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ft Punk – Human After All – Virgin/EMI(라이선스), 2005 PA 스피커와 백만인의 함성 눈을 ENG 카메라로, 귀를 서브우퍼로 삼고 출퇴근 시간이나 등하교 시간에 생체 뮤직비디오를 찍는 사람들에게만 음악과 공간의 관계가 중요한 건 아니다. 음악은 공간을 조직하기도 하지만 공간이 음악을 조직하기도 한다. “Enter Sandman”이 흘러나오는 엘리베이터나 “Round about Midnight”을 배경음악으로 워크래프트를 팔고 있는 매장은 시계가 있는 백화점보다 더 드물 것이다. 취향과 얽혀있는 자존심, 산들바람과 함께 일어난 내면의 충동, 스스로 창조한 것이라 믿고 있는 주입된 이미지들, 맥도널드의 딱딱한 의자와 맛없는 커피는 모두 우리의 음악적 경험을 재구성하는 것들이다. 다프트 펑크(Daft Punk)는 그러한 음악적 경험의 가장 확실한 촉매 중 하나였다. [Homework](1997)가 클럽과 거리를 위한 음반이었고 [Discovery](2001)가 클럽과 라디오를 위한 음반이었다면 5년만의 신보인 [Human After All]은 오롯이 클럽(과 아마도 약)을 위한 음반이다. 누구나 알다시피 클럽(과 아마도 약장사들)은 거리와 라디오 사이에 있다. 신보의 방향도 이와 비슷하다. [Homework]의 간결함과 [Discovery]의 다채로움(과 보코더)을 절반 정도씩 가져와 뒤섞었다. 아교 역할을 하는 것은 날카롭고 싸이키델릭한 질감의 일렉트로닉 노이즈이다. 온화하게 음반을 마무리짓는 “Emotion”에서조차도 헐떡이는 것 같은 몽글몽글한 효과음이 삽입되어 있다. 농구공처럼 튀는 비트에 맞춰 노이즈의 세척(wash)이 벌어지는 “The Brainwasher”같은 곡은 가청 주파수의 한계를 시험해본다는 느낌이 든다. 그 결과 음반은 CAD 작업이나 피파 2004를 하면서 들을 때보다 2KW급 PA 스피커를 놓고 춤을 출 때 더 환장할 수 있는 소리를 낸다. 하지만 모비(Moby)의 “Thousand”와 비슷한 패턴을 취하는 “The Prime Time of Your Life”의 BPM을 끝까지 따라잡으려면 눈동자에서 땀이 나올 때까지 몸을 흔들어야 할 것이다. 첫 싱글 “Robot Rock”은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와 밴 해일런(Van Halen)을 리믹스한 것 같은데, CD 두께정도의 감정을 가진 듯한 목소리 샘플이 ‘rock, robot rock’이라고 웅얼거리는 동안 무그 신서사이저의 단순한 패턴이 파워 코드 기타와 섞여 쉼없이 반복된다. 하지만 다프트 펑크의 좋은 곡들이 늘 그랬듯 지루하지 않다. 두 번째 싱글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일 듯한 “Human After All”과 “Technologic”도 좋은 곡이다. 둘 다 다프트 펑크의 매력이 비트와 샘플 무더기들을 적절한 순간에 집어넣고 빼는 솜씨에 있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한다. 그들의 음반 중 가장 기계적인 성격이 강한 이 음반에 ‘인간이 우선(human after all)’이라는 제목을 달아놓았다는 사실은 흔한 농담이니 안 웃어도 상관없다. 하지만 다프트 펑크의 신보가 나왔다는 사실에는 웃어도 된다.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의 옛 스타들이 말라붙은 사인펜으로 쓴 글씨보다 더 희미한 존재감을 가진 음반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다프트 펑크의 신보는 클러버들을 한순간이나마 광기의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소리를 들려준다. 이 음반은 설사 당신의 음악적 경험을 바꾸지는 못할지라도, 적어도 목과 팔을 움직이는 방향은 바꿀 수 있다. 그럴 사람이 꽤 될 것이다. 20050317 | 최민우 eidos4@freechal.com 7/10 * 이 리뷰는 라이선스 해설지와 ‘세계관 연동’ 관계에 있는 글입니다. ** EMI 코리아의 양해하에 3번 트랙을 스트리밍 서비스합니다. 수록곡 1. Human After All 2. The Prime Time of Your Life 3. Robot Rock 4. Steam Machine 5. Make Love 6. The Brainwasher 7. On/Off 8. Television Rules the Nation 9. Technologic 10. Emotion 관련 글 Daft Punk [Discovery] 리뷰 – vol.5/no.20 [20031016] 관련 사이트 Daft Punk 공식 홈페이지 http://www.daftpu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