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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 – 눈썹달 – T­­―Entertainment, 2005

 

 

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사랑할 수 없는 사랑 때문에 자신을 사랑한다. 그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사랑을 다룬 영화의 배우이자 감독이며 관객이자 매표원인 동시에 호객꾼이다. 그의 마음속에서는 두 명의 술장사에게 일어났던 일과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장사가 안돼 고민하던 그들은 서로의 술을 사서 마시기 시작했다. 결국 술은 다 팔았지만 그들의 손에 남은 것은 처음 술을 살 때 썼던 그 동전 하나뿐이다. 그는 사랑에 취해 자신에게 사랑을 팔았고 그 대가로 때묻은 동전 하나를 얻었다. 이것이 나의, 혹은 내 세대의 낭만적인 사랑이다. 이 세계는 아프고 아름답지만 잔인하지는 않다. 자살은 있어도 칼은 없고 가난은 있어도 사채는 없으며 섹스는 있어도 포르노는 없는 세계.

이소라의 여섯 번째 음반이 다루고 있는 것은 이 무균질의 무중력 실연 상태, 초승달을 “‘눈썹달”‘로 바꿔 부르고야 마는 상상력의 세계이다. 이를 위해 그녀는 일렉트로니카의 소리결을 사용한다. “거긴 미래도 현재도 없어”(“듄”) 하지만 과거는 있다. 로파이의 본성을 굳이 숨기는 앰비언트풍의 몽롱한 루프에 맞춰 이소라는 엔야(Enya) 스타일의 어슴푸레한 목소리로 모래혹성 듄을 떠돌다가 1:54초 뒤 방구석에서 사막의 사진을 바라보며 옛 연인을 그리워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이 때 보컬은 칼칼한 비트에 맞춰 건조한 톤으로 바뀐다). 현실과 마주친 마음의 짧은 흔들림은 다시 모래혹성으로 날아감으로써 안정을 찾는다(다시 어슴푸레한 에코).

이 세계에서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이소라식 발라드인 “바람이 분다”와 “이제 그만”만이 제 갈길을 못 찾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늪에 빠진 사람의 최후처럼 고개를 빳빳이 든 도피성 나르시시즘으로 충만한 그녀는 거울 앞에서 “참 못생겼어”(“Tears”)라고 중얼거린다. 거울조차도 이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실연의 상처와 자기중심적 자학은 이소라의 전매특허에 가깝지만 이 음반에서는 그 농도가 유달리 짙다. 프로듀싱까지 맡은 이소라는 설탕에 커피를 타듯이 음반을 만들기로 작정한 것 같다.

가사는 곡을 순순히 좇는 데 그치지만 사운드는 뒤로 갈수록 심란해진다. 무심하게 퉁기는 더블베이스를 무시한 채 포티스헤드(Portishead) 풍의 삑삑거리는 노이즈가 날아다니는 “Fortuneteller”와 허밍만으로 이루어진 “세이렌”에 이르면 음반의 정서가 바닥을 쳤다는 느낌이 든다. 주류와 비주류를 막론하고 한국 대중음악에서 넘기 어려운 선 바로 앞까지 갔다는 소리다. 건전함이라는 빨갛고 가는 선, 닿는 순간 스포츠 신문과 지상파 방송과 정론 일간지에서 미친듯이 짹짹거리며 경호업체를 부르는 선 말이다.

이 음반의 판매고가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사실은 어쩌면 그에 대한 응분의 (사회적?) 조처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이 음반이 전에 없던 새로운 무언가를 들려준다는 흥분어린 목소리 역시 성급한 것이다. 사운드가 보컬을 보조하는 역할에 충실하다는 주류 팝의 기본적인 조건은 여전히 지켜지고 있다. 그보다는 뮤지션의 개인적인 비전이 그에 맞는 사운드를 찾아낸 좋은 예라고 하면 어떨까. 여기서 그 개인적인 비전의 밀도를 걸고넘어지는 것은 사랑의 밀도를 따지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일이다. 누가 동전 하나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의 꿈과 사랑을 검열할 수 있는가? 20050314 | 최민우 eidos4@freechal.com

7/10

수록곡
1. Tears
2. Midnightblue
3. 바람이 분다
4. 이제 그만
5. 별
6. 듄
7. 쓸쓸
8. 아로새기다
9. Fortuneteller
10. Siren (세이렌)
11. 봄
12. 시시콜콜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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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 [꽃] 리뷰 – vol.3/no.1 [20010101]

관련 사이트
이소라 공식 홈페이지
http://www.leesor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