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지연 – The Egoist – Sonjiyeon Production/YBM Seoul Records, 2005 돌아와 그대, 내게 돌아와 오늘날의 한국 음악시장에서 “아이 너무해/아이 따분해”(“오늘”)같은 코러스가 256MB MP3 플레이어에 알맞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코러스가 들어있는 음반은 위기에 처한 것이다. 손지연의 두 번째 음반에 그 위기를 돌파할 비책 같은 것은 없다. 개그맨들의 크리스마스 캐롤 음반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줄만 알았던 차임벨 소리와 함께 드라이아이스처럼 퍼지는 1980년대 풍 신서사이저 선율은 이 음반이 유행에 반(反)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알려 줄 뿐이다. 그렇다면 뚝심?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별다른 가공을 거치지 않은 사운드와 1970년대 포크 풍의 자유분방한 멜로디로 이루어진 이 음반은 길에 떨어진 지갑을 줍는 것이나 노래하는 것이나 다를 게 뭐가 있냐는 듯한 소리를 낸다. 음반 전체가 ‘유기적’인 기운을 강하게 드러냈던 전작에 비해 각각의 노래가 갖는 매력이 늘었고, “오늘”과 “영영”, 양병집과 함께 부른 “춤추는 달” 등은 미사리 스타일의 김빠진 포크 송이나 자신을 자꾸 대학 축제용 가수로 만들려고 애쓰는 몇몇 통기타 뮤지션들의 노래들과는 일찌감치 거리를 둔다. 특별하지 않은 내용을 특별하게 부르면서 특별한 인상을 남기는 것은 손지연의 특별한 점이다. “영영”과 같은 곡은 전작의 “기다림”만큼 깊이 가라앉아 있지는 않다 하더라도 ‘쿨’과는 다른 종류의 자제심을 끈질기게 유지하면서 음반에서 유독 인상에 남는 울림을 갖게 되었다. 음반 전체에 걸쳐 가사와 멜로디가 앰프와 스피커처럼 친근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 또한 최근의 한국어 음반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광경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많은 장점들을 잡아먹는 것은 기술적인 문제이다. 나는 지금 음반의 소리가 ‘촌스럽게 들린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이야기” 같은 곡이 보이는 ‘모던’한 감성이 그 촌스런 사운드 때문에 흔들리는 것도 아니다. 말하고 싶은 것은 실제적인 문제이다. 라이너 노트에서는 음반의 성긴 사운드에 ‘일빙(ill-being)의 미학’이라는 수사를 달아놓고 있지만 “권태”의 ‘음향사고’를 접하게 되면 음반 발매 전에 당연히 했어야 할 점검 과정을 거치기는 했는지 의심스러워진다. 이는 변명의 여지가 별로 없는 결함이다. 이런 말로 끝을 맺어야 하는 것이 아쉬운 이는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음반을 들어 본 사람들이라면 말이다. 20050215 | 최민우 eidos4@freechal.com 6/10 수록곡 1. 오늘 2. 이야기 3. 영영 4. 권태 5. 날 6. 너 7. 손톱 8. 성탄 9. 아직도 10. 춤추는 달 11. 하늘 관련 글 손지연 [실화(My Life’s Story)] 리뷰 – vol.5/no.20 [20031016] 관련 사이트 손지연 공식 홈페이지: 현재 공사중. 방명록은 열려 있다. http://www.sonjiye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