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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ectrum – Prom Night – Love & Peace, 2004

 

 

Till They Come Again

플렉트럼(Plectrum)은 다카다 다이스케(Takada Taisuke, 보컬/기타), 후지타 아키라(Fujita Akira, 기타/보컬), 기시하라 나오키(Kishihara Naoki, 베이스/보컬)로 이루어진 3인조 록 밴드다. 1995년 오사카 대학 서클 밴드로 결성된 뒤 지금까지 한 번도 멤버변동 없이 팀을 꾸리고 있는 ‘관록의 밴드’이기도 하다. ‘플렉트럼’이라는 말이 본래는 기타를 비롯한 발현악기(撥絃樂器)의 줄을 퉁길 때 사용하는 도구(즉 기타 피크도 포함된다)를 가리키는 ‘전문용어’라는 사실은 음반이나 밴드와 큰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난 김에 덧붙여 둔다.

(밴드 멤버들의 말에 따르면 ‘형님’으로 모시고 있다는) 틴에이지 팬클럽(Teenage Fanclub)이 직접 밴드명을 지어주었다는 말을 듣게 되면 이 밴드가 하고 있는 음악에 대해 감이 올 것이다. 즉 강렬한 기타와 빨려들듯 귀로 들어오는 멜로디를 주무기로 하는 파워 팝(power pop) 스타일의 복고풍 로큰롤이다. [Prom Night]은 이들의 다섯 번째 음반이고, 밴드의 예전 음반 또한 들어 본 적이 없지만 이런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밴드는 쉽게 ‘방향전환’을 하지 않는다는 평소의 편견을 근거로 하여 아마 데뷔이래 계속 같은 음악을 해 왔을 거라고 추측해 볼 요량이다.

그래서인지 음반의 곡들은 전반적으로 자연스럽고 말끔하다. 하는 쪽도 즐겁지만 듣는 쪽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음악이라고 하면 어떨까. 1980년대 스타일의 단단한 파워 코드로 문을 여는 첫 곡 “Saturday Night ∼ revenge of the nerds”는 중간의 ‘기타 액션(들어보면 안다)’이 인상적인 좋은 오프닝이고, 현재 ‘밀고’ 있는 두 번째 곡 “Till I Die Again”은 틴에이지 팬클럽의 노래를 자연스럽게 연상시키는 밝은 곡이다. 충분히 시끄러우면서도 충분히 흥겹다. ‘몰아친다’는 쪽보다는 ‘능숙하게 이끌어간다’는 쪽에 가깝다고 해도 될 것이다. 사운드 역시 (“30 Boy”의 인트로 정도가 좀 눈에 띄긴 하지만) 거의 손을 대지 않은 것처럼 들린다.

음반의 인상을 결정짓는 것은 아무래도 초반의 다섯 곡, 즉 파워 팝과 라이트 메틀의 은총을 입고 태어난 곡들이다.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는 곡들의 분위기가 다소 어두워지고 ‘파워풀’해진다. 중간에 끼어드는 트럼펫과 더불어 ‘다 지나버린 여름의 쓸쓸함’을 보이는 “さよならYesterday”같은 곡은 한국과 일본의 노랫가락이 ‘근친관계’에 있다는 느낌을 새삼스레 던져준다. “Smoke On The Water”의 리프를 떠올리게 하는 “Sundae Champion”이나 “Buffalo”처럼 펑크 록의 어법을 취한 곡(이 곡에서 다이스케의 보컬은 섹스 피스톨스(The Sex Pistols)의 존 라이든(John Lydon)과 닮은 구석이 있다)은 초반의 분위기를 뒤엎을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심각하다.

사실 복고적인 스타일이라고 말은 했지만 이 음반에 실린 곡들은 ‘진심으로 복고적’인 것도 아니고, ‘복고 속에서 첨단을 지향’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 쪽인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쪽에 가깝다. 일종의 ‘유니버설’한 지위를 얻은 것처럼 보이는 멜로디와 사운드들을 사용하는 음악. 설풋 듣고 지나쳐도 상관없고 귀기울여 들어도 좋은 음악. 하지만 이 밴드는 설풋 듣고 지나치려다가 귀기울여 듣게 되는 음악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좋은 로큰롤 음반이다’라는 말로 마무리를 짓자. 음반 커버에 플레이(play) 버튼 모양의 말랑말랑한 삼각형 플라스틱을 붙인 귀여운 아이디어도 칭찬하면서(CD 장에 꽂을 때는 조금 불편하겠지만). 20030912 | 최민우 eidos4@freechal.com

7/10

수록곡
1. Saturday Night ∼ revenge of the nerds
2. Till I Die Again
3. I Can Kill Your Past
4. 30 Boy
5. Please Tell Me, Young
6. さよならYesterday (지난날이여 안녕)
7. Superman
8. Sundae Champion
9. Prom King
10. Buffalo
11. Party
12. Star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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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Plectrum 공식 홈페이지
http://www.plectrum.gingh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