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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dows Fall – War Within – Century Media/Dope Music(라이선스), 2004

 

 

쓰래쉬 메틀의 ‘화끈한’ 부활

일본의 저명한 메틀 매거진 [번(Burn)]지는 최근 ‘쓰래쉬 메틀이 다시금 부흥할 것인가’라는 의미심장한 물음을 던진 바 있다. 2004년의 말미에 쓰래쉬 메틀을 논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아니 다분히 시대를 거스르는 행위임에 분명하지만 최근 발표된 일련의 신보들, 오버킬(Overkill)과 엑소더스(Exodus), 데스 엔젤(Death Angel) 등이 과거의 명성에 안주하지 않은, 노장에 대한 예우를 초월한 현대적인 감각과의 조우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는 실례를 살펴볼 때, 이러한 고찰들이 진행된다는 점은 분명 필연적이며 실제 씬의 움직임과도 깊은 상관관계를 맺고 있음에 분명해 보인다.

메이저 헤비 씬이라고 한다면 아직은 다소 어폐가 있겠으나 메틀 코어라는 장르의 급격한 확장은 ‘NWOAHM(New Wave Of American Heavy Metal)’라는 신조어에서 알 수 있듯, 비단 쓰래쉬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메틀’의 방법론적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이에 고무된 로컬 씬의 신예 밴드들 또한 아직은 다소 난잡한 모양새를 띠긴 하지만, 새로운 키워드로 ‘메틀’ 을 꺼내들고 있다. 메틀이 부각되고 있다는 것. 이것은 당연히 쓰래쉬 메틀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복기를 필요로 하며, 또 다른 진보의 가능성을 내재한다.

이러한 흐름의 선두에 섀도우스 폴(Shadows Fall)이 위치한다. 이들의 음악이 갖는 독자성은 고전 메틀의 훌륭한 재해석에 머무르지 않는다. (뉴 메틀과는 전혀 다른 의미의) 하드 코어와 북유럽의 멜로딕 데쓰 메틀로부터 영향 받은 메틀 코어적인 성향은 과거는 물론, 현대를 동시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감각’을 부여했다. 우직하다 싶을 만큼 투박한 샤우팅과 이에 대조되는 클린 보컬이 수없이 교차되는 와중에도 고전적인 구성의 기타 솔로와 묵직한 베이스 라인, 진군가와 같이 몰아치는 드러밍의 향연은 멈출 줄을 모른다. 고교 생활을 테스타먼트(Testament), 메탈리카(Metallica), 앤쓰랙스(Anthrax)와 함께 보낸 브라이언 페어(Brian Fair/보컬)와 쓰래쉬의 장르적 본질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조너던 도나이스(Jonathan Donais/리드 기타, 보컬), 매튜 배컨드(Matthew Bachand/기타, 보컬), 폴 로만코(Paul Romanko/ 베이스), 아메리칸 파워 메틀을 지극히도 선호하는 제이슨 비트너(Jason Bittner/드럼). 이렇듯 음악적인 성향이 메틀로 수렴되는 다섯 멤버가 모인 이 극강 메틀 코어 밴드의 네 번째 앨범이 본격적인 쓰래쉬를 드러낸 것은 그리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이들이 메틀 코어라는 수사와 함께 본격적으로 주목받긴 했으나, 원체 그 근저에 품고 있던 것은 쓰래쉬의 극렬함이었기에 [War Within]은 차라리 그들의 깊숙한 속내를 꺼내 보인 앨범이라 표현함이 옳겠다.

[Revolver]지의 정확한 표현 “Shadows Fall Ride The Lightning To Greatness”처럼 이 앨범은 메탈리카의 [Ride The Lightning]으로 상징되는 메틀 씬의 과거와 메틀 코어로 표현되는 현재를 일직선상에 놓는 가교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동시에 현시대에 흔치 않은 폭발의 미학을 현대적으로 구현함으로서 메틀 씬의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당차게 껴안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앨범은 균형적이다. 타이트하기 이를 데 없는 리프 전개 안에서도 눈부신 솔로잉의 힘은 아주 미미한 균열의 가능성마저 침묵시키며 현란함 대신 탄탄함을 선택한 베이스 라인과 판테라(Pantera)를 추억케 하는 헤비 드러밍은 메틀 특유의 압도적인 리듬 섹션의 완성에 다름 아니다. 센추리 미디어라는 대형 레이블의 적극적인 프로모션에 다소 힘입은 것이긴 하지만 이제 네 번째 앨범을 발표하는 ‘메틀 밴드’가 빌보드 20위 데뷔라는 놀라운 성적을 일궈낸 것은 이 앨범이 장르와 시대를 넘어선 균형미를 갖추고 있음에 적잖게 기인한 것이다.

과거 메틀 마스터피스들이 으레 그랬듯, 각각의 트랙들은 앨범의 흐름 안에 유기적으로 녹아있어 쓰래쉬 메틀과 메틀 코어 안에서 놀라운 응집력과 통일성을 보여준다. “Enlightend By The Cold”가 쓰래쉬라면 “Act Of Conrition”은 메틀 코어일 것이고, “What Drives The Weak”는 여기에 시종일관 몰아붙이면서도 한 순간에 서정적으로 곡의 분위기를 변화시키는 섀도우스 폴 스타일의 감성 표현을 더한다. 스트레이트한 메틀 넘버 “Stillness”와 단박에 메틀리카가 떠오르는 “Inspiration On Demand”, 첫 싱글이자 메틀 코어 쪽으로 기울어 있는 장르 교접의 미묘한 모양새가 되려 매력을 배가시키는 “The Power Of I And I”, 이 트랙은 현 미국 메틀 씬의 전형성을 -쓰래쉬 혹은 멜로딕 데스 메틀을 기반으로 코어적인 작법을 활용한- 보여준다. 코러스 구성과 솔로의 흐름, 모던하지는 않으나 과거와는 분명히 다른 이 질감의 경계에 아마도 메틀 코어의 시의성이 자리할 것 같다.

이만하면 지칠 때도 된 것 같건만 나머지 트랙들의 집중력 또한 앞선 트랙들 못지 않다. 아메리칸 헤비 메틀의 영향력을 군데군데 포진한 “Ghosts Of Past Failure”는 감성 어린 질주감에서 “What Drives The Weak”를 이어받는다. 앞서 언급한 앨범의 균형미란 여기서 다시 한번 발견된다.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면서 전반부와 후반부를 고르게 분포시키는 것. 한 장의 앨범에 필요한 양식미를 갖춘 가장 좋은 사례가 되어준다. 초장부터 질러나가는 “Eternity Is Within”을 지나면 비장미와 야만성(brutality)이 뒤섞인 “Those Who Can Not Speak”이 앨범의 대미를 장식한다. 노스탤지어 가득한 솔로잉이 때로는 잔혹함을 중화시키며 엔딩 트랙으로서의 묘한 여운을 남기는 이 트랙은 마치 리스너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당신이 듣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이것은 과거이자 현재이며, 현재이자 미래이다. 추호의 의심도 필요 없을 것이다’ 라고

섀도우스 폴의 놀라움은 새 시대의 밴드들이 놓치기 쉬운 정서적인 부분 또한 충실하게 견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대상은 다르다 한들 결국 쓰래쉬 메틀의 텍스트와 컨텍스트가 갖는 지향점은 세계의 부조리에 대한 항거, 저항과 분노의 신랄한 갈파였다. 비록 사운드의 힘에 묻혀 가사의 진정성을 알아보기란 가외의 주의집중을 요구하지만, 전쟁의 이면을 고발하는 “The Power Of I And I” 만으로도 우선은 충분해 보인다. 과거의 베이에리어 쓰래쉬가 행했던 것처럼 헤비 뮤직만이 표현할 수 있는 급진적인 파괴의 욕구는 스스로 재현되길 원했고, 다시 한번 옹골차게 계승되었다. 독일의 메틀 코어 밴드 헤븐 쉘 번(Heaven Shall Burn)의 [Antigone]처럼 노골적으로 정치색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해야 할 말을 아끼는 우를 범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섀도우스 폴의 쓰래쉬 사운드는 더욱 명확한 설득력을 얻는다. 이들은 애초에 언더그라운드에서 머물 밴드가 아니었으니, 그때 느낀 갈증은 완벽한 진보로 해갈되었으리라. 20041102 | 신현국 btlltw@hanmail.net

9/10

수록곡
1. The Light The Blinds
2. Enlightened By The Cold
3. Act Of Contrition
4. What Drives The Weak
5. Stillness
6. Inspiration On Demand
7. The Power Of I And I
8. Ghosts Of Past Failure
9. Eternity Is Within
10. Those Who Can Not Speak

Disc.2
1. This Is My Own (Demo Version)

관련 사이트
Shadows Fall 공식 사이트
http://www.shadowsfallrock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