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츄어 증폭기(Amature Amplifier) – 극좌표(極座標) – 핑퐁사운드, 2004 아마추어리즘으로 증폭해낸 재미 아마츄어 증폭기(Amature Amplifier)의 [극좌표]의 첫 곡은 첫 번째 트랙이 있지 않다. 두 번째 트랙에 있다. 두 번째 곡은 첫 번째 트랙에 밀려 세 번째 트랙에 있을 것으로 쉽게 예상되지만, 두 번째 곡은 네 번째 트랙에 있다. 모든 곡 앞에는 소개나 인사로 이루어진 트랙이 하나씩 있기 때문이다. 인사나 소개로 이루어진 트랙들은 모두 굴소년단의 드러머 펠릭스(Felix)의 젊은 느낌의 목소리로 녹음되어있다. [극좌표]는 몇 명의 작은 참여를 제외하고는 모두 아마츄어 증폭기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즉, [극좌표]는 ‘한받’이라 불리는 한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앨범이다. 부클릿에 나와있는 정보를 조금 더 참고하자면 클래식기타, 마이크, 사운드카드, 레코딩 프로그램 등을 사용하여 혼자 만든 로파이 앨범인 것이다. 이러한 것으로 쉽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앨범은 소박한 사운드로 채워졌다. 소박한 사운드 위에는 사운드보다 더 소박한 가사가 (가끔 경북 쪽 억양이 느껴지기도 하는)어리숙한 느낌의 보컬로 불려진다. 보통 이런 종류의 로파이 어쿠스틱 포크 앨범들은 자칫하면 지루하게 들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극좌표]는 세 가지 방식으로 지루함을 피했다. 첫 번째는 곡의 길이이다. 7분이 넘는 4번째 곡 “폰팅할까요?”를 제외하면, 앨범은 2분 내외의 짧은 곡들로 채워져 있다. 첫 번째 곡 “금자탑”은 짧은 가사가 적당한 템포 위에 불려져 2분도 안 되는 시간에 곡이 끝난다. 덕분에 앨범의 몇몇 곡들은 제대로 곡을 끝내지 못하고 중간에 끝내버린 듯한 느낌까지 든다. 하지만 이것은 앨범을 전체적으로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곡이 자칫 지루해 지려고 하면 소개와 함께 다음 곡으로 넘어가 버리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사운드이다. 보컬을 여러 번 오버 더빙하여 아카펠라처럼 들리기도 하는 “선원”. 반복되며 고조되는 기타 연주 위에 전화기 소리, 리코더, 전화소리 등을 채워만든 아마츄어 증폭기 식 싸이키델리아 “폰팅할까요?”. 일정 음압을 넘어 뭉개지는 듯한 느낌의 보컬이 일탈된 느낌을 주는 “극좌표”. 모두 전문가적이기보다는 조잡한 느낌의 사운드들이지만, 앨범의 분위기와 재미있게 잘 어울리고 있으므로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가사이다. “아니아니 아니예요 / 나는 그저 탐욕스런 소년이지요”(“금자탑”), “오늘밤 밤하늘 UFO믿나요 지금내 방안엔 아무도 없어요”(“극좌표”), “오늘밤이렇게내옆에아무도없고탈렌트모델얼짱어덜트비디오로 / 밤지세우네밤지세우네”(“황홀경”)과 같은 가사들은 너무 솔직하고 꾸밈이 없어 가끔은 낯간지럽다. 하지만 어리숙한 보컬과 어울려 앨범을 더 재미있게 만든다. 30분도 못 되는 앨범의 길이, 심플하다 못해 썰렁하게 느껴지는 커버 디자인, 누가 들어도 쉽게 느낄 수 있는 조악한 음질, 너무 꾸밈없고 솔직하게 느껴져 가끔은 실없이 느껴지는 가사, (좋은 의미로)한심하게 느껴지는 보컬 등은 본 앨범을 쉽게 아마추어적이라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을 모아 부담 없이 쉽게 듣고 따라 부를 수 있는 앨범을 만든 것을 보면, 아마츄어 증폭기를 ‘재미있는 아마추어’정도로만 생각하기 힘들다. 그래서 아마츄어 증폭기의 ‘Amature’는, ‘Professional’의 반대가 되는 ‘Amateur’로 보이지 않는다. 포르노에서 한가지의 장르 혹은 스타일로 굳어져 있는 ‘Amature’처럼, 한가지의 음악적 스타일로 느껴진다. 아마츄어 증폭기는 아마추어가 아닌 것이다. 20041102 | 고두익 nosf@magicn.net 7/10 수록곡 1. 금자탑 2. 공원 3. 선원 4. 폰팅할까요 5. 순간 6. 고원 7. 극좌표 8. 황홀경 9. Last Untitled Track 관련 영상 “선원” (Live) 관련 사이트 아마츄어 증폭기 공식 사이트 http://amatureamp.hihome.com 핑퐁사운드 공식 사이트 http://www.pingpongsoun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