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T – The Blues: Piano Blues – Columbia/Sony, 2003 피아노 블루스에 바치는 한없는 헌사 [Martin Scorsese Presents the Blues: The Blues] 시리즈 중 ‘피아노 블루스’를 화두로 한 [Piano Blues]의 메가폰은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가 잡았다. 사실 그가 배우와 감독이라는 본업 외에 재즈 작곡가이자 재즈 피아니스트라는 부업을 가졌다는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재즈의 거장들과 무대를 꾸밀 정도로 음악적 열정을 가진 영화인이 아니던가. 영화라고 다르지 않다. 전설적인 비밥 재즈의 비조(飛鳥) 찰리 파커(Charlie Parker)를 낙점하기도 했고([버드(Bird)](1988)), 텔로니어스 몽크(Thelonious Monk)에 대한 다큐멘터리 [Thelonious Monk, Straight, No Chase](1988)에서 제작을 맡기도 했다. [용서받지 못한 자(Unforgiven)](“Claudia’s Theme”)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The Bridges of Madison County)](“Doe Eyes”)의 주선율 작곡 작업에 동참하기도 했고 그외에 수많은 작품에 컨트리, 재즈 등의 앙상블로 직간접적인 음악적 애정을 표출하곤 했다. 그러니 ‘블루스 프로젝트’에 그를 동참시키는 건 당연지사일 것이다(참고로 [The Last of the Blue Devils](1979)나 [Thelonious Monk, Straight, No Chase] 등의 재즈 관련 영화에 감독 혹은 프로듀서를 맡은 바 있는 브루스 리커가 본작의 프로듀서를 맡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레이 찰스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피아노 블루스 음악(인)에 대한 오마주이다. 이런 헌사는 화려하고 현란한 테크닉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실존 뮤지션이 피아노 앞에 나란히 앉아 피아노 블루스에 대한 방담을 나누거나 연주를 하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이 두 사람을 포커싱하는 미디엄 쇼트 위주로 촬영되었고,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피아니스트의 위치만 약간씩 바뀔 뿐이다. 영화 초반에는 피아노의 역사에 대한 초간략 해설이 흐른 뒤 레이 찰스가 첫 주자로 등장하는데 레이 찰스(Ray Charles)가 올해 6월 영면하기 전 그의 궤적을 압인해놨다는 점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듯 보인다. 이 외에도, “피아노 블루스의 진화를 추적하며, 부기우기의 블루스 초기 시절로 시작해 로큰롤 선구자 팻츠 도미노(Fats Domino), 그리고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 같은 재즈인까지의 고전들을 포함시켰다”는 의도에 입각, 마르시아 볼(Marcia Ball), 파인톱 퍼킨스(Pinetop Perkins), 데이브 브루벡(Dave Brubeck), 제이 맥션(Jay McShann), 닥터 존(Dr. John) 등 현존 음악인들이 출연되며, 그 외 소중한 기록적 연주 장면들이 삽입된다. 개중에는 잘 알려진 뮤지션도 있고 다소 생소한 뮤지션도 있을 것이다. “How Long Blues”를 통해 이 영화의 논점에 대해 살펴볼까 한다. 앨범에 세 가지 버전이나 실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곡이므로…. 앨범에서는 처음에, 영화에서는 엔딩 크레딧에 흐르는 지미 얀시(Jimmy Yancey)의 다소 원초적이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버전을 비롯해, 카운트 베이시 오케스트라(Count Basie and His Orchestra)에 의한 세련된 버전 및 닥터 존, 피트 졸리(Pete Jolly), 헨리 그레이(Henry Gray)와의 버전이 있다. 이 곡에서 바로 이 영화의 컨셉이 감지된다. 즉 구구절절한 블루스의 소사(어쿠스틱한 시골 블루스인 ‘시골 블루스(델타 블루스)’를 시작으로, 1930, 40년대 일렉트릭한 ‘도시 블루스’가 생성, 시카고 블루스에 이르고 록 음악의 탄생에 초석으로 작용하는 등의 방대한 역사)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는 않다. 이점이 불만인 블루스 팬들에게는, 1930년대 초반 일렉트릭화되기 이전의 블루스사에 족적을 남기며 미국 블루스맨 중 인기 뮤지션이었던 리로이 카(Leroy Carr)의 “How Long Blues” 원 버전이 없다고 불평할 수도 있겠다. 나아가 블루스가 R&B나 소울 혹은 재즈(가령 “Backwards Country Boy Blues”(Max Roach, Charles Mingus, Duke Ellington) 혹은 “Blue Monk”(Thelonious Monk))에 침투하는 것에 대해서는 깊은 통찰이 있지만, ‘정통 블루스’에 대한 심층적 고찰이 적다고 비판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피아노) 블루스라는 방대한 계보(랙타임과 부기우기, 부드러운 웨스트 코스트 재즈와 하드 로킹한 시카고 블루스에 이르는)가 곧 미국 대중음악사 그 자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일까.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에 레이 찰스가 “America the Beautiful”이라는 노래를 넣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런 저런 점은 차치하고, 블루스에 기반한 아름다운 피아노 음악과 희귀 영상 자료를 만날 수 있다는 점만 보더라도 유의미한 작업이 아닐까. 20040904 | 최지선 soundscape@empal.com 8/10 수록곡 1. How Long Blues – Jimmy Yancey 2. Boogie Woogie Prayer, Pt. 1 – Boogie Woogie Boys 3. How Long Blues – Count Basie and His Orchestra 4. Driftin’ Blues – Johnny Moore’s Three Blazers 5. The Fat Man – Fats Domino 6. Tatum Pole Boogie – Art Tatum 7. Tipitina – Professor Longhair 8. What’d I Say, Pts. 1 & 2 – Ray Charles 9. Good Morning Mr. Blues – Otis Spann 10. Backward Country Boy Blues – Duke Ellington, Charles Mingus, Max Roach 11. Blue Monk – Thelonious Monk 12. Piney Brown Blues – Big Joe Turner, Jay McShann 13. Mission Ranch Blues – Big Joe Turner, Jay McShann, Dave Brubeck 14. The Ladder – Joe Turner 15. Honey Dripper – Dr. John 16. World Full of People – Henry Townsend 17. Big Chief – Dr. John 18. Carmel Blues – Joe Willie “Pinetop” Perkins, Marcia Ball 19. Travelin’ Blues – Dave Brubeck 20. How Long Blues – Dr. John, Pete Jolly, Henry Gray 관련 글 OST [The Blues: Feel Like Going Home] 리뷰 – vol.6/no.18 [20040916] OST [The Blues: The Soul of a Man] 리뷰 – vol.6/no.18 [20040916] 관련 사이트 Scorsese films의 [The Blues] 페이지 http://www.scorsesefilms.com/blues.htm PBS의 [The Blues] 페이지 : 영화 정보, 아티스트 바이오그래피, 수록곡 소개 등이 실려 있다 http://www.pbs.org/theblues EBS의 음악다큐멘터리 블루스 페이지 : 스틸 영상과 방영 일정을 확인할 수 있다 http://www.ebs.co.kr/Homepage/?progcd=0002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