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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ne Inch Nails – Pretty Hate Machine – TVT, 1989

 

 

지옥 앞의 댄스클럽

1980년대는 록이 죽은(혹은 언더그라운드의 상황을 보자면 살해당한) 것 같이 보이던 시대였다. 1980년대 초 언더그라운드 록 씬의 2가지 스타일을 보면 그러한 확신은 더 굳어져 버린다. 그 2가지 스타일이란 바로 고딕 록과 인더스트리얼이다. 고딕 록은 정말 죽은 것 같은 외모의 뮤지션들에 의해 최대한 어둡게 연주되었고, 인더스트리얼은 초기에 비해 많이 ‘음악같이’ 변했으나 언더그라운드에서 머물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디페시 모드(Depeche Mode)에 의해(비록 양념처럼 쓰이긴 했지만) 잘만 사용하면 오버그라운드에서도 활동할 수 있는 음악이라는 것이 보여지기도 했다.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의 [Pretty Hate Machine]은 대중들에게 인더스트리얼이란 용어를 알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앨범이다. 하지만 1980년대가 다 끝나가고 있을 때 발표된 본 앨범은 인더스트리얼보다는 신쓰 팝에 가깝다. 스로빙 그리슬(Throbbing Gristle)보다는 디페시 모드에 가깝고, 초기 카바레 볼테르(Cabaret Voltaire)보다는 1980년대의 카바레 볼테르에 가까운 것이다. 앨범은 전체적으로 전통적 인더스트리얼보다는 스키니 퍼피(Skinny Puppy)같은 EBM(electronic body music)사운드를 미국식으로 가공해 만든 듯한 느낌을 준다.

앨범의 첫 곡은 인상깊은 뮤직비디오로도 유명한 “Head Like A Hole”이다. 불길하지만 훅이 넘치는 베이스 위에 씩씩거리는 트렌트 레즈너(Trent Reznor) 보컬이 곡을 이끌다 기타와 함께 폭발하는, 앨범에서 가장 유명한 곡이다. 1989년에 발표된 곡이지만, 1990년대에 들어 MTV의 지원으로 ‘1990년대 (미국)젊은이들의 곡’이 되었다. 디페시 모드를 헤비하게 만든 것 같이 들리는 “Sin”은, 신스팝을 연상시키는 베이스라인 위에 나른하게 시작되어 신음하며 끝나는 레즈너의 보컬이 인상깊은 곡이다. 이제는 다소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가사지만, 차가운 사운드 위에 실린 레즈너의 섹시한 보컬 덕분에 자극적으로 들린다. 이후의 ‘생지옥 실험’과 달리 본 앨범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이런 댄서블한 분위기이다. 춤보다는 헤드뱅잉을 하게 만드는 이후의 앨범들과 달리 춤출 수 있는 여유를 주는 댄스 앨범인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곡의 편차가 큰 것이 흠이긴 하지만 이것은 위에 말한 곡들과 “Something I Can Never Have”같은 곡이 뛰어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기도 하고, [The Downward Spiral](1994)과 비교되어 생기는 문제이기도 하다.

[Pretty Hate Machine]은 대중들에게 인더스트리얼이란 용어를 알리기만 한 것이 아니다. 1990년대 뉴메탈 밴드들에게는 헤비한 사운드 위에 전자음을 섞는 방법을 교육시키고, 대중들에게는 메탈로 포장한 어두운 사운드를 교육시켰다. 많이 팔릴 만한 앨범이 아닌 [The Downward Spiral]이 400만장 팔리게 된 것은, 그 교육 덕분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앨범은 다음 앨범의 실험을 예고하는 듯 “Ringfinger”의 노이즈로 마무리된다. 20050504 | 고두익 nosf@magicn.net

9/10

수록곡
1. Head Like A Hole
2. Terrible Lie
3. Down In It
4. Sanctified
5. Something I Can Never Have
6. Kinda I Want To
7. Sin
8. That’s What I Get
9. The Only Time
10. Ringfi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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