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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on the Radio – Desperate Youth, Blood Thirsty Babes – Touch & Go, 2004

 

 

뉴욕 씬의 틈새, 이단들 속의 이단

뉴욕 인디 록 씬에는 그리 흔하지 않은 흑인 멤버 중심의 밴드인 티비 온 더 레이디오(TV on the Radio)는 멤버 구성만큼이나 독특한 사운드를 지닌 밴드이다. 보컬은 흑인 보컬리스트답게 소울풀하면서도 괴상한 팔세토를 남발하고, 베이스와 키보드에서는 거의 뭉그러진 퍼즈톤의 불협화음이 출몰하지만 기타는 섬세한 트레몰로 음을 절묘하게 곁들인다. 이러한 요소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티비 온 더 레이디오의 정규 데뷔작 [Desperate Youth, Blood Thirsty Babes]는 기이한 난작이다.

티비 온 더 레이디오는 2001년 뉴욕시 브루클린(Brooklyn)에서 결성되었는데, 프로듀서이자 다중연주자 데이비드 앤드류 시테크(David Andrew Sitek)와 역시 프로듀서이자 밴드에서는 보컬을 담당하고 있는 튠드 애드빔프(Tunde Adebimpe)의 듀오 체제로 출발했다. 이들이 처음 발표한 홈레코딩 데모 앨범 [OK Calculator](2002)는 장난 같으면서도(어느 유명 앨범에 대한 비아냥 같은 앨범명도 그렇고) 매우 실험적인 일렉트로니카 앨범이다. 18곡이나 수록되어 있지만 일반적인 곡 형식은 배제되어 있고 샘플러와 루프 페달(loop pedal), 효과음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키보드만 가끔 등장할 뿐 대부분의 곡이 데이비드와 튠드의 음산하고 정신산란한 아카펠라이거나 아예 스포큰 워드(spoken word)로 일관하는 곡도 있다. 특히 “Say You Do”라는 곡은 변형된 레게 리듬을 바탕으로 각종 샘플링과 전자 효과음, 웅얼거리는 래핑이 난무하는 가운데 디미트리 티옴킨(Dimitri Tiomkin)이 작곡하고 니나 사이몬(Nina Simon) 등이 부른 명곡 “Wild Is The Wind”의 한 구절인 “Love me love me love me say you do” 부분을 반복하고 있다. 또한 16분을 넘는 악몽 같은 곡인 “On a Train”에서는 아예 음조와 리듬을 해체한 극단적인 아방가르드 연주를 시도한다.

티비 온 더 레이디오는 기타리스트 킵 말론(Kyp Malone)을 영입해 트리오 체제를 갖춘 후에 만든 EP [Young Liars](2003)에서부터 록 밴드의 모습과 사운드를 갖추게 되고 평단의 관심은 이때부터 증폭되기 시작한다. 사실 이들이 로큰롤을, 그것도 최신 트렌드인 네오 포스트 펑크 스타일을 선보였다는 것은 의외는 아니다. 바로 밴드의 브레인인 데이비드가 예예예스(Yeah Yeah Yeahs)의 EP [Machine](2002)과 [Fever to Tell](2003)을 제작한 뉴욕 인디 씬의 리더격 인물이기 때문이다(티비 온 더 레이디오와 예예예스는 서로 곡을 주고받는 절친한 사이인데 예예예스의 기타리스트 닉 지너(Nick Zinner)는 본작에 기타 세션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또 지성적이고 섬세한 노이즈 메이커인 킵 말론의 기타 연주가 사운드의 중핵으로 부상했다는 점도 지적해 두어야 할 것이다.

오프닝 트랙인 “The Wrong Way”는 퍼즈 이펙트와 불협화음이 한 덩어리로 나뒹구는 듯한 곡인데, 여기에 전혀 화성이 맞지 않는 플롯과 알토 색소폰 연주까지 더해져 더욱 기묘하게 들린다. 이러한 생소함은 EP [Young Liars]에도 실렸던 이들의 대표곡 “Staring at the Sun”에서 조금은 해소된다. 이 곡은 웅웅거리는 버즈(buzz) 이펙트와 부유하는 듯한 기타 노이즈가 충돌하는 가운데 튠드의 가학적인 가성과 카트리나 포드(Katrina Ford)의 중성적인 코러스가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이어지는 “Dreams”는 이번 앨범의 필살의 트랙이라 할 수 있는데, 드럼 솔로와 “네 모든 꿈은 이제 끝났고 / 네 모든 날개는 떨어져 버렸지”라는 음침한 선언으로 시작해서 갑자기 리버브가 강하게 걸린 기타 노이즈가 드라이브를 거는 긴장감 넘치면서도 아름다운 싱글 넘버이다. 그러나 이후의 곡들은 지루한 노이즈 잼과 지나치게 반복적이고 현란한 연주를 고집하여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만다. 다만, 바비 맥퍼린(Bobby McFerrin)이라도 등장한 듯한 독특한 아카펠라 넘버 “Ambulance”에서 이들의 초기 스타일을 잠시 맛볼 수 있다는 점은 위안이 된다.

티비 온 더 레이디오는 이번 앨범을 통해 퍼즈 톤의 불협화음과 섬세한 기타 노이즈, 중독적인 루핑과 혼란스러운 가성의 보컬을 뒤섞는 독특한 배합방식을 제시함으로써 뉴욕 인디 씬의 또 다른 이단이자 기대주로 부상했다. 무엇보다 인터폴(Interpol)과 랩쳐(The Rapture)와의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이번 앨범의 후반부가 암시하듯 지나친 실험주의에 매몰된다면 춤추기 좋은 쿨한 사운드를 찾는 록 팬들은 아마도 금세 외면할지도 모른다. 지금은 인내심과 충성심을 겸비한 우직한 록 팬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이니까. 20041204 | 장육 jyook@hitel.net

6/10

수록곡
1. The Wrong Way
2. Staring at the Sun [뮤직비디오]
3. Dreams
4. King Eternal
5. Ambulance
6. Poppy
7. Don’t Love You
8. Bomb Yourself
9. Wear You Out

관련 사이트
TV on the Radio 공식 사이트
http://www.tvontheradi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