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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rious Artists – Natural Born Killers (O.S.T) – Nothing/Interscope, 1994

 

 

불타는 살인의 연대기에 극약처방된 방대한 음악 꼴라주

록 음악(을 중심으로 한) 컴필레이션은 영화 음악 사운드트랙의 한 가지 전형이다. 그런 점에서 과장하여 말해 그 전형이 되는 사례를 제시한 작품은 올리버 스톤의 [내추럴 본 킬러스(Natural Born Killers)](한국 비디오 출시명: [올리버 스톤의 킬러])의 영화 음악일 것이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사회에 의해 소외되고 억압된 ‘타고난 살인자’ 커플이 엽기적인 살인 행각을 보여주므로. 그런데 여기에는 두 가지 초점이 융화되어 있다. 하나는 이 범죄자들의 증오와 적의를 통해 드러나는 이 사회에 대한 비판이고, 또 하나는 매스컴의 노골적인 역이용, 미디어 선정주의에 대한 냉소이다. 이것이 아이러닉한(?) 방식의 현란한 영상으로 탄생되었는데 이는 찬반양론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었으며 올리버 스톤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이질적인 작품으로 기록되게 만들었다. 그런 이력을 양산한 데에는 그 무엇보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감각적인 시나리오가 지대한 공을 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광기와 폭력, 살인과 죽음, 섹스 등의 살벌한 키워드를 직접적으로 혹은 역설적으로 호명하는 것은 음악이다. 이 영화음악의 프로듀서는 트렌트 레즈너이다. 그는 프로젝트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를 거느리고 있는 인더스트리얼 메탈 음악의 절대교주이다. 하지만 이 사운드트랙에서 그의 전매특허 음악만이 삽입되었다고 추측하면 오산이다. 로큰롤과 포크, 펑크와 힙합, 나아가 클래식 오페라까지 두루 포진한 방대한 스펙트럼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록 음악을 중심으로 75개 (혹은 그 이상?)의 음악들을 쏟아 넣었다고 전해지는 두툼한 사운드의 집성체이다.

또한 과잉이라 할 만한 음악사용과 더불어, 속도감 있는 카메라의 움직임과 현란한 편집이 입혀진 이 영화는 뮤직 비디오 클립들의 꼴라주를 방불케 한다. 흑백과 칼라의 부단한 교체는 물론이고, 홈비디오, 뉴스릴, 애니메이션 등의 앙상블라주(assemblage) 같다. 영화 속의 범법자들은 이러한 현란한 영상과 화려한 음악을 통해 뮤직비디오 속의 록 스타처럼 미디어와 군중에 의해 스타가 된다.

음악의 면면을 살펴보자. 트렌트 레즈너 자신의 음악들은 “Burn”, “Something I Can Never Have”, “A Warm Place” 등이 실려 있는데, 이런 곡들이 비주얼의 속도감과 광폭함을 부여했다면, 그래서 백그라운드 뮤직으로서의 영화 음악의 기능을 충실히 실현했다면, 이 영화의 메인 테마로 기능하는 노래들은 레너드 코헨의 노래들이다. 영화는 그의 부드러운 중저음의 탄식과 은유의 발라드(“Waiting for the Miracle”)로 시작하고 다소 속도감 있는 노래(“The Future”)로 끝나면서 수미상관으로 수식된다. 이러한 노장 싱어송라이터의 노래는 포크의 대부 밥 딜런의 작품과도 접속해 분위기를 조성한다(“You Belong to Me”). 이러한 ‘무드 송’은 무엇보다도 이들 커플의 사랑의 송가로 기능하는, 카우보이 정키스가 벨벳 언더그라운드(혹은 루 리드)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Sweet Jane”일 것이다. “Back In Baby’s Arms”(Patsy Cline)와 같은 달콤한 컨트리 송도 이런 계보의 노래이다.

물론 이 영화 음악의 본령은 거칠고 공격적인 노래들에 있다. 닥터 드레와 더 독 파운드의 거친 힙합/랩의 무드도 감옥 안에서 흑인의 폭동을 현시하면서 이 영화의 과격 무드에 동참한다. ‘nigger’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러한 면모는 힙합에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다. 극단적인 여성 보컬 음악은 여주인공(줄리엣 루이스 분)의 역할 때문만이 아니라 폭력 장면 등지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면서 이 영화의 키워드가 된다. 펑크를 통해 ‘시적 언어의 혁명’을 이룬 패티 스미스의 “Rock’n Roll Nigger”(사실 패티 스미스의 어법에 따르면 여성은 흑인과 같다), 더불어 라이엇 걸 밴드 L7의 공격적인 노래 “Shitlist”는 영화에서 살인의 테마로서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음반에는 실리지 않았지만 디아만다 갈라스(“Gloomy Sunday”의 뮤즈)의 노래들도 여성 록 음악사의 중요한 한 장을 영화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

또한 폭력의 한편에는 섹스도 관련된다. 이를 대변하는 노래는 제인스 어딕션의 “Sex Is Violent”(이 곡은 1988년작 [Nothing’s Shocking]의 “Ted, Just Admit It…”을 짧게 편집한 것임)이다. 더불어 음반에는 실리지 않았지만 하드코어 랩의 전사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쉰, 쇼크 록의 대명사 마릴린 맨슨 등의 음악도 이러한 광기의 필름에 소리를 입혔다. 이러한 ‘금기’에 대한 욕망의 비가들도 귀에 들려오는데 “Taboo”(Peter Gabriel & Nusrat Fateh Ali Khan)의 염불과도 같은 주술적이고 종교적인 사운드 메타포는 이들의 살의에 대한 진혼곡이 된다. 줄리엣 루이스가 감옥 속에서 직접 한 노래 “Born Bad”도 사운드 트랙에 수록되었는데 이는 ‘타고난 킬러’의 ‘천부적 사악함’에 대한 자술 고백서에 다름 아니다.

그밖에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 부인”, 알반 베르크의 오페라 “보체크”,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 무소르그스키의 “민둥산의 하룻밤” 등 웅장한 고전음악 어법을 빌어 역설적으로 숭고하게 들리는 ‘살인의 추억’으로 변용시킨다(이곡들도 사운드 트랙 앨범에는 실리지 않았다). 한편 부다페스트 필하모니의 오케스트레이션 협업 “Batonga in Batongaville” 같은 곡들도 긴박감 넘치는 비장미를 수록하고 있다.

이와 같은 함량 극대의 처방전은 이 영화를 영상이 아니라 음악으로, 비주얼이 아니라 오디오로 표현하게끔 만들었다. 그래서 망상을 해본다. 만약 이 영화에서 음악들을 걷어낸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하는. 20050507 | 최지선 soundscape@empal.com

8/10

* 이 글은 [cinezine]에 기고한 글입니다.

수록곡
1. Waiting for the Miracle – Leonard Cohen
2. Shitlist – L Seven
3. Moon over Greene County – Dan Zanes
4. Rock & Roll Nigger – Patti Smith
5. Sweet Jane – Cowboy Junkies
6. You Belong to Me – Bob Dylan
7. The Trembler – Duane Eddy
8. Burn – Nine Inch Nails
9. Route 666 – Brian Berdan, Downey, Robert Jr.
10. Totally Hot – Remmy Ongala, Super Matimila
11. Back in Baby’s Arms – Patsy Cline
12. Taboo – Peter Gabriel, Khan, Nusrat Fateh Ali
13. Sex Is Violent – Jane’s Addiction
14. History (Repeats Itself) – AOS
15. Something I Can Never Have – Nine Inch Nails
16. I Will Take You Home – Russell Means
17. Drums A-Go-Go – Hollywood Persuaders
18. Hungry Ants – Barry Adamson
19. The Day the Niggaz Took Over – Doctor Dre
20. Born Bad – Juliette Lewis
21. Fall of the Rebel Angels – Sergio Cervetti
22. Forkboy – Lard
23. Batonga in Batongaville – Budapest Philharmonic Orchestra
24. A Warm Place – Nine Inch Nails
25. Allah, Mohammed, Char, Yaar – Khan, Nusrat Fateh Ali & Party
26. The Future – Leonard Cohen
27. What Would I Do? – Dogg P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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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Nine Inch Nails 공식 홈페이지
http://www.n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