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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kth – Trees Are Dead and Dried Out… Wait for Something Wild – Gut/록 레코드(라이선스), 2003/2004

 

 

정신 없는, 그러나 신나는

런던 출신의 신인 식스(Sikth)는 한 가지 틀로 규정하기 어려운 밴드이다. 팝적인 훅을 구사하는 모던 록과 가깝지 않으면서도 영향을 받고 있으며, 랩 코어(rap core)와 맞닿아 있으면서도 어긋난 모습이다. 두 명의 보컬리스트와 기타리스트를 포함하여 6명으로 구성된 밴드는 6가지, 아니 그 이상의 다양한 색깔을 뿜어낸다. 각 파트가 ‘따로 또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산만한 듯 하면서도 꽉 짜여진 듯한 인상을 준다. 굳이 얘기를 지어내보자면 이모 코어(emo core) 혹은 메탈 코어(metal core)밴드가 메슈가(Meshuggah)의 곡에 감정을 듬뿍 담아 연주하는 것 같다고 할까? 이러한 수식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식스의 음악은 쉽게 재단할 수 없는 매력으로 가득하다.

마이키 W. 굿맨(Mikee W. Goodman)과 저스틴 힐(Justin Hill) 두 보컬리스트는 남과 여, 랩과 싱잉, 클린과 그로울링의 관계처럼 서로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되는 일반적인 트윈 보컬의 형식을 가볍게 무시한다. 성대모사 전문 보컬리스트라도 되는 듯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보컬라인은 한 곡 안에서도 수없이 변화한다. 누가 더 소름끼치는 고음을 만드는지 내기하는 듯 질러대다가 닉 케이브(Nick Cave) 흉내 내기(“Tupelo”)를 거쳐 보컬을 리듬악기처럼 사용하는 진기(“Such the Fool”)를 펼쳐준 후 나무들(?)이 모여서 떠드는 것처럼(“When Will the Forest Speak…?”) 성대모사의 진수를 보여주며 중얼거린다. 대부분의 곡에서 확인 가능한 클린 보컬로 멜로디를 부르다가 일순간 변박과 함께 용수철처럼 튕겨 나오는 신경질적인 울부짖음은 밴드의 성격을 규정짓는 첫 번째 지점이다.

리프 만들기에 주력하기보다 수없이 변화하는 세밀한 코드 워킹이 끊임없이 귀를 자극하는 두 기타리스트는 식스를 규정하는 두 번째 지점이다. 프로그레시브 메탈(progressive metal) 밴드인 페이트 워닝(Fate Warning), 워치 타워(Watch Tower), 혹은 메슈가의 톤을 가볍고 더 거슬리게 만들어 놓은 듯한 두 기타리스트의 날카로운 연주는 놀랍게도 순간순간 팝적인 훅이 담긴 매끈한 멜로디를 은근슬쩍 풀어 놓는다. 덕분에 식스의 음악은 링킨 파크(Linkin’ Park)에서 시스템 오브 다운(System Of A Down) 사이의 밴드들이 들려주는 형식 – 달리는 부분과 멜로디컬한 부분의 명확한 구분 – 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낸다(“Scent of the Obscene”, “Peep Show”). 보컬리스트와 마찬가지로 두 기타리스트 또한 서로 빈 공간을 메우기보다 각자의 공간감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어울리는 독특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 것도 특징적이다. 이러한 두 기타리스트의 연주는 재즈적인 감수성마저도 내비친다.

부드러운 멜로디와 혼돈스런 질주, 선명한 대립각을 만드는 두 부분이 구렁이 담 넘듯 자연스럽게 융화되는 데에는 보컬리스트의 활약과 세밀하면서도 거친 두 기타리스트만큼이나 리듬 파트의 공도 크다. 밴드의 음악과 전혀 다른 세계인 훵키(funky) 베이스가 앨범 곳곳에서 넘실대는데, 특히 식스의 모든 것이 집약된 듯한 “Hold My Finger”에서는 슬래핑(slapping)에서 프렛리스(fretless) 베이스를 동원한 울림이 큰 슬라이딩(sliding)이 곡의 흐름을 움켜쥐고 있다. 일반적으로 베이스의 역할이 음의 중심을 잡고 있는 것이라면 식스의 음악에서 베이스는 곡의 흐름을 엮어낸다. 일반적인 록에서의 리프보다 자유롭게 코드 위주로 흐르는 기타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베이스는 곡의 모양을 잡아 나가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위치가 정형화된 고전적인 형식을 생각한다면 이 또한 오산이다. 베이스 역시 자신의 영역을 훵키하게 확장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스의 곡들은 대부분 비정형화된 형식을 가지고 있다. 드럼 또한 창조적인 변박과 단순한 박자 만들기 사이를 정신없이 오간다는 점에서 베이스와 기본적으로 같은 형식을 택하고 있다. 여기에 부유하는 키보드까지 곁들여질 때(“Skies of Millennium Nigh”) 리듬 파트의 능청스러운 이중생활은 더욱 진가를 발한다.

식스의 음악을 이야기하면서 음악 이외에도 간과 할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 있다. 잘 만들어진 프로듀싱이다. 수없이 다양한 요소를 담은 음악이 난장판이 아닌 한 장의 잘 만들어진 음반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특히나 이제 갓 첫 번째 음반을 발표하는 신인의 경우)은 멤버들의 호흡보다 소리를 잘 뽑아내고 잘 섞어놓는 기술에서 좌우되기 때문이다. 음반의 믹싱을 담당한 이는 콜린 리차드슨(Colin Richardson)이다. 우리나라 밴드 크래쉬(Crash)를 비롯하여 머쉰 헤드(Machine Head), 피어 팩토리(Fear Factory) 등의 음반에서 힘과 세밀함을 잘 조화시켜왔던 그는 식스의 특징을 섬세하게 잘 살린 믹싱을 보여준다. 각 곡마다 변화하는 보컬에 맞춘 기타 볼륨, 음색의 변화, 끊임없이 그루브를 뿜어내는 베이스의 적절한 안배 등 멤버들의 연주 특성과 악기의 소리를 조화시키는 것, 기본적이지만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6명의 멤버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정신 없이 달려 나가지만 그 안에서 다시 묘한 조화가 만들어진다는 것이 식스 음악의 결론일 것이다. 하지만 장점들 속에 아쉬움도 함께 남는다. 실력 있는 멤버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음에도 신인 밴드다운 과욕이 곳곳에서 느껴지는 것이다. 두 번에 걸쳐 들려지는 “Emerson(Pt. 1, 2)”같은 브릿지 역할을 하는 소품의 경우(“Pt.2” 후반부의 샘플링처럼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시도가 있음에도)도 음악적 완성도를 과시하기 위해 나열한 클리셰(cliche)처럼 보인다. 매끈한 멜로디도 이정도로 만들 수 있다고 외치는 듯한 “Peep Show”의 경우도 과시용(혹은 음반사의 압력?)으로 만들어진 듯 음반 전체와 겉도는 느낌이다. 뮤직비디오로 공개된 “How May I Help You?”는 식스가 자랑하는 변박과 보컬의 다양한 목소리 전달에는 성공했지만 의미 없는 변박의 연속이 오히려 4분이 채 되는 않는 짧은 연주시간에도 불구하고 식상해진다.

그러나 식스는 신인 밴드이기 때문에 이렇게 무리하는 장면들도 덕이 될 수 있다. 신인의 음악적 과욕이야 말로 밴드의 음악성이 자리잡히면서 순도 높은 자기 색을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2년도 채 안되는 짧은 기간 동안 메탈 코어에서 시작된 메탈 음악의 부활은 이제 1980년대 후반 활약하던 쓰래쉬 메탈(thrash metal) 밴드들의 새 음반 발표로까지 번지고 있다. 반가우면서도 한편 과거로만 흘러가는 듯한 아쉬움마저 느껴지던 최근의 메탈, 랩 코어 씬에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나가는 밴드의 출현은 반갑기 그지없다. 20040419 | 조일동 heavyjoe@hanmail.net

8/10

P.S. 그런데 혹시 식스는 한국에 요런 음악의 시조가 있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겠다. 토이 박스(Toy Box)라고….. 믿거나 말거나 ^^

수록곡
1. Scent of the Obscene
2. Pussyfoot
3. Hold My Finger
4. Skies of Millennium Night
5. Emerson (Pt. 1)
6. Peep Show
7. Wait for Something Wild
8. Tupelo
9. Can’t We All Dream?
10. Emerson (Pt. 2)
11. How May I Help You?
12. (If You Weren’t So) Perfect
13. Such the Fool
14. When Will the Forest Speak…?

관련 사이트
Sikth 공식 사이트
www.sikth.com
록 레코드 공식 사이트
: 식스의 앨범 정보와 수록곡 샘플을 들을 수 있다
http://www.rockrecord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