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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wen Stefani – Love. Angel. Music. Baby. – Interscope/Universal(라이선스), 2004

 

 

A Girl Can Dance

노 다웃(No Doubt)의 보컬리스트인 그웬 스테파니(Gwen Stefani)의 솔로 앨범이 출시되었다는 소식은 사실 의외는 아니다. 쾌활한 말괄량이 이미지와 수려한 외모에 음악적 역량까지 겸비했다는 점에서 그녀의 상품적 가치는 충분히 검증된 것이었고, 따라서 솔로 데뷔는 정해진 수순이었다. 물론 그녀는 이번 앨범은 사이드 프로젝트일 뿐이고, 진정한 솔로 앨범이었으면 혼자 작업했을 거라고 밝힌 바 있지만 곧이곧대로 믿기도 어렵다. 16년간 밴드 활동을 했으니 질릴 때도 되지 않았겠는가. 그리고 그녀가 로큰롤 대신에 댄스 팝을 선택했다는 점도 별로 놀랍지 않다. 노 다웃의 음악이 팝 펑크, 스카, 힙합, 그런지, 신쓰 팝(synth pop) 사이를 종횡무진하는 잡탕스런 종류의 것이었으니 그 중 하나를 골랐다고 보아도 되고(2001년 앨범 [Rock Steady]는 제목과 달리 일렉트로니카에 기운 앨범이었다), 아니 어떤 측면에서는 록 스타보다는 패션 모델이 더 어울리는 그녀에게 적절한 선택인지도 모른다.

밴드 메이트이자 그녀의 남자친구였던 토니 커널(Tony Kanal)은 물론이고 마틴 고어(Martin Gore), 뉴 오더(New Order), 넵튠스(The Neptunes), 닥터 드레(Dr. Dre) 등 일렉트로니카와 힙합 진영의 거물 뮤지션들과 프로듀서들을 대거 초빙하여 만든 본작은 앨범 제목부터 노골적인 상업성을 드러낸다. 먼저, 싱글 커트된 “What You Waiting For?”는 12월 첫째 주 빌보드 싱글 차트 50위로 떨어져 올해 최대의 스매시 히트 송이 될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은 적어도 차트상으로는 실현되지 않을 듯 하지만, 대중적 호응이 고조되고 있는 화제의 싱글 넘버임에는 분명하다. 포 넌 블론즈(4 Non Blondes)의 린다 페리(Linda Perry)가 작곡해준 이 곡은 한 마디로 몸을 들썩거리지 않고는 듣고 있기 어려운 마력적인 댄스 팝 넘버이다. 플레이하면 청중의 환호소리 샘플링과 함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발라드를 부르는 그웬의 심드렁한 목소리가 잠시 들리다 갑자기 ‘틱 톡 틱 톡(tick tock tick tock)’하며 노골적인 댄서블 비트를 뿜어내는데, 단순한 리듬의 하우스풍 일렉트로니카 스타일이지만 펑키한 면도 있고 곡 구성도 완벽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신음소리를 곁들이는 그웬의 목소리가 엄청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는 점은 높이 사줄만하다(그녀의 일상을 공개하듯 설정된 뮤직 비디오도 흥미로운데 그녀는 이런 걸 좋아하나 보다. 홈페이지에는 아이팟 MP3 플레이어, 모토롤라 휴대폰 등 자신이 가진 물건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What You Waiting For?”의 파격과 직설적인 노선보다 당혹스러운 것은 나머지 트랙들의 함량이 명백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제목과 가사에 등장하는 뜬금없는 일본 이미지, 그리고 그것을 증폭시키는 카라오케 스타일의 자극적인 전자 음, 백 보컬리스트들의 조잡한 래핑과 천편일률적인 댄스 비트, 그리고 점점 귓전을 어지럽히는 그웬의 칭얼대는 듯한 목소리는 싱글보다 앨범이 못하다고 생각될 만큼 난삽하다. 다만, 섬세한 신디사이저 연주와 함께 모처럼 백킹 기타 연주가 삽입된 미드 템포의 모던 록 “Cool”이 지친 귀를 어루만져주고 있으며, 뉴 오더(New Order)가 프로듀스와 연주에 참여한 “The Real Thing”은 전형적인 뉴 오더 식의 일렉트로닉 비트와 조금은 차분해진 그웬의 보컬이 잘 조화되고 있는 상큼한 신쓰 팝 넘버이다.

그웬 스테파니가 인기 없는 로큰롤을 포기한 것인지는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녀는 이 앨범에서 작정한 듯 댄스 팝에 배팅했다. 어차피 노 다웃이 블론디(Blondie) 같은 명 밴드가 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그녀에게 데보라 해리(Deborah Harry)처럼 될 능력은 없고 시대도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단 그녀의 영악한 선택 자체는 성공적이다. 그러나 앨범 전체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기존의 댄스 팝과의 차별화에도 실패했다는 점에서 숙제는 더 어려워졌다. 이미 30대 중반이 된 그녀의 ‘도자기’처럼 하얀 얼굴에도 주름이 생길 테고 그 때쯤 무슨 음악을 하고 있을지, 아니 음악을 하고는 있을지 걱정스러우면서도 흥미롭다. 20041205 | 장육 jyook@hitel.net

5/10

수록곡
1. What You Waiting For? [뮤직비디오]
2. Rich Girl (feat. Eve)
3. Hollaback Girl
4. Cool
5. Bubble Pop Electric (feat. Johnny Vulture)
6. Luxurious
7. Harajuku Girls
8. Crash
9. The Real Thing
10. Serious
11. Danger Zone
12. Long Way To Go (feat. Andre 3000)
13. The Real Thing (Wendy & Lisa Slow Jam Mix) [bon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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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Gwen Stefani 공식 사이트
http://www.gwenstefani.com
Gwen Stefani 팬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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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Doubt 공식 사이트
http://www.nodoub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