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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i Jian(崔健) – Show You Colour(給你一点顔色) – 京文唱片, 2005

 

 

새로운 색깔, 새로운 미학

추이잰(Cui Jian)의 신보가 ‘실망스러운’ 일은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취향’이나 ‘의미’ 등의 잣대를 들이댈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가 음악을 ‘잘 한다’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힘들 것이다. 물론 ‘잘 한다’의 기준이라는 것도 애매모호하다고 문제제기한다면, ‘부단한 혁신자’라는 말로 설명을 대신하고 싶다.

이번 앨범이 정규 5집 앨범이니 그가 그렇게 다작(多作)인 편은 아니다. 게다가 [無能的力量(무능한 것의 힘)]을 발표한 것도 1998년의 일이니 7년만의 새 앨범이다. ‘오랫 동안 기다려온’이라는 수식어에 걸맞는 작품일 것이다. 그 동안 중국 사회가 겪은 변화에 대해서는 각 대학의 중문학과(혹은 중국학과)에서 주최하는 학술대회라도 참석해 봐야 소상한 사정을 알 수 있겠지만, 그 변화가 ‘매우 급격한’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가 ‘소비 자본주의의 승리’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도.

이런 변화의 주된 방향의 색깔은 ‘황색(yellow)’이다. 우리가 ‘옐로우’라고 부르는 단어와 그리 다르지 않다. 대중음악의 경우 ‘팝’이나 ‘유행가’에 해당된다. 한 예로 다섯 번째 트랙 “21세기 버전 작은 마을 이야기(1)”는 돈을 벌기 위해 고향을 등지는 젊은이의 이야기가 추이잰의 투박한 래핑으로 전개되는 중간중간 타이완의 여가수 고(故) 덩리쥔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샘플링되어 등장한다. 예의 그 익숙한 선율의 악기음과 더불어…. “迷失的季节(잃어버린 계절)”에서는 본인 자신이 ‘옐로우’한 발라드를 직접 부른다.

옐로우에 대한 추이잰의 태도가 관대한 것인지, 엄격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단지, 그것이 자신의 음악의 하나의 성분을 이룬다는 것을 애써 부정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이는 “迷失的季节” 앞에 수록된 “蓝色骨头(푸른 뼈)”와 한 트랙 건넌 뒤 수록된 “紅先生(홍 선생)”의 멜로디가 실제로 “迷失的季节”과 기본적으로 동일하다는 사실에서 발견할 수 있다. “蓝色骨头”은 일렉트로니카와 접속된 힙합이고, “紅先生”은 추이잰의 열혈남아 시절의 스트레이트한 록이다. 말하자면 ‘곡’으로 트랙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리듬’으로 트랙을 구분한 셈이고, 이를 통해 세 가지 색깔, 혹은 원색이 선명하게 구분되어 나온다. 이러고 나서 삼원색으로 구성된 앨범 커버 뒷면을 보면 시각적 효과가 더할 것이다.

추이잰의 방향은 ‘블루’, 즉 파란색으로 보인다. 이 점은 “蓝色骨头”의 가사가 들린다면 실감을 더할 수 있고, “农村包围城市(농촌이 도시를 포위하다)”에서 깔짝거리는 기타 리듬과 극저음의 ‘드럼과 베이스’를 사용한 곡에서 가장 생생하게 드러난다(이 곡의 제목과 가사는 추이잰의 ‘마오쩌뚱 패러디’의 완성본처럼 보이는데, 가사는 농촌에서 상경한 이른바 ‘민공(民工)’의 분노와 좌절의 정서를 묘사하고 있다). 세 가지 트랙으로 나뉘어서 변주를 가한 “小城故事V21″의 경우도 절충적이기는 하지만, 추이잰이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확인하는데 부족함은 없다. 거친 래핑으로 툭툭 내뱉는 듯한 보컬이 단심의 유지 혹은 건재를 증명해 주지만, 전체적 사운드는 이지적으로 잘 계산되어 있다. 따라서 “빨강, 노랑, 파랑은 인간의 심장, 신체, 지혜를 표상한다”는 “蓝色骨头”의 가사는 사족이다.

‘프로그래밍된 전자음향’이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는 시대이지만, 그걸 운용하는 방법이 그저 이지적인 것만은 아니다. 추이잰의 음악에서 ‘민속음악과의 접속’은 “一無所有”에서 처음 청중에게 선보인 이래 일관된 원리였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또다른 시도가 보인다. “城市船夫”는 민요 가락과 민속악기의 음을 아예 하나의 사운드의 층으로 삼으면서 하드 패닝(panning)에 가까운 믹싱을 시도했고, “舞過38線”은 한국의 민요 ‘아리랑’의 멜로디를 변주한 노래와 연주로 정감 있는 사운드를 만들어 냈다. 말하자면 차가운 “网络处男”에서 탕샨(唐山)의 방언을, “农村包围城市”에서 샨둥(山東)의 방언을 각각 가사로 사용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감상할 수 있다. 첨단의 테크놀로지의 운용이 옛날 옛적 아시아의 상상과 결합하면서 외연을 확장하면서 주변의 모습을 들추는 것이다.

따라서 다 듣고 나서 “피끓는 시절 추이잰의 음악처럼 신체에 직접 호소하는 것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추이잰의 새로운 미학에 역설적으로 동의하는 셈이 된다. 즉, 추이잰에게서 ‘1989년 천안문 광장’을 연상하고, ‘붉은 로큰롤(紅色搖滾)’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갖는 사람이라면 추이잰의 옛날 음반을 계속 들으면 될 일이다. 앨범 표지 앞 면에 ‘청색’ 대신 ‘회색’이 등장하는 이유를 곱씹어 보면서… 20050421 | 신현준 homey81@empal.com

8/10

추기

이 앨범에 담긴 음악의 구상은 연극과 영화로 각각 재현되거나 재현될 예정이다. 2001년 홍콩의 시립현대무용회사를 통해 동명의 연극이 상연되었고, 동명의 영화는 2004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프리젠테이션을 가진 뒤 제작에 들어간 상태다. 즉, 이 앨범은 영화의 사운드트랙의 역할도 하고 있다. 이하는 추가 정보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그와 가진 인터뷰는 조만간 녹취를 풀어서 게재할 예정이다. (중국어 번역할 수 있는 분 연락 바람 –;).

수록곡
1. 城市船夫(City Boatman)
2. 蓝色骨头(Blue Bone)
3. 迷失的季节(The Lost Season)
4. 小城故事V21(上)(Little Town Story V21-(A))
5. 紅先生(Mr. Hong)
6. 网络处男(Net Virgin)
7. 小城故事V21(中)(Little Town Story V21-(B))
8. 农村包围城市(Village Attacks City)
9. 小城故事V21(下)(Little Town Story V21-(C))
10. 舞過38線(Dance across 38 Parallel)
11. 超越那一天(Get Over That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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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추이잰 공식 사이트
http://www.cuijian.com
[給你一点顔色] 가사
“紅先生” 뮤직 비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