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83 – Before The Dawn Heals Us – Goom/EMI, 2005 전자양은 안드로이드에 대한 꿈을 꾸는가 탠저린 드림(Tangerine Dream)과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 모과이(Mogwai)를 마니토바(Manitoba)처럼 뒤섞은 두 번째 음반 [Dead Cities, Red Seas & Lost Ghosts](2003)를 계기로 프랑스 항구도시 앙티브(Antibe) 출신의 두 청년, 안토니 곤잘레즈(Anthony Gonzalez)와 니콜라스 프로마고(Nicolas Fromageau)의 일렉트로니카 듀오 M83은 자국 이외의 지역에서도 유명세를 얻게 되었다(즉 영미권의 음악 매체에서 이들을 환대하기 시작했다). 기타 노이즈처럼 처리된 신서사이저 소리와 뒤엉킨 낭만적인 선율이 녹색 구름 아래 알루미늄 종달새가 노니는 전원 풍경을 그리워하는 것 같은 효과를 불러일으킨 이 음반은 ‘영화적(cinematic)’이나 ‘광활한 소리의 풍경(huge soundscape)’과 같은 비평적 상투어들을 기쁘게 할 소리를 가득 담고 있었다. 프로마고가 솔로 활동을 위해 탈퇴한 뒤 형제인 얀(Yann Gonzalez)과 세션 뮤지션들을 동원하여 만든 M83의 세 번째 음반은 좀 더 개인적인 시선을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나 [콜래트럴(Collateral)]에서 따온 듯한 커버 사진과 ‘새벽이 우리를 치료하기 전에’라는 감상적인 제목은 그 시선이 대중이 갖고 있는 도시에 대한 정서를 바라보고 있음을 암시한다. 군중 속의 고독. 끊기듯 타버린, 필라멘트같은 사랑. 야근이나 컵라면과 관계없는 세계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몽상들. 보컬이 삽입된 노래(song)의 비중이 커진 것과 빈번한 실제 악기의 사용을 통해 ‘기타 밴드 음악’과의 실질적인 절충을 꾀하고 있는 점 등의 변화가 여전히 비평적 상투어들의 입맛을 다시게 하는 소리와 함께 섞여 있다. 초반부의 두 곡에서 그 변화는 잘 드러난다. 신서사이저의 난장(亂場) 속에 실제 드럼 비트와 변성기를 맞은 천사들의 합창 같은 코러스가 울려 퍼지는 “Moonchild”가 천천히 공기를 달구고 첫 번째 싱글 “Don’t Save Us from the Flames”는 그 공기에 불꽃을 붙인다. 감미로운 코러스 주위를 두텁게 감싼 기타와 신서사이저의 노이즈가 작렬하는 가운데 1980년대 헤어 메틀 풍의 건반 연주가 출몰하는 이 일렉트로닉 로큰롤은 이른바 ‘영미권 록의 감성’과 ‘유럽 일렉트로니카의 무드’가 만나는 어떤 지점을 표시하는 것 같다. 신보에는 바로 이 로큰롤의 ‘격렬함’이 정중동을 어긋나게 충돌시키며 빚어내는 긴장감을 타고 넘실거린다. 이는 “Fields, Shorelines and Hunters”나 음반 말미의 필살 트랙인 “A Guitar and a Heart”의 ‘댄서블(danceable)’한 기운 속에서도 충분히 감지되는 것으로서, 나른한 코러스 밑에 실제 드럼과 드럼 머신의 비트가 뒤섞이며 내달리는 “Teen Angst”와 공포 영화에서 따온 대사 샘플을 차분한 선율과 결합시키며 엇나간 분위기를 조성하는 “Car Chase Terror!”는 기타를 버린 모과이 같은 소리를 낸다. 중간에 삽입된 발라드 트랙들은 이 격렬한 흐름을 효과적으로 조율한다. 음반에서 가장 인상깊은 순간 중 하나인 “Farewell/Goodbye”와 “Safe” 같은 곡들은 듣는 즉시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선율과 무드를 붓에 발라 쓸쓸한 풍경을 그려낸다. 빌딩 옥상에서 내려다 본 도시의 야경이라기보다는 지하철 차창에서 반짝이는 싸구려 네온사인의 행렬에 더 가까워 보이는, 현실적인 맛은 나지만 현실 같지는 않은 풍경 말이다. 말미를 장식하는 대곡 “Low Your Eyelids to Die with the Sun”또한 완전히 ‘천상적(ethereal)’이지만은 않은 무드로 음반을 마무리한다. 커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높이까지만 올라가는 것 같다는 소리다. 나는 이것이 적절한 끝맺음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들로 인해 예전부터 좁은 땅밖에 갖지 못했던 특정 음악의 애호가들이 음악적 공중부양을 연습해야 할 이 시점에서 같이 올라갈 수 있는 음악을 만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너무 높이 올라가면 돌아오지 못하는 것이다. 20050215 | 최민우 eidos4@freechal.com 8/10 * 위 리뷰는 라이선스 해설지의 내용을 수정한 것입니다. ** EMI 코리아의 양해하에 4번 트랙을 스트리밍 서비스합니다. 수록곡 1. Moonchild 2. Don’t Save Us from the Flames 3. In the Cold I’m Standing 4. Farewell/Goodbye 5. Fields, Shorelines and Hunters 6. * 7. I Guess I’m Floating 8. Teen Angst 9. Can’t Stop 10. Safe 11. Let Men Burn Stars 12. Car Chase Terror! 13. Slight Night Shiver 14. A Guitar and a Heart 15. Lower Your Eyelids to Die With the Sun 관련 사이트 Goom Disques 공식 홈페이지 http://www.goo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