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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Nico) – 소년, 커텐 뒤(A Boy Behind The Curtain) – Nico, 2004

 

 

소년들, 사운드의 안개 숲을 산책하는

눈에 띄는 것은 파스텔톤의 표지 이미지다. 베이지색과 녹색이 세련되게 어울리는 그림을 보고 있으면, 표지 디자인이 참 좋은 감각으로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니코(Nico)의 데뷔 음반 [소녀, 커텐 뒤]의 표지다. 니코는 윤우상, 김재영으로 구성된 그룹이다. 보컬을 맡은 윤우상의 목소리는 굳이 따지자면 스위트피(김민규)나 전자양과 같은 과(果)에 속할 듯 하다. 변성기 이전의 소년의 목소리, 이를테면 미처 성장하지 않은 남자 ‘아이’의 목소리라는 얘기다. 사실 니코의 음악에서 중요한 것은 이런 미약한 보컬과 섬세한 기타 사운드다. 이 풋풋한 감성의 기타 듀오는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와 일렉트로닉 노이즈를 넘나들며 조동익과 어떤날의 이름을 동시에 떠올리게도 한다.

음반의 첫 곡은 “오후 4시”, 단순하게 구성된 기본 코드만으로 구성된 이 곡은 밴드가 밝히듯 ‘나른하고 지루한 일상’의 느낌이 적절히 녹아든다. 그러나 조금 더 귀를 기울이게 되는 곡은 이어지는 “Love Is Freedom”이다. 반복되는 리듬 기타 연주 위로 주제 선율이 미끄러지듯 흐르는 이 곡은 아름다운 선율과 목소리가 어울리는, 한 겨울의 따뜻한 햇살같은 느낌의 곡이다. 세번째 곡은 몽롱하게 진행되는 기타 두 대의 연주로 사이키델릭 호수를 건너가는 느낌의 “잠”. 음반에서 가장 상이한 방식의 연주와 보컬이 인상적인 곡인 “잠”을 지나면 짧은 소품의 연주곡 “가을”이 흐른다. “좁은 방에 누워”에는 김재영의 보컬이 흐르는데 그의 보컬은 윤우상과 닮았으나 조금 더 단조롭고 그래서 담백하다. “카미에서”에 등장하는 ‘카미’는 이들이 녹음실로 쓰고 있는 화양리 옥탑방의 이름이다. 이 곡에 흐르는 옥탑방의 정서는 스물 두 살 동갑내기 청년들이 바라보는 내밀한 세계이기도 하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들의 사운드는 1990년대 초반의 어떤날이 머물던 장소를 떠올리게 한다. 내밀하고 세련된, 기타 아르페지오와 미성의 보컬이 섬세하게 그려내던 풍경들 말이다. 물론, 어떤날은 니코와 같은 신참 밴드와 비교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게 사실이지만, 니코가 최근 한국 인디씬의 한 경향인 시부야계나 모던 록, 애시드 재즈 사운드로부터 떨어져 드물게 정적이고 사적인 정서를 드러낸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그것도 포크, 사이키델릭, 기타 팝의 감수성을 동시에, 그리고 꽤 훌륭하게 조합하고 있어서 더욱 그러하다. 이들의 사운드는 분명하고 명징하다기보다는 모호하고 아득한, 이를테면 안개 속의 풍경들을 그려낸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이 인상적으로 여겨지는 것은 이들의 사운드가 지금 독특하고 이상적인 정서를 반영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이 기타 듀오가 안개낀 사운드의 숲길을 산책하는 동안 만나게 될 풍경들 때문이다. 안개의 속성이란 감추는 동시에 드러내는 것이고, 여전히 젊은 이 두 친구들에게 그런 산책은 제법 멋진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050107 | 차우진 lazicat@empal.com

7/10

수록곡
1. 오후 4시
2. Love Is Freedom
3. 잠
4. 가을
5. My!
6. 좁은 방에 누워
7. 아이보리 호수
8. 카미에서

관련 사이트
니코 공식 사이트
http://coolzhyun.com/nico/home.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