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부라더스 – One & Two & Rock & Roll – 카바레, 2004 심각한 오르가즘 절정에의 인도자 오! 부라더스. 그들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그들이 KDI 경제동향 보고서를 읽으면서 ‘절정의 순간’에 도달한다 해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현 인디 씬에서 가장 놀기 좋은 음악을 만드는 밴드 중 하나이며, 동시에 점점 세련되게 자신들의 이미지를 다듬는 밴드이기도 하다. 그리고 오! 부라더스에게 있어서 그들이 선보이는 이미지는 그들의 음악만큼이나 중요하다. 이 음반의 포장은 여러 면에서 얼마 전 발매되었던 페퍼톤스(Peppertones)의 [A Preview EP](2004)를 떠올리게 한다. 19세기말 내지는 20세기초 유럽의 산업국가에서 찍은 듯한 흑백 사진을 스스럼없이 커버로 쓴 그 음반에 담긴 것은 오늘날 가장 ‘코스모폴리탄’한 음악 중 하나인 시부야계/라운지의 양식을 가감없이 차용한 소리였다. 즉 이 EP는 ‘대략 정신이 멍해질 정도로’ 일본과 유럽에 대한 동경의 눈빛을 쏘아보내고 있었던 것이다(일본 문화가 유럽을 동경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동경(憧憬)-동경(東京)-동경(憧憬)이라는 연쇄반응). 오! 부라더스의 이미지 전략이 페퍼톤스의 동경어린 시선을 재현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로큰롤 자체가 동경의 대상이 되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보편적인 상징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동경이란 독특한 것, 혹은 찰나적인 것에 향할 때 감흥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대신 이들은 로큰롤과 미국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아챌 수 있을 만한 이미지들(1950년대의 미국 가정, 우아하게 머리를 틀어올린 백인 여성, 영자 신문과의 인터뷰, 빅 밴드 단원같은 밴드 마스코트 등)을 배치함으로써 스스로를 낯설고도 친숙하게 만들려 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자신들의 자의식이라 말없이 이름한다. 보도자료가 무의식적으로 언급하는 바, 이 음반에서 이들은 더 이상 ‘지하철 공연을 했던 서민적인 밴드’가 아니라 ‘로큰롤 스타’인 것이다. 이러한 이미지 전략은 이들에게 잘 어울린다. 그것은 음반이 전작에 비해 훨씬 귀에 잘 들리고 흥겹게 들린다는 점에 힘입은 바 크다. 개별 곡에 대해 할 말은 저번 리뷰 때 다 해버리는 바람에 딱히 덧붙일 것은 없지만 전형적인 로큰롤인 “어제와 다른 너의 마음”부터 시작해서 빅 밴드 스타일의 “나의 캐딜락”으로 떠들썩하게 끝나는 음반의 곡 배치는 부드럽고, 오! 부라더스의 곡치고는 제법 긴 편인 두왑 발라드 “Kiss로 위로해”는 음반의 베스트 트랙 중 하나다. 애조띤 색소폰과 싸구려 키보드 선율로 수놓인 이 곡은 여름의 쓸쓸한 사랑이라는 통속적 소재에 잘 어울리는 통속적인 슬픔을 담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덧붙일 것도 뺄 것도 없는 통속 그 자체. 미 8군에서 막 뛰쳐나온 듯한 모습으로 처음 등장했던 오! 부라더스는 이제 이 음반을 통해 키치의 세계와 결별하려고 작심한 것 같다. 그리고 이는 그들이 한국이라는 공간에서 드러낼 수 있었던 키치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는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점'(이 단어는 사실 적당하지 않지만, 더 나은 표현도 떠오르지 않는다)을 드러낸다. 길게 말하면 번잡할 테니 간단히 말하자. 나로서는 이 음반이 한국의 문화적 중력장과 소위 ‘혼종화(hybridization)’라고 불리는 어떤 독특함의 영토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무중력 상태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타프카 부다(Tafka Buddah)의 난삽한 리믹스도 이 상태를 바꿀 수는 없는 것 같다. 로큰롤이라는 스타일을 가감없이(혹은 반성없이) 차용한 대가는 (다음 음반에서 다시 한 번 감행해야 할) 끊임없는 이미지 변신일 것이다. 물론 이는 음반을 즐기는 데 별 장애가 되지 않는다. 구겐하임 미술관에 진출할 야심을 품은 이발소 그림 같은 이 음반이 내딛는 발걸음은 그저 흥겨울 뿐이다. 20040723 | 최민우 eidos4@freechal.com 7/10 수록곡 1. 어제와 다른 너의 마음 2. Rock Rock Rock Rock and Roll 3. 나의 Baby 4. 시원한 바닷물에 퐁당 빠진 로맨스 5. 발걸음 가볍게 6. Kiss로 위로해 7. Waiting Boogie 8. 미안해 9. 너와 나 10. 야광시계 11. 나의 캐딜락 12. Tafka Buddah Remix 관련 글 오! 부라더스 [Let’s A Go Go] 리뷰 – vol.4/no.23 [20021201] 오! 부라더스 [명랑 트위스트] 리뷰 – vol.3/no.16 [20010816] 관련 사이트 카바레 레이블 공식 사이트 http://www.cavar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