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위클리 웨이브는 하도, 자이언티, 정연승, 송오브루나의 새 앨범에 관한 코멘트다. | [weiv]
 

 

하도 | 노래의 안부 | 필로스플래닛, 2013.12.11
하도

최민우: 따뜻하고 다정한 포크송 음반. “오늘밤은 노래밤” 같은 예외가 있긴 해도, 전반적으로 낭만적인 서정을 품은 노래들이 조근조근 흐른다. “노래가 돌아올까”처럼 예쁘게 반짝이는 순간들이 있음에도 음반이 약간 길다는 인상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음반 후반부에 나오는 “위로의 단어들”이 좋은 여운을 남기지만, 기억에 더 남는 건 전반부 쪽이다. 5/10
최성욱: 7년 만의 새 앨범이건만 노래 전반을 잇는 아련한 정서는 여전하다. 흔들리는 자아의 풍경을 묘사하는 노랫말, 그리고 음색과 적절하게 조응하는 기타 톤이 돋보인다. “전화찬스의 시간”, “막차”와 같이 힘을 뺀 트랙들에 애정이 간다. 서서히 울컥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7/10
최지선: “전화찬스의 시간”이 공일오비 같은 1990년대 발라드와 맞닿아 있다면, 왈츠풍의 “파란 노래”는 소박한 인디 포크를 재현한다. 한편으로 자신을 무대에서 소개하는 듯한 “첫곡”, 노래 자체를 진지하게 호명하는 “노래가 돌아올까”의 자기 지시적 가사들은 이들의 태도를 잘 드러낸다. “마지막 두 사람”, “과소비7” 등 대부분의 노래들은 도약이 많지 않은, 음고를 반복하는 작법과 이야기하는 듯한 창법을 통해 연극적으로 만드는 효과를 가지는 듯. 그렇지만 복고적인 애틋한 정서가 환기하는 흡입력도, 극적 구성을 통한 소득도 그리 크지는 않다. 다른 노래들이 다소 엇비슷하게 들리는 것과 달리, 빈티지한 드럼 비트의 “오늘밤은 노래밤”이 두드러지는 편. 5/10

 

 

자이언티 | 미러볼 | 아메바컬쳐, 2013.12.19
자이언티

최민우: ‘자이언티와 디제이 소울스케이프가 바라보는 한국적 대중음악’에 대한 짧고 간명한 탐구. 의도는 분명하고 소리는 깔끔하며 아이디어가 번득인다. 이런 스타일의 음반이 종종 그렇듯 ‘스타일’과 ‘키치’ 사이에서 줄타기도 잘한다. 하지만 나는 이 음반이 청자보다는 뮤지션 본인에게 더 의미 있는 것처럼 들린다. 달리 말해, 자이언티는 이 음반을 통해 자신의 음악적 영역을 확장했지만 그 결과물이 (‘뽕끼’를 단골로 끌어들이는) 대중음악의 ‘한국적’ 탐구에 신선하거나 색다른 관점을 제공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곡 자체의 매력이 크지 않은 것도 한 이유일지 모르겠다. 5/10
최성욱: 완벽한 결과물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스타일을 실험해보는 과정에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실험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투박하다. ‘근대가요’ 혹은 ‘살롱음악’의 분위기를 별다른 해석 없이 재현하는 데 그치고 만다. 자이언티의 목소리도 별다른 감흥 없이 겉돈다. 5/10

 

 

정연승 | Wintessay | 파스텔뮤직, 2013.12.19
정연승

최지선: 고음부에서 청명하게 흐르는 피아노는 이 음반을 관통하는 낭만적인 정서를 가장 잘 대변한다. 이를 배경으로 속삭이는 목소리가 실린 “Once Upon a Dream in Winter”나 “AM0110″은, 이 곡에서 피처링을 한 에피톤 프로젝트의 음악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 곡뿐 아니라 “니가 좋아한 노래”, “좋았던 추억도, 아팠던 기억도” 등을 포함한 많은 노래에서 비슷한 정서와 운용 방식 등을 공유한다. 그러고 보면 오히려 짤막한 연주곡들(“Scene” 시리즈)이 이 음반을 위한 사운드트랙 같은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도 같다. 5/10
한명륜: 청자들에게 좋게 들릴 만한 요소들이 유기성 없이 연결돼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앨범 전반적인 분위기가 특히 그러한데, “니가 좋아한 노래”는 뉴에이지 타입의 인스트루멘틀과 보컬 파트가 어정쩡하게 연결된 느낌이 든다. 이전 음반에서의 “Re.Start”와 같은 곡이 들려준 정갈하고 울림 좋은 아르페지오를 떠올려보면, 차라리 인스트루멘틀 자체에 집중한 앨범을 내는 게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6/10

 

 

송오브루나 | Song Of Luna | 파고뮤직, 2013.11.22
송오브루나

한명륜: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대 한국가요의 멜로디에서 중요한 키 역할을 맡아왔던 김정배의 섬세한 기타 연주가 돋보이는 앨범. 최은창의 베이스 라인은 최소의 노트로 얼마만큼 유효한 울림과 다양한 라인을 만들 수 있느냐에 대한 안내 같기도 하다. 멜로디와 리듬의 균형 감각을 재는 듯한 보컬의 감각 역시 유연하고도 세련돼 보인다. ‘기획형’ 발라드 가수의 것 같은 음악이, 한 사람의 보컬리스트가 아니라 연주자의 디테일한 호흡을 중심으로 해석된 앨범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