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헤드(Radiohead)는 이번 앨범의 프로듀서로 OOO를 영입했다가, 해고하고 이전 앨범의 프로듀서인 OOO를 다시 불러왔다. 그 덕분에 이번 앨범의 사운드는… 이러한 식으로 쓰여진 리뷰를 읽고 있으면 당신은 당연히 ‘프로듀서’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다시 말해서, 남들은 이미 다 알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자. 그 리뷰를 쓴 사람이 뭐 음반녹음을 해본 적이 있는 걸까? 그런데 프로듀서가 뭘 하는 사람인지 어떻게 알고 있겠는가? 음향학 공부라도 했을까? 사실 대부분은 ‘메탈리카(Metalica)의 프로듀서는 밥 록’, 혹은 ‘쎄끈한 얼터너티브 사운드를 뽑아낼 수 있는 능력자’ 이런 식으로 외우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정확하게 어떤 것이 프로듀싱인지, 프로듀서는 뭐 하는 사람인지 감이 딱 오질 않는다. 엔지니어는 뭐야? 그게 프로듀서랑 어떻게 달라? 엔지니어는 그냥 기술자인가? 그런데, 그렇게 보면 믹싱은 대체 뭐하는 것이며 그게 프로듀싱이랑 정확하게 어떻게 다른가? 그리고 믹싱은 엔지니어가 하나 프로듀서가 하나? 그리고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마의 공정 – 마스터링은 대체 정확하게 뭘 어떻게 하는 것이냐 말이지. 웨이브 리뷰에 “이번 앨범의 마스터링은 대단히 뛰어나다”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면, 답답하지 않느냔 말이다. 당신이 모르는 건 사실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직접 하는 사람들 외에는 잘 모른다. 심지어 음악을 한다는 사람들도 앨범 녹음의 경험이 없으면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나도 잘 모른다. 보면 인디앨범에 대한 신문기사들에서조차 “이번 앨범의 마스터링은…”이라는 식으로 쓰여지는 경우가 많은데, 기자가 마스터링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 가능성은 1%도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마스터링이니 프로듀싱이니 하는 단어가 나오면 이미 독자들은 “아, 음질에 신경썼다는 뜻의 전문용어겠거니”라는 식으로 대충 받아들이는 것으로 합의되어 있는 셈이다. 사실 이 용어들은 서로 잘 모르기 때문에 그냥 묻어두는 용어에 가깝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너무나도 궁굼해서 주변의 앨범 녹음하는 사람들에게 잔뜩 물어보고 다녔다. 그래, 나도 정확하게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더란 말이다. 집요한 문답의 결과 – 어떻게 대략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 정리한 결과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어보려고 한다. 뭐 틀릴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분야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 분들께서는 내가 틀렸거든 너무 민감하게 굴지 말고 대충 쿨하게 지적해주시길 바란다. 프로듀서는 뭐하는 놈이냐? 그러니까 아까도 말했듯이 프로듀서는 음악감독이라고 하면 틀리진 않다. 밴드는 자기 음악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힘드므로 프로듀서는 곡과 소리들을 판단해서 하나의 완성품으로 만드는 과정 전체를 지도/감독한다. 가상의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로랑 부르크라는 프로듀서가 있다. ‘Baby Star’라는 밴드의 앨범을 맡으면서 “나는 너희들의 매력이 큐트한 데에 있다고 본다. 그러니 너희들의 헤비메탈 곡들은 이번 앨범에는 넣지 말도록 하자”라고 제안한다. 반면 밴드 멤버들이 라이브시 꽤나 좋아하는 곡인 “I Kill You Softly”는 녹음을 하면 의외로 별로가 될 가능성이 많다고 말해준다. 설상가상으로 밴드 멤버들이 스스로 연주하면서도 쓰레기라고 생각하는 “Daddy Dogs”를 앨범의 타이틀로 하자고 제안하는 것이 아닌가! 더구나 “Daddy Dogs”에 데이먼 알반을 불러다가 그의 스캣을 넣자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우린 스캣 밴드가 아니야! – 라고 항의하려던 ‘Baby Star’의 멤버들은 로랑 부르크가 프로듀싱한 다른 밴드의 앨범을 들어보고 그를 신뢰하기로 결정한다. 스캣이라는 말만 듣고 발끈했지만 그 앨범에 들어간 줄리아 로버츠의 스캣은 정말 괜찮은 사운드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데이먼 알반은 신인 밴드의 앨범에서 평생 소원이었던 스캣세션을 하게 되었다. ‘Baby Star’의 “Daddy Dogs”는 영국을 강타하는 수퍼 싱글이 된다. 2006년 NME는 그들을 올해의 신인 밴드로 선정한다. “황홀한 스캣과 전자음악의 조화. 이 밴드가 헤비메탈밴드였다면 최악이었으리라”라는 문구와 함께. 이렇게 보면 프로듀서는 대단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 같다. 프로듀서의 권한은 녹음과 라이브는 그 기반 논리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에서 기인한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조차 ‘녹음’이란 라이브를 따로따로 녹음해서 합치는 것이라고 간단하게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라이브에서는 좋은 소리인 것이 녹음에서는 구린 소리가 될 수도 있다. 라이브와 녹음의 차이는,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치면, 무대 위에서 캐리커쳐를 그리는 퍼포먼스를 하는 것과 집에서 그림을 완성하고 그 완성품을 공개하는 것과의 차이이기도 하다. 요컨데 앨범이란 라이브와는 별개의 고유한 매체이며 별도의 미학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곡작업을 할 때도 드러난다. 라이브를 기반으로 곡 작업을 한 밴드는 녹음에 들어가면 고생할 가능성이 많다. 라이브에서는 멋진 곡이었는데 막상 녹음을 하니까 그만한 매력이 안 나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이다. 프로듀싱 능력이 빈약한 한국 인디의 고질적인 문제이다. 반대로 녹음을 하면서 곡 작업을 하는 밴드는 라이브가 앨범 만큼 안 좋은 경우가 많다. 앨범은 괜찮은데 라이브는 지루함의 극치! 뭐 그럴 수도 있단 말이다. 그러니 밴드의 역량과 존재형태에 따라서 프로듀서의 역할은 바뀔 수 밖에 없다. 녹음을 중심으로 곡 작업을 하는 밴드라면, 프로듀서의 권한은 아예 작곡지도에까지 미칠 수 있다. 이 경우 프로듀서는 거의 식스맨에 가깝다. 기타리스트가 뭔가 리프를 만들면 “야, 거기에 업비트 깔고 로코코 양식의 코러스를 넣으면 좋지 않을까”라고 제안할 수 있다. 그러면 일단 리프 녹음해놓고 다른 트랙들을 덧입혀 보고 편집해가면서 곡을 완성한다. 프로듀서는 이 작업을 관리하고 감독한다. 대부분의 거물밴드들은 이런 식으로 작업을 한다. 요컨데 U2는 하나의 브랜드이고 곡을 만들고 녹음하는 것은 ‘일’이며, 앨범은 하나의 상품이니까 스티브 릴리화이트는 그걸 총괄하는 사람이 된다. 밴드 멤버들이 우울증에 걸려 술에 쩔어 있으면 상담도 해주면서. 알다시피 비틀즈도 후기에는 이런 방식으로 곡작업을 했다. 이것이 보편이라는 것은 아니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ly Peppers)는 스튜디오에서 합주하면서 곡을 만들었다. 정해진 것은 없다. 라이브를 전제로 곡 작업을 하는 밴드들은 어떻게 되나. 앨범 녹음을 하기 전에 이미 대부분의 곡이 완성되어 있을 것이다. “신나는 라이브로 모 레코드사의 눈에 띄어 데뷔하였다”라는 말이 붙는 신인밴드라면 더욱 그렇다. 프로듀서는 그걸 녹음으로 어떻게 옮겨야 할지 고민한다. 라이브에서는 멋졌던 곡이 녹음해놓으니 산만하기 이를 데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에 프로듀서는 “이 곡에서는 베이스를 두 개 넣고 기타는 빼자”라고 말할 수 있다. 기타리스트는 집에 가서 자살한다. 밴드는 기타 없이 베이스만 두 개 나오는 노래를 녀석의 추모곡으로 발표, 대박을 친다. 어떤 밴드냐에 따라서 프로듀서의 역할은 축소될 수도, 확장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조화다. 좌우간 어느 경우에도 프로듀서는 그 앨범의 사운드를 책임지기 위해서 고용된 사람이라고 보아야 한다. 외국에는 별볼일 없는 밴드에 괜찮은 앨범도 많다. 재능을 조금 가졌을 뿐 녹음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밴드가 명반을 낼 수 있는 이유다. 프로듀서의 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밴드가 정말 괜찮아도 앨범이 안 좋게 나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한국 인디씬에 전문역량을 가진 프로듀서가 거의 부재한 탓이다. 결국 거의 다 홈레코딩으로 자체녹음하거나 녹음기술을 가진 아는 사람에게 프로듀싱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노이즈록 사운드는 한국에서는 OOO에게 – 라는 것이 거의 없는 것이다. 일단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주류에서는 오히려 점점 나아지는 것 같다). 평론가 신현준의 글에 의하면 “훌륭한 밴드의 별로 안 좋은 음반”이라는 현상은 한국록의 초기 단계부터의 고질적인 문제였다고 한다. 음반의 사운드 메이킹을 단지 기술적 영역의 문제로만 이해하는 당시의 병폐가 이어지는 탓일 터다. 엔지니어는 뭐하는 놈이냐? 아아. 그럼 엔지니어는 뭐 하는 놈인가? 일단은 기술진이라고 보면 된다. 영화로 치면 촬영감독이나 조명기사 같은 역할이다. 드럼 녹음이라고 치자. 드럼소리가 멋지게 녹음되려면 드럼에 마이크를 어떻게 대어야 하는지 판단하고 실행에 옮긴다. 실황을 보자. ~ 실제상황의 예 ~프로듀서: 댄서블한 소리가 나와야 하는데 이건 아닌 거 같지 않나요?엔지니어: 음… 잠깐만 기다려보세요. (드럼의 킥에 뭔가 스폰지 같은 걸 대고 마이크를 교체한다)엔지니어: (녹음실의 드러머에게) 킥 좀 계속 밟아보세요.(녹음실의 킥 소리가 믹싱룸의 모니터 스피커에서 나온다 : 둥… 둥… 둥… 둥…)프로듀서: 오, 이거면 될 거 같은데. 나중에 이펙터로 약간 붕 뜬 느낌으로 만들어봅시다.엔지니어: 해보죠 뭐. 그런데 핀 마이크도 하나 다른 걸로 교체하는 게 좋겠네요. 엔지니어는 이런 것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기타사운드를 녹음했다면 반드시 EQ를 깍는다. 우리는 여기에서 녹음의 과정을 좀 더 살펴보도록 하자. 기타를 치면 증폭된 앰프에서 소리가 나온다. 그걸 마이크를 통해서 다시 앰프를 거쳐 증폭 – 컴퓨터에 녹음한다. 그런데 마이크를 통하고 다시 소리를 증폭하면서 아무래도 소리가 변형된다. 당연하다. 어딘지 모르게 저음대가 좀 강해진 것 같다. 그러면 엔지니어는 저음대를 좀 깍아낸다. 그렇게 해서 생음에 보다 가까운 소리를 낸다. 그냥 녹음하고 별다른 이펙터를 안 건다고 해서 생음에 가까운 것이 아니다. 엔지니어는 소리를 들으면 “저음대의 OO헤르쯔와 OOO헤르쯔 사이가 좀 많은 거 같다”라고 판단한다. 그리고 그 소리를 표현하는데 필요없는 대역을 깍아내는 것이다. 이렇게 깍아내면 소리는 좀 더 날씬해지고 또렷해진다. 물론 잘못 깍아내면 소리가 힘이 없어지고 멍해진다. 어느 수업에서는 이렇게 한다고 하는데. 선생이 소리를 들려주면 학생들은 “어느 헤르쯔를 깍아야 합니다” / “어느 헤르쯔요” / “아닙니다. 어느 헤르쯔입니다” 라고 한다고 한다. – 틀렸어. 요놈들아. 이건 안 깍아도 돼. (다들 손바닥 한 대씩!) 이렇게 소리가 날씬해지면 다른 소리랑 좀 더 잘 어울린다. 우리가 스테레오로 사운드를 들으면 일종의 ‘공간’을 연상하게 된다. 좌우의 서로 다른 소리 연출이 입체공간을 연상케 하는 것이다. (인간의 눈이 두개라서 입체시각을 가지게 되는 것과 동일하다) 날씬하고 또렷한 소리는 공간을 별로 차지하지 않으면서 시원하게 귀까지 뻗어온다. 어떤 소리는 소리 자체가 별로 강렬하지도 않은 주제에 너무 뚱뚱해서 다른 소리를 마구 밀어낸다. 그렇게 되면 그 소리만 앞에 있고 다른 소리는 묻혀버린다 (쓸데없이 목소리만 큰 인간을 보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 된다). 물론 듣는 사람은 “믹싱이 잘못 되었다”거나 “녹음이 엉망이다”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그런 개념이 없으니까 판단도 할 수 없다. 단지 “안 좋은 노래다”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들은 이야기지만, 사람들은 사운드가 좋으면 연주를 잘 했다고 판단하고, 사운드가 나빠도 역시 연주자를 탓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결국 엔지니어나 프로듀서가 욕 먹을 일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다만 그 밴드랑 두 번 다시 일을 못할 뿐이지. 각설하고, 엔지니어는 이퀄라이징만 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공정을 또 하나 소개하자면, 소리를 녹음하면서 컴프레서라는 것도 건다. 컴.프.레.서. 많이들 들어봤을 것이다. 이게 무엇이냐? 간단하게 설명해보자. 누군가가 베이스를 연주한다고 치면 그 연주 안에서 소리가 어디는 너무 크고 어디는 작고 하는 편차가 생긴다. 요컨데 들쭉날쭉하다는 말이다. 첫번째 스트링은 손가락이 닿기 편해서 볼륨이 약간 커지는데, 네번째 스트링을 칠 때마다 볼륨이 줄어들 수도 있다. 연주실력이 별로일수록 그렇다. 컴프레서는 이런 편차를 줄여버릴 수 있다. 그러면 상당히 능숙하게 연주하는 듯이 들린다. 반면 편차가 클수록 좀 더 날 것으로 들린다. 컴프레서는 이것을 조정할 수 있다. 댄스뮤직에서는 컴프레스를 많이 건다. 반면 펑크라면 그렇게 심하게 걸 이유가 없을 것이다. 연주력이 별로인 밴드인데 음악은 꽤 괜찮게 들리는 이유 중에 하나는 이런 부분도 있다. (물론 걔네들의 음악이 근본적으로 매력적이어야 한다) 컴프레서의 다른 기능은, 소리의 지속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 하고 소리를 지르면 처음에는 크고 뒤로 갈수록 작아질 텐데 컴프레스는 그 소리의 ‘꼬리’를 어느 선에서 잘라낼지 결정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가장 재미있을 것 같은 두 부분만 골라서 집중 소개했지만, 이런 작업 외에 수많은 공정이 있다. 엔지니어는 녹음된 소리를 잘라서 잘된 부분만 골라서 편집하기도 한다. 그는 퀄리티가 높은 소리가 녹음될 수 있도록, 또 녹음된 소리가 괜찮게 들릴 수 있도록 모든 공정을 다한다. 이런 차이는, 연주자의 연주를 돋보이게 만들 수도 있고 구리게 만들 수도 있다. 결국은 녹음 전반의 기술적 관리와 실행, 그리고 사운드를 세공해서 표현하는 기술적인 문제를 담당한다. 무시무시한 사람이다. 엔지니어는 어떻게 보면 프로듀서나 연주자보다 더 음에 밀착해서 작업하는 사람이다. 밑에서 이야기하겠지만 실제적인 프로듀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믹싱은 뭐하는 짓이냐? 믹싱은 뭐햐는 짓이냐를 말하기 전에 클래식 이야기부터 하자. 나는 클래식에 조예가 별로 없다. 어느날 클래식 음악을 하는 사람을 만났는데 전부터 궁굼한 걸 물어보았다. “그 지휘자라는 게 뭐하는 사람입니까, 대체?” 아아. 물론 지휘자의 개성이 중요하다는 건 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연주자가 악보 보고 그냥 악보대로 다른 사람들과 맞추어 연주하면 그만 아닌가 싶다. 클래식은 일단 악보에 충실한 게 중요하다니까 지휘자를 무시할 수도 있잖을까? 그런데 이 사람이 말하길. 무대 위에서 연주자는 자기 소리 외에 다른 소리를 객관적으로 듣기가 힘들다고 한다. 클래식은 무대에 연주자들을 위한 모니터 스피커⑴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휘자의 지휘봉이 하나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지휘가가 “거기 호른, 소리를 좀 더 작게”라고 손짓하면 호른은 그에 따른다. 왼편에 있는 콘트라 베이스는 오른편 끝에서 연주되는 바순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면 타이밍 잡기가 난감할 수 있다. 지휘자는 ‘지금 이 순간 천천히 입장하쇼’라고 손짓한다. 물론 사전에 리허설을 할 때 “거기에서는 소금쟁이가 물방아깨비를 압사하듯이 들어와주세요”라고 합의해뒀을 것이다. 그러면 콘트라베이스가 소금쟁이가 물방아깨비를 압사하듯이 ‘천천히’ 타이밍 맞추어서 들어올 수 있게 된다. 결국 지휘자는 그래서 중요한 거고 지휘자가 누구인지만으로도 꽤 음악을 가늠할 수 있게 된단다. 바로 이런 작업이 녹음에서는 믹싱에 해당한다. 믹싱은 매우 중요하다. 어떤 밴드의 노래에서 기타소리를 키우면 기타팝이 되고 베이스 소리를 키우면 댄스가 가미된 듯이 들릴 수 있으니까. 우선적으로 각 트랙의 볼륨 밸런스를 정한다. 이 노래는 드럼의 스네어 소리는 좀 크게. 기타 소리는 좀 작게. 베이스는 좀 크게. 그리고 좌-우의 패닝을 결정한다. 즉 기타는 우측에 배치하고 보컬은 가운데, 탬버린은 오른쪽에서 나오게 한다는 식이다. 보컬에는 딜레이를 걸어서 영롱하게 하자. 기타는 이 부분에서는 페이드 아웃되면서 마지막은 갑자기 끝나는 듯 소리를 뚝 자르자. 이런 것이 믹싱이다. 위에서 언급한 이퀄라이징과 컴프레싱을 포함해서 소스가 녹음된 트랙들을 가지고 곡을 멋지게 연출하는 것이다. 실례를 들어보자. 데이빗 보위(David Bowie)의 “The Man Who Sold the World”를 들어보면 드럼이 특이하게도 우측 구석에 작게 놓여 있다(보통 드럼은 아래에 충분한 음량으로 놓인다). 좌측에서는 뭔가 돌리는 소리가 역시 구석에 놓여져 있다. 소리를 양쪽으로 크게 벌려서 센터를 거의 비워놓다 싶게 만들었다. 그 센터에는 뭔가 공간감이 있는 이펙터가 걸린 보컬이 비교적 큰 음량으로 배치되었다. 덕분에 노래는 무척 센스있게 들린다. 사람들은 믹싱이 멋지다고 말하기 보다 노래가 멋지다고 말하겠지만. 물론 여러가지 기술적인 문제가 있을 것이다. 이 소리를 도드라지게 하면 저 소리가 너무 뒤로 밀린다든가. 그러니까 믹싱과정을 영화로 치면 필름의 최종편집과 음향 덧입히기에 해당한다고 해도 될 거 같다. 믹싱은 기술적인 영역만이 아니라 사운드의 배치와 표현으로 일종의 패션을 제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믹싱은 프로듀서가 하는가 엔지니어가 하는가? 보통의 경우에는 프로듀서가 감독을 하고 엔지니어가 그것을 기술적으로 실행한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실제로 꼭 그렇지는 않다. 프로듀서가 오아시스 노래 한 곡 들려주고, “이 노래는 딱 이런 풍으로 해줘.”라고 하고서 집에 가버릴 수도 있다. 엔지니어가 그 날 밤을 세우면서 믹싱을 했다. 그는 투덜거린다. 오아시스 풍은 무슨 얼어죽을.. 이 밴드는 그린데이 풍이란 말이다! 그리고 그는 그린데이 풍으로 믹싱을 했다. 그런데 프로듀서가 돌아와서. “오, 바로 이거야. 내가 말한 대로 오아시스 풍으로 잘 해놨군!”하면서 칭찬한다. 물론 앨범 속지에 “Mixed by 프로듀서”라고 적히게 된다. 프로듀서가 엔지니어와 밤새 같이 붙어서 믹싱을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엔지니어는 프로듀서의 손이다. 혹은 프로듀서는 집에 가고 그 곡의 작곡자가 엔지니어와 상의해서 믹싱을 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이건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콘솔을 직접 움직이는 사람은 엔지니어일 것이다. 구상은 예술적인 부분이지만 실행은 기술적인 영역이다. 하지만 기술과 구상은 서로를 포함하잖는가. 엔지니어와 프로듀서가 한 사람일 경우도 많다. 한국 인디의 경우, 엔지니어가 밴드 멤버들과 상의하면서 프로듀싱도 맡는 경우가 많다. 프로듀서는 녹음의 공학에 대해 상당히 꿰고 있지 않으면 안 되므로, 이런 것이 자연스럽고 편리하다. 그러나 장르를 이해하고 개척하는 전문 프로듀싱 역량이 부재하다는 것은 역시 아쉬운 일이다. 한국 록의 초기에 엔지니어는 기계를 다룰 줄 안다는 것이 대단한 권위였기에 당연히 프로듀서의 역할까지 했다고 한다. 산울림 1집 같은 경우가 그렇다. 이해할 만한 일이다. <24시간 파티 피플(24 Hour Party People)>과 같은 영화를 보면 조이 디비전(Joy Division)의 프로듀서인 마틴 헤넷 역시 엔지니어의 역할도 하고 있더라. 소규모 인디 녹음의 경우 둘은 대체로 겹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엔지니어와 프로듀싱은 깊이 전문적인 기술을 추구할수록 아무래도 서로 다른 영역이 된다. 그럼 마스터링은 뭐냐? 아아. 이 글도 다 끝나간다. 믹싱을 하면 일단 완성이 된다. 그 자체로 곡이 완성된 곡으로 들린다는 말이다. 그럼 마스터링이란 대체 무엇이냐. 그것은 왜 하는가. 믹싱은 녹음을 한 소스를 취합해서 하나의 곡으로 만드는 작업이라고 위에서 이야기했다. 대부분의 노래는 스테레오이고 좌우가 다르므로 최종 트랙은, 좌-우의 두 트랙으로 수렴된다. 프로듀서는 이 앨범 수록곡들의 스테레오 트랙을 마스터링하는 곳에 보낸다. 그러면 마스터링 엔지니어는 그것을 하나의 ‘앨범’이라는 완성품으로 만들어낸다. 곡간 타임이라는 것이 있다. 곡과 곡 사이에 어떤 곡은 휴지기 없이 바로 이어진다 (곡 두세개가 한 곡처럼 이어지는 프로그레시브 뮤직을 생각해보라). 어떤 곡은 -2, -1, 0 이렇게 카운트가 들어간다. 이런 처리를 한다. 이것만이 아니다. 믹싱을 마치고 건네진 곡들은 볼륨이 들쭉날쭉하다. 첫번째 곡은 볼륨이 3이었는데 두번째 곡은 볼륨이 6이다. 그러면 앨범을 듣는 사람들은 갑자기 볼륨수준이 높아지는 것에 짜증을 내면서 일일이 조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마스터링에서는 편하게 들을 수 있도록 앨범 전체의 볼륨수준과 곡의 개별 볼륨을 조정한다. 들은 말에 의하면 앨범의 볼륨수준이 크게 마스터링될수록 노래가 좋게 들리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특히 라디오 방송에서). 소리가 더 가깝게 들리는 것이다. 때문에 마스터링에서는 대부분 볼륨을 최대한 끌어올리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곡 안에서 가장 볼륨이 큰 부분의 연주가 CD의 한계 볼륨에 가깝게 되어 있다고 치자. 다른 부분은 볼륨이 꽤 작은데 그 특정 부분만 ‘콰콰쾅’ 하고 몰아치는 곡이다.. 이 때문에 다른 부분까지 끌어올릴 수 없게 된다는 말이다. 이럴 때는 볼륨이 큰 부분의 볼륨을 깍아내면서까지 전체 볼륨을 끌어올리려고 노력하기도 한단다(물론 너무 심하게 하면 곡의 역동성이 망가진다). 마스터링에서는 좌-우 스테레오로 보내진 곡의 두 트랙을 가지고 별도의 컴프레서나 이펙터 처리를 하기도 한다. 리버브를 좀 더 걸거나 컴프레서를 특이하게 걸거나, 이퀄라이징을 하기도 한다. 곡의 매력을 더욱 끌어내기 위한 작업이다. 별도의 작업으로 오래된 음반의 잡음을 제거하는 복잡한 작업을 하기도 한다. 또한 마스터링은 어느 스피커에서도 노래가 괜찮게 들리게 하기 위한 사운드의 음향학적인 조정작업이기도 하다. 카스테레오에서는 굉장히 좋게 들렸던 노래가 미니 컴퍼넌트에서는 너무 저음이 없다거나 할 수도 있다. 이러한 편차는 믹싱에서도 고려되지만 마스터링에서 최종 조정하게 된다. 그래서 CD의 마스터가 완성되면 이제 자켓 디자인하고, 그리고 찍어내는 것이다. 글 끝났다. 자, 이제 다들 가서 아는 체 하시라. ⑴ 모니터 스피커 록 음악의 연주에서는 무대 위에 모니터 스피커가 있다. 이게 얼마나 중요하냐면 모니터 스피커라는 게 없던 시절, 비틀스의 초기 공연이 박자가 얼마나 불안하게 삐꺽이는지를 확인해 보면 된다. 그건 그들이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모니터 스피커가 없으면 무대 위의 연주자는 자기 소리를 거의 들을 수가 없다. 보컬은 자기가 지금 세게 부르고 있는지 약하게 부르고 있는지 판단이 안 되므로 허우적거린다. 하모니가 되질 않으므로 연주자들은 기분이 더러워진다. 관객들은 밴드가 실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밴드는 해체한다. 지금도 한국의 클럽 중 영세한 곳은 모니터 스피커가 따로 없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는 관객석으로 향한 스피커가 그래도 밴드 멤버들의 뒤, 혹은 옆에 있는 경우가 많다. 공연자들도 관객들이 듣는 소리를 대충 함께 들을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 규모가 있는 경우 모니터 스피커가 별도로 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20050422 | 김남훈 kkamakgui@hanmail.com * 많은 부분 조언해준 병진군 외 여러분에게 감사. 그러나 내용상 오류는 전부 나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