맛 나는 셔플 리듬의 인상적인 기타 연주가 자극적인 “S” 등이 음반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 두 곡을 중심으로 “Love Is Lie”, “Butterfly”와 같은 곡들의 어두운 서정도 돋보이고, “Fish”나 “In”처럼 습관화된 장르의 스타일을 고의로 비트는 실험적인 사운드도 존재한다. 이들의 사운드를 포괄적으로 말하자면, 포크-일렉트로니카나 포크-사이키델릭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가 기본이 되지만, 곡의 전체 인상을 지배하는 것은 그 위를 흐르는 왜곡된 보컬이나 샘플러, 혹은 고의로 삽입된 다른 악기의 소리들이고, 이 소리들이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음악을 남다르게 들리게 한다.

그리고 이런 사운드를 관통하는 가사, 그 내용은 소통의 고통, 혹은 소통의 부재이다. 사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처럼 아래로 침잠하는 사운드, 소위 슬로 코어나 새드 코어라 불리는 음악 스타일은 역설적으로 소통의 갈망을 드러내는 데 적합한 양식이다. 따라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가 선택한 이런 사운드는 ‘혼자 놀기’가 트렌드인 시대의 역설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21세기 초 한국 사회를 사는 사람들, 우리들은 소통에 대한 강박증을 가지고 있다. 싸이월드나 블로그와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빠른 확장과 첨단 기술로 개인화 된 통신기기의 유행이 이런 ‘과잉 소통의 시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수천 개의 통신 위성과 저렴한 휴대폰 덕분에 이제 우리는 언제 어디서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연결될 수 있지만,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시피, 우리는 사실 누구와도 연결되어 있지 않다, 언제나 이것은 진실이다. 접속을 갈망하지만, 접속되지 않는다. 이것은 현실 세계가 사실은 ‘매트릭스’라거나 하드웨어에 귀속된 ‘고스트’의 해방에 대한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 할수록 우리는 아예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다는 사실만을 확인할 뿐이다.

이러한 소통의 불가능, 무용성은 예나 지금이나 동일한 고민이고 문제이지만, 현대는 우리에게 위성통신 휴대폰과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접속 불가능한 상황, 이른바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몸으로 경험하게 함으로써 단절된 관계를 존재론적 관점에서 바라보게 만든다. 그래서 사람들, 우리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휴대폰을 구입하고, 새로운 메신저 친구를 등록하며, 블로그에 새로운 컨텐츠를 업로드한다. 이런 소통의 불능에 대한 자기 표현들은 역설적으로 소통 자체에 대한 절박한 갈망이다. 그런 의미에서 ‘창작자들은 항상 시대의 안테나 역할을 해왔다’는 누군가의 말을 빌려보면 이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와 마찬가지로, 소통 자체의 문제를 거론해온 푸른 새벽, 얼마 전 데뷔 음반을 발표한 티어라이너와 같은 밴드들의 존재는 새삼 남다르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가 만들어내는 사운드, 다소 억압되고 침잠하며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이 낮은 사운드는 최근 몇 개월 동안 음반을 발표한 밴드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이고, 꾸준한 공연을 통해 형성된 팬덤도 계속 확장되는 중이다. 이들의 조용하면서도 진지한 발걸음에 주목하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이들이 만들고 부르는 음악과 이들의 일상을 대하는 태도가 회의론과 비관론의 사이에서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뿜고 있다는 점 때문이고, 이러한 복잡한 감수성이 바로 현재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50504 | 차우진 lazicat@empal.com

8/10

수록곡
1. Hello
2. So Good Bye
3. S
4. In
5. Ddu Ddu Ddu
6. A Squid Boat
7. Lalala
8. Monkey
9. Fish
10. Love Is Lie
11. Butterfly
12. Come 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