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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공단(空氣公團) – こども – Coa Record/알레스뮤직, 2003/2004

 

 

어린아이의 목소리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자켓이다. 낯설고 인상적이어서 눈에 띄는 것이 아니라, 어딘지 많이 본 듯한, 익숙한 느낌이다. 마치 미니홈피나 블로그의 한 페이지를 보는 것 같은, 그런 익숙함. 파스텔 톤의 푸른색 투명한 사진과 그 위에 인쇄된 ‘空氣公團’이라는 한자를 보며 도대체 누구일까 궁금해하는 것도, 낯선 블로그에 들어가 메인 사진을 보며 느끼는 궁금증과 닮았다. 시디를 앞뒤로 돌려보아도, 공기공단이라는 이름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아도 시원한 정보를 얻을 수도 없다. 다만 호감이 가는 세련된 커버 이미지로부터 어쩌면 파리스매치(Paris Match)와 닮은 스타일이 아닐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불쑥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음반을 틀면 평범하면서도 어딘지 몽환적인 느낌의 여성 보컬의 3박자 곡, “白のフワフワ(하얀 몽실몽실)”이 시작된다. 보컬의 이름은 야마자키 유카리, 재지(jazzy)한 느낌의 오르간 사운드는 이시이 아츠코의 것, 그리고 전체적인 리듬을 주도하고 있는 기타 사운드는 토가와 요시유키의 것이다. 바로 이 세 명이 공기공단의 멤버들, 이 동화적이고 장난기마저 느껴지는 이름의 밴드는 1997년에 결성되었다. 일본에서 인디로 구분될 시부야계 사운드가 한국에서는 차라리 일본 음악의 주류 스타일이라면, 공기공단의 음악 스타일은 그로부터 살짝 어긋난 것처럼 들린다. 귀가 번쩍 뜨이는 개성적인 면이라거나 흥겨운 그루브라거나 혹은, 귀여운(아니 섹시한?) 보컬이라거나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기도 한다. 무색무취한, 커버 이미지만큼이나 세련되지만 익숙한 느낌의 사운드로 가득한 그런. 한편으론 보편적이고 한편으론 지루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季節の風達(계절의 바람들)”의 사운드는 몽환적이면서도 상쾌한 느낌의 곡이다. 나른한 주 선율 사이사이에 흐르는 맑은 코러스가 곡에 생기를 불어넣는 느낌. “今日のままでいることなんて(오늘인 채로 있는다는 것)”은 브릿 팝 스타일의 전기 기타 멜로디가 인상적인 곡이지만, 그럼에도 경쾌하거나 우울하지 않은, 그저 나른하게 진행되는 곡이고, 음반의 제목이기도 한 “こども(어린이)”는 제목만큼이나 착한 느낌의 상냥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어떤 의미에서는 자장가처럼 들리기도 하는 이 곡은 이어지는 보너스 트랙 “おかえりただいま(어서 와 다녀왔어)”의 업비트 사운드와 맞물려 깔끔하게 음반을 마무리한다.

그러나 이런 트랙들이 매력적으로 배치되어 있음에도, 음반은 전체적으로 강약의 구분이 잘 되어 있지 않은, 정돈되어 있지 않은 느낌이다. 나른함이 컨셉트인지 모르겠지만, 이 곡과 저 곡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체적인 사운드가 비슷하다는 것은 단점일 듯. 뭐, 요즘처럼 더운 여름이라면 찬 물로 샤워를 하고 보송보송해진 살갗에 닿는 바람에 꾸벅꾸벅 졸아도 좋을 오후의 BGM으로는 적당한 사운드라는 생각은 든다. 아니, 차라리 음반 매장 한 편에 ‘특별히’ 진열되어 있는 주류 일본 팝/댄스 음반이나, 클럽/댄스홀에서 맥주를 한 손에 들고선 ‘그루브를 타며’ 살짝살짝 어깨를 흔들어줘야 할 것 같은 시부야케이 음반에 순간 싫증이 날 때, 고급스런 감상용 인디 팝 음반을 찾게 될 때 공기공단의 이 음반이 적격일까. 어쩌면 이들이 주는 낯익은 궁금증은 이 음반을 시디 플레이어에서 꺼낼 때에나 비로소 그 정체를 알아차릴 듯하다. 20040727 | 차우진 lazicat@empal,com

6/10

수록곡
1. 白のフワフワ(하얀 몽실몽실)
2. 音階小夜曲(음계소야곡)
3. 季節の風達(계절의 바람들)
4. あかり(불빛)
5. 電信(전신)
6. 今日のままでいることなんて(오늘인 채로 있는다는 것)
7. 壁に映った昨日(벽에 비친 어제)
8. 例え(비유)
9. 旅をしませんか(여행을 하지 않겠습니까)
10. こども(어린이)
11. おかえりただいま(어서 와 다녀왔어) (Bonus Tr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