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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epopmusik – Angle Milk – Capital/EMI(라이선스), 2005

 

 

하고 싶은 것과 잘할 수 있는 것 사이의 괴리

영국을 중심으로 한 팝음악을 듣는 친구들은 요즘 팝 음악이 예전 같지 못하다는 말을 종종 한다. 팝의 위기가 거론된 것이 한 두 해가 아닐 텐데, 일렉트로니카 씬을 보면 확실히 그런 것도 같다. 90년대 중반 클럽을 뜨겁게 달구었던 케미컬 브라더스(Chemical Brothers)나 팻보이 슬림(Fatboy Slim)도 예전의 영광을 되찾지 못하고있고 프로디지(Prodigy)의 신작 앨범은 ‘몰락’이란 말을 갖다 붙이기에 전혀 미안하지가 않다. 그나마 일렉트로니카 씬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프랑스의 다프트 펑크(Daft Punk나 노르웨이의 로익솝(Royksopp) 같은 비 영국권 아티스트들의 활약에 일부 빚지고 있다. 프랑스 출신 3인조 텔레팝뮤직(Telepopmusik) 역시 EU 계열의 일렉트로니카 밴드이다.

그들의 이름을 처음 알린 것은 앰비언트 팝 “Breath”였으나, 밴드의 개성을 뚜렷이 각인 시킨 노래는 “Love Can Damage Your Health”이다. 빌리 할리데이(Billie Holiday)의 목소리를 기계음으로 재생시킨 것 같이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를 방황하는 안젤라 맥클러스키(Angela Mc Cluskey)의 목소리는 밴드의 개성을 들었다 놨다 할 것처럼 강한 아우라를 지니고 있었다. 다행히도 밴드는 맥클러스키의 목소리를 특유의 복고적인 멜로디와 스타일 속에 잘 가둬놓는다.

텔레팝뮤직은 그들의 두 번째 앨범 [Angel Milk]에서도 그들의 성공이 맥클러스키 목소리의 제대로 된 활용에 달려있음을 인식한 듯하다. 첫 싱글 “Don’t Look Back”부터 시작해서 맥클러스키의 목소리는 가장 화려한 편곡과 함께 앨범의 중심축에 배치되어 있다. 아마도 이번 앨범의 킬러 싱글이자, 이전 앨범 “Love Can Damage Your Health”를 명백히 의식한 “Love’s Almighty”는 훨씬 더 화려해지고 드라마틱한 일렉트로니카 재즈를 들려준다. 이후 “Brighton Beach”를 관통해서 “Swamp”, “Nothing’s Burning”까지 이어지는 느와르적인 감수성은 청자를 레이먼드 챈들러(Raymond Chandler)의 느와르 소설 속으로 인도한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거리에서 남자는 총질을 하고 팜므 파탈은 돈가방을 훔치고, 시체는 사라진다. 담배 연기 자욱한 바에서 여자는 “사랑의 힘은 강해요”라고 노래하지만 그녀 역시 그 말을 믿지 않는 듯하다. 질퍽한 느낌의 앨범 컨셉을 단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는 곡 “Swamp”는 단조 피아노와 흐느적거리는 색소폰 소리가 포티세드(Portished)를 연상시킨다. 포티세드 역시 트립합 느와르를 표방하지만 포티세드의 곡이 좀 더 멜랑콜리한 점을 떠올린다면 같은 느와르라도 포티세드의 그것은 장 피에르 멜빌(Jean Pierre Melville) 감독 등에 의해 만들어진 프랑스 버전의 느와르적인 감성이다.

그러나 데보라 앤더슨(Deborah Anderson)과 모(Mau)가 참가한 다른 곡은 잘 짜인 앨범의 정서로의 몰입을 방해한다. 모 웩스(Mo Wax)에서의 작업으로 유명해진 데보라 앤더슨의 목소리는 브욕(Bjork)의 판박이이고 모가 참가한 곡들에서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의 이미지를 지우기는 어렵다. 이 곡들의 완성도나 고유성을 문제 삼는 것은 아니지만, 이 곡들의 존재는 앨범의 주제를 방만하게 하고 뚜렷한 밴드의 개성에도 물을 타는 작용을 한다. 그리고 앨범 전반적으로 매시브 어택의 색채(왠지 사악한 정서, 한 앨범에 다양한 스타일로 승부)가 느껴지는데, 이는 페이스리스(Faithless)와 제로 세븐(Zero 7)의 근작들에서도 강하게 느껴지는 공통점이었다. 한 때 영국 출신의 많은 신진 밴드들의 스타일을 통일했던 라디오헤드처럼 최근엔 일렉트로니카의 대세는 “매시브어택스러움”인 것처럼 되어버렸다.

이 앨범은 전반적으로 데뷔 앨범보다 매끈함과 세련됨을 두드러지며 밴드가 진일보했다는 생각을 주지만, 매시브 어택의 다크 포스를 어설프게 흉내냈다는 느낌을 씻기가 힘들다. 다양한 스타일로 다재다능함을 인정 받기 보다는 밴드의 독창성을 좀 더 잘 살릴 수 있으면 선배 밴드 에어(Air)나 다프트 펑크 같은 스타 밴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050403 | 이정남 yaaah@dreamwiz.com

6/10

수록곡
1. Don’t Look Back
2. Stop Running Away
3. Anyway
4. Into Everything
5. Love’s Almighty
6. Last Train To Wherever
7. Brigton Beach8. Close
9. Swamp
10. Nothing’s Burning
11. Ambushed
12. Hollywood On My Toothpaste
13. Tuesday
14. Another Day
15. 15 Minu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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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Telepopmusik 공식 사이트
http://www.telepopmusik.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