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선 | 아름다운 비행 Part 1 (2004)

비행선 – 아름다운 비행 Part 1  – 비행선, 2004

실력을 더했으나 산만해진 절충 전략

2003년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 [Bihaengsun]을 발표한 프로젝트 밴드 비행선은 데뷔 전 오랜 모색의 기간을 보상하려는 듯 1년만에 2집 앨범을 발표했다. 더욱이 제목에서 드러나듯 차기작마저 염두에 두는 야심찬 행보를 내딛고 있다. 비행선은 데뷔 앨범을 통해 록과 다채로운 일렉트로닉 사운드, 그리고 훵키한 비트를 버무려내는 절충적인 방식을 선보였는데, 이번 앨범은 로킹한 느낌이 다소 줄고 일렉트로니카 쪽에 좀 더 치우쳐 있다. 밴드를 이끌고 있는 기타리스트 우용욱은 전면에 나서는 헤비한 연주와 전자 음의 뒤를 받치는 훵키한 스크래치 등을 넘나들며 전방위적 테크니션의 면모를 드러내고 여기에 에프톤 사운드(Ftone Sound) 출신의 객원 멤버 박현준과 여운진은 트랜스, 드럼 앤 베이스, 덥, 라운지 댄스 등 다양한 스타일의 일렉트로닉 비트를 쏟아놓는다. 게다가 엔지니어링과 시퀀싱 작업에 참여한 최철규가 만든 부드러운 발라드 넘버들까지 가세해 앨범의 구성은 다채롭기 그지없다.

일단 앨범의 트랙 리스트가 특이한데, “푸른새벽”과 “My”는 각각 ‘acoustic version’과 ‘rock version’으로 변주되어 파트별로 나뉘어 실려있고, “방울”, “Q(물음표)”, “Gateway” 등은 아예 같은 버전이 반복(reprise)된다. 앨범 제목에 ‘Part 1’을 붙이고 다시 앨범을 두 부분으로 나눈 것이나 같은 곡들을 중복 배치한 시도는 금지곡으로 비어버린 트랙을 ‘(reprise)’로 땜질하던 라이선스 LP의 악몽을 떠올리게 해 애교스럽긴 하지만 조금 혼란스럽고 비효율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형식의 난삽함은 충실하고 다채로운 사운드를 통해 어느 정도 상쇄되고는 있다. 첫 곡인 “아름다운 비행”에는 3호선 버터플라이의 남상아가 객원 보컬로 참여하고 있는데, 느린 브레이크 비트와 명징한 아르페지오 기타, 남상아 특유의 스산한 음색, 나직한 래핑 등이 결합되어 아늑한 서정을 발현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완된 무드는 이내 사라지고 Part 1은 트랜스, 라운지 댄스, 기타 중심의 훵키한 잼 연주 등 댄서블한 트랙들로 채워지고 있다. 이러한 무드는 Part 2의 “방울”과 “무지개”를 통해 절정으로 치닫는데, “방울”은 디스코 비트를 바탕으로 재즈적인 화려한 기타 핑거링과 가끔 귀를 스치는 훵키한 백킹 기타 음이 절묘한 그루브를 조성하는 흥겨운 트랙이며, “무지개”는 와와 이펙트 특유의 복고풍 무드와 굴곡이 강조된 베이스 라인에 이어 코러스 부분을 스트레이트한 펑크 풍으로 바꾼 변칙적인 구성이 돋보인다.

그러나 앨범 전체의 흥겨운 긴장감에 찬물을 끼얹는 의외의 발라드 넘버들은 당혹스럽다. 세 가지 버전으로(그러나 별 차이가 없이) 변주되는 최철규 작곡의 “푸른새벽”은 어쿠스틱 버전들의 경우 나긋나긋한 건반 연주와 객원 보컬리스트들의 아마추어 수준의 노래를 결합해 감상적인 어쿠스틱 발라드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으며, 록 발라드 버전인 “푸른새벽” 원곡에는 여기에 더해 여성 보컬리스트의 청초한 목소리를 할퀴고 지나가는 듯한 날카로운 기타 슬라이딩마저 끼워넣는 어색함을 초래한다(우용욱의 헤비 메틀에 대한 애정은 “My”의 현란한 애드립과 이펙트 사용에서도 드러난다). Part 2의 첫 곡인 “별” 역시 또 다른 객원 보컬리스트 윤혜린의 개성이 부족한 노래와 퍼즈 기타가 조합된 평범한 록 발라드에 머물고 있다.

6/10

수록곡
[Part 1] 1. 아름다운 비행
2. My
3. Goodmorning
4. 방울
5. 괜찮아
6. Q(물음표)
7. Gateway
8. 푸른새벽 (Acoustic Ver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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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선 [Bihaengsun] 리뷰 – vol.6/no.3 [20040201]

관련 사이트
비행선 공식 사이트
: 앨범 전곡(일부 샘플)에 대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http://www.bihaeng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