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T – The Blues: Feel Like Going Home – Columbia/소니뮤직(라이선스), 2003/2004 미시시피 델타의 목화밭에서 니제르 강둑까지, 심원을 향한 순례 “…오늘 아침에 편지를 받았다네 / 당신이 이걸 읽었다면 어땠겠어? / ‘오, 서둘러, 서둘러, 당신의 사랑하는 여인이 죽었소’ / 나는 가방을 싸들고 길을 나섰지 / 그곳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차가운 판자 위에 누워있었네” – 선 하우스(Son House)의 “Death Letter Blues” 중에서 너바나(Nirvana)의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은 MTV 언플러그드 공연의 마지막 곡으로 전설적인 흑인 포크/블루스 싱어 리드 벨리(Lead Belly)의 “Where Did You Sleep Last Night”을 부르며 피를 토하듯 절규했다. 이 곡의 가사가 섬뜩하게도 그의 죽음을 암시하고 있었다는 것은 이제 전설적인 얘기가 되었고, 또한 그 장면은 저 먼 옛날 아프로 아메리칸들의 노동요로 시작된 블루스 음악으로부터 처절하게 반복되어 온 가진 것 없는 청년세대의 절망과 고통이 다시 한번 생생하게 재현되는 순간이었다. 블루스 음악에 대한 7부작의 TV 다큐멘터리 연작인 [Martin Scorsese Presents the Blues](이하 [The Blues])는 마틴 스코시즈(Martin Scorsese), 빔 벤더스(Wim Wenders),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 마이크 피기스(Mike Figgis) 등 영화계의 거장들이 미국 전통 블루스의 과거와 현재를 되짚는, 그야말로 블루스에 대한 최초의 방대한 영상 보고서이다. 이 중 [Feel Like Going Home(고향으로 가고 싶다)]은 총지휘자 마틴 스코시즈 자신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서 제목 자체가 머디 워터스(Muddy Waters)의 곡 제목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The Blues: Piano Blues]가 명 블루스 피아니스트들에 대한 소박한 회고라면, 이 작품은 초기작부터 블루스와 로큰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던 음악광 마틴 스코시즈가 블루스 기타리스트들에게 보내는 뜨거운 오마주인 셈이다. 리드 벨리(1888~1949)의 연주 모습 특히 이 작품은 실제 블루스 기타리스트로서 빌리 브래그 앤드 윌코(Billy Bragg & Wilco)의 우디 거스리(Woody Guthrie) 헌정작인 [Mermaid Avenue](1998)에 객원주자로 참여하기도 했던 코리 해리스(Corey Harris)가 전설적인 블루스 거장들의 흔적과 음악적 원형을 찾아나서는 로드 무비 형식을 띠고 있다. 그의 여정은 델타 블루스의 발원지인 미시시피강 삼각주에서 시작해 말리의 니제르 강둑에까지 이른다. 그 과정에서 초로의 블루스 명인들인 샘 카(Sam Carr), 타지 마할(Taj Mahal), 오타 터너(Otha Turner) 등과의 인터뷰 및 연주 장면과 초기 델타 블루스의 거장들인 리드 벨리(Lead Belly), 선 하우스(Son House), 자니 샤인즈(Johnny Shines) 등의 생전 연주 모습이 등장한다. 다큐멘터리답게 특별한 내러티브도 없고 장면들도 나열적인데다, 특히 후반부에서 코리가 말리의 뮤지션들과 교감하는 과정에서 미국 블루스의 뿌리가 아프리카 토속 음악에 있다는 익숙한 사실을 지나치게 설교조로 강변하는 부분이 거슬리긴 하지만 영화 전체의 무게감과 여운은 끝까지 퇴색되지는 않는다. 한편, 이 OST 앨범에는 아메리칸 블루스의 침체기인 1970∼1980년대 곡들이 빠진 것을 제외하고는 1920∼1930년대 초기 델타 블루스, 부기우기 스타일의 디트로이트 블루스, 1960년대 이후 밴드 편성으로 연주된 시카고 블루스 넘버들뿐만 아니라 윌리 킹(Willie King), 오타 터너(Otha Turner), 그리고 아프리카 뮤지션 알리 파르카 투레(Ali Farka Toure) 등 살아있는 명인들의 최근 작품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 충실한 구성을 자랑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OST는 블루스 거장들의 먼지 쌓인 희귀작들을 복각한 자료이자 초기 어쿠스틱 블루스 기타 연주의 원형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귀중한 앨범이다. 미국 대중음악의 뿌리이자 그 자체로 연구 대상들인 찰리 패튼(Charley Patton), 리드 벨리, 선 하우스, 로버트 존슨(Robert Johnson) 등의 주옥같은 어쿠스틱 블루스 명곡들은 시대를 초월한 영혼의 울림을 전해주고 있다. 특히, 가녀린 고음의 미성을 들려주는 로버트 존슨의 “Hellhound on My Trail”은 30년이 안 되는 짧은 일생을 미국 전역을 떠돌며 연주했던 그의 방랑자적인 우수로 가득한 곡이며, 마치 연장을 다루듯 기타 현을 거칠게 뜯고 두드리는 독특한 주법이 잘 살아 있는 선 하우스의 “My Black Mama Pt. Ⅱ”는 어쿠스틱 블루스 기타의 원형을 드러내는 명곡이다. 그밖에 선 하우스, 존 리 후커(John Lee Hooker) 등 거장들의 스승인 찰리 패튼의 거칠면서도 구성진 보컬을 들을 수 있는 “High Water Everywhere Pt. Ⅰ”, 절묘한 슬라이드 기타 연주가 돋보이는 리드 벨리의 컨트리 넘버 “C.C. Rider”, 피아노 연주가 가세한 스윙 무드의 살롱 블루스 넘버인 머디 워터스의 “Gypsy Woman” 등도 단연 부각되는 트랙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이 영화는 델타 블루스가 미국 전역으로 퍼지며 변형과 혁신의 과정을 겪는 경로를 조망함으로써 음악사적인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디트로이트 블루스의 명인이자 부기우기의 창시자로서 로큰롤의 태동에 결정적으로 공헌한 존 리 후커의 작품들과, 델타 블루스를 일렉트릭 기타로 변주하여 시카고에 전파함으로써 많은 후배 뮤지션들의 추앙의 대상이 된 머디 워터스의 명곡들은 이 OST에서 가장 빛나는 대목 중 하나이다(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의 믹 재거(Mick Jagger)는 머디 워터스를 너무나 존경했으며, 실제로 마이크 피기스가 연출한 작품에는 두 사람의 협연 모습이 나오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피리의 달인 오타 터너와 아프리카 민속음악을 블루스와 접목시킨 알리 파르카 투레 등의 에쓰닉한 작품들도 자칫 지루하게 들릴 수 있는 블루스 넘버들 사이에서 긴장감을 부여하는 독특한 트랙들이다. 모든 OST가 그러하겠지만 이 앨범은 음악만 듣는 것보다는 영화와 함께 감상해야 할 작품이다. 물론 B.B. King(비비킹)이나 로이 부케넌(Roy Buchanan)의 현란한 일렉트릭 블루스 기타로는 느낄 수 없는 어쿠스틱 블루스의 투박하고 원초적인 무드는 음악만으로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악마의 음악, 혹은 부정한(back door) 음악으로 천시되기도 하는 블루스는 때때로 실연과 짝사랑의 아픔을 음울한 토치 송(torch song)으로 토해내는 아름다운 연가이자 노동의 고통과 절망적인 삶, 그리고 이것을 극복하려 몸부림치는 원초적 열망의 음악이다. 미시시피 델타의 목화밭에서 니제르 강둑에 이르는 장엄한 순례에 동참하며 만나게 되는 위대한 블루스 맨들의 노래들은 결국 이 한마디만을, 그러나 처절한 영혼의 울림으로 전하고 있는 듯하다. 20040904 | 장육 jyook@hitel.net * 이 글은 [씨네진]에 실린 글입니다. 수록곡 1. Traveling Riverside Blues – Robert Johnson 2. Dybaflow Blues – Johnny Shines 3. Hellhound On My Trail – Robert Johnson 4. Country Blues – Muddy Waters 5. The Celebrated Walking Blues – Taj Mahal 6. Rosalie – Son Simms Four 7. My Black Mama Pt. Ⅱ – Son House 8. Government Fleet Blues – Son House 9. Gypsy Woman – Muddy Waters 10. High Water Everywhere Pt. Ⅰ – Charley Patton 11. C.C. Rider – Lead Belly 12. Terrorized – Willie King & The Liberators 13. Oh Baby – Napoleon Strickland & Otha Turner 14. Lay My Burden Down – Otha Turner & Corey Harris 15. Mali Dje – Ali Farka Toure 16. Tupelo Blues – John Lee Hooker 17. Amandrai – Ali Farka Toure 18. Down Child – John Lee Hooker 19. Ananamin (It’s Been So Long) – Salif Keita 20. My Babe – Otha Turner & The Rising Star Fife & Drum Band 관련 글 OST [The Blues: The Soul of a Man] 리뷰 – vol.6/no.18 [20040916] OST [The Blues: Piano Blues] 리뷰 – vol.6/no.18 [20040916] 관련 사이트 Scorsese films의 [The Blues] 페이지 http://www.scorsesefilms.com/blues.htm PBS의 [The Blues] 페이지 : 영화 정보, 아티스트 바이오그래피, 수록곡 소개 등이 실려 있다 http://www.pbs.org/theblues EBS의 음악다큐멘터리 블루스 페이지 : 스틸 영상과 방영 일정을 확인할 수 있다 http://www.ebs.co.kr/Homepage/?progcd=0002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