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Day – American Idiot – Reprise/Warner Brothers, 2004 네오 펑크, 죽지 않았다 이젠 악동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을 만큼 나이 먹은 네오 펑크(neo-punk) 밴드 그린 데이(Green Day)가 다시 한 번 사고를 쳤다. 그린 데이는 이번 주 빌보드 앨범 차트에 신작 [American Idiot]로 당당히 1위에 등극했다. 그간 록 음악의 극심한 부진으로 웬만한 유명 밴드들도 넘보지 못했던 일을 오랜만에 나타난 16년 차의 노장(?) 펑크 밴드가 해낸 것이다. 그린 데이의 이번 앨범은 비 사이드(B-side)와 베스트 앨범을 제외하면 4년만의 정규작인데, 이렇듯 2000년대 들어 네오 펑크 씬은 꽤나 깊은 소강상태를 겪었다. 2003년에야 다시 앨범들이 나오기 시작했으나 [Indestructible](2003)을 발표한 랜시드(Rancid)만이 선전했을 뿐 전반적으로 전성기였던 1990년대 중반의 인기를 회복하지는 못했다. 얼마 전 내한공연을 가졌던 오프스프링(The Offspring)이 오랜만에 발표한 신보 [Splinter](2003)는 실망스런 졸작이었고, 씬의 수장인 배드 릴리전(Bad Religion)의 [The Empire Strikes First](2004)도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American Idiot]은 일단 반가운 앨범이고 그 충실한 내용을 확인하고 나면 네오 펑크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안도감마저 느끼게 된다. 먼저 타이틀 곡 “American Idiot”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이 곡은 “미디어가 통제하는 나라, 아메리카의 바보가 되고 싶진 않다”라는 통렬한 비판의식도 인상적이지만, 실로 오랜만에 맛보는 특유의 박진감으로 충만한 전형적인 네오 펑크 사운드를 들려준다. 빠른 주기로 반복되는 ‘스톱 앤 스타트’ 구성과 속도감 있는 메인 리프, 간결한 기타 솔로까지 완벽하게 조합된 이 곡은 올해 최대의 스매시 히트 싱글 가운데 하나가 될 공산이 커보인다. 그밖에도 “hey!”라는 특유의 코러스가 반가운 “Holiday”, 무지막지한 속도감으로 휘몰아치는 “St. Jimmy”, 짧고 단순한 “She’s a Rebel” 등 흥겨운 네오 펑크 사운드는 앨범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 그러나 더욱 인상적인 곡들은 의외의 발라드 넘버들이다. “Give Me Novacaine”과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는 사랑스럽기까지 한데, 두 곡 모두 어쿠스틱 기타 인트로로 시작되어 후반부에 퍼즈 기타가 몰아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먼저, “Give Me Novacaine”은 플레이밍 립스(The Flaming Lips)가 연상되는 아름다운 멜로디와 부드러운 어쿠스틱 기타 연주, 의외의 감성을 드러내는 빌리 조 암스트롱(Billie Joe Armstrong)의 보컬이 조화되어 ‘그린 데이 맞어?’라는 반응이 나올법한 싱글 넘버이다. 또한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 역시 아르페지오 연주로 시작되는 발라드 넘버로서 “7년은 너무 빨리 흘러갔지 / 9월이 끝나갈 때쯤 나를 깨워줘”라는 가사는 지나간 세월을 반추하기라도 하는 듯 사뭇 진지하다. 한편, 9분이 넘는 대곡(?)들인 “Jesus of Suburbia”와 “Homecoming”의 장황한 펑크 록 잼은 지루하고 “Are We The Waiting”과 같이 고역스런 록 발라드도 거슬리긴 하지만, [American Idiot]은 평범한 미드 템포의 소프트 록 앨범 같았던 전작 [Warning](2000)에 비해 네오 펑크 스타일을 다시 틀어쥐고 있는 듯한 압도적인 사운드를 뽐낸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전반적으로 연주패턴이 다채로워지고 멜로디의 세련미도 더해져 있다는 점이다. “Boulevard of Broken Dreams”에 등장하는 페이저 이펙트나 “Give Me Novacaine”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슬라이드 기타 음은 쓰리 코드 펑크의 도식성을 가볍게 극복한다. 그린 데이의 이번 앨범에 대해 ‘어쩌다 한 건 했다’라는 식의 비아냥 어린 시선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린 데이는 원조 펑크의 정신과 진정성은 놔두고 겉모습과 쓰리 코드 주법만 빌려온 얼치기 펑크 밴드로, 얼터너티브 록 연대 가운데 가장 진중하지 못한 태도와 가벼운 사운드를 가진 대표적인 밴드로 충분히 무시당해 왔다. 그러나 과연 누가 남아있는지는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이토록 흥겹고 충실한 로큰롤이 바로 이 자리에 살아 뛰면서 주류 팝 시장에서 당당히 위세할 수 있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별로 없다. 이런 점에서 그린 데이의 재도약은 충분히 의미 있는 사건이다. 20041005 | 장육 jyook@hitel.net 7/10 수록곡 1. American Idiot 2. Jesus of Suburbia 3. Holiday 4. Boulevard of Broken Dreams 5. Are We The Waiting 6. St. Jimmy 7. Give Me Novacaine 8. She’s a Rebel 9. Extraordinary Girl 10. Letterbomb 11.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 12. Homecoming 13. Whatsername 관련 사이트 Green Day 공식 사이트 http://www.green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