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Lusky – Difference Between Me and You Is That I’m Not on Fire – Too Pure, 2004 여전히 날렵한 잭 나이프 솜씨 현재의 인디 록 씬에 만연된 달콤한 멜로디와 편안하지만 맥빠진 루츠 록 스타일이 지겹다고 느껴진다면 매클러스키(McLusky)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상기해볼 만하다. 앰프 출력에나 의지하며 귀만 혹사시키는 단순히 ‘센’ 음악이 아닌 가슴을 쿵쾅거리게 할 수 있는 강렬한 훅과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 말이다. 매클러스키의 새 앨범은 ‘당신과 나의 차이는 내가 흥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라는 의미심장한 선언을 앞세우고 있는데, 매클러스키의 거칠고 극단적인 사운드가 감정과잉이나 공허한 분노보다는 치밀한 계산과 냉정한 자기절제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키는 것 같다. 물론 야생마 같이 혈기왕성한 청년들의 억센 연주를 조율하고 정제하는 지성적인 야전사령관 스티브 앨비니(Steve Albini)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러나 듣는 입장에서 억지로 냉정한 척 사운드를 하나하나 뜯어보려는 분석적 태도를 갖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이들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건, 이들의 음악 속에 얼마나 치밀한 계산이 도사리고 있건 매클러스키를 대하는 청자들의 가장 큰 기대는 여전히 높은 흥분지수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앨범의 시작부터 몰아쳐 오는 서슬 퍼런 훅과 파괴적인 기타 노이즈는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날카로운 기타 음과 그르렁거리는 백킹 기타 노이즈를 배경으로 괴성 같은 보컬 코러스가 들려오는 독특한 인트로 “Without MSG I Am Nothing”을 지나면 앨범에서 가장 박진감 넘치는 스트레이트 펑크 넘버 “That Man Will Not Hang”에 온몸을 들썩거리게 된다. 또한 불길하게 떠는 보컬과 인더스트리얼 풍의 극단적인 헤비 노이즈가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공세를 이어가는 “Kkkitchens, What Were You Thinking?”, 앤디 포커스(Andy Falkous)의 끽끽대는 기타 스크래치와 존 채플(Jon Chapple)의 그루브 넘치는 베이스 연주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Icarus Smicarus”, 강약을 조절하면서 그야말로 극단적인 노이즈를 휘몰아치는 “Slay!”와 “You Should Be Ashamed, Seamus”, 래핑와 스크래칭을 시도한 독특한 트랙 “1956 and All That”, 기타 노이즈의 대향연으로 대미를 장식하는 “Support Systems”까지 앨범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파괴적이다. 한편, 이번 앨범에는 의외의 트랙들도 포함되어 있다. 앨범에서 가장 팝적 성향이 농후하게 들리는 “She Will Only Bring You Happiness”는 최근 뉴욕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 밴드들처럼 우악스럽지 않은 소프트 터치의 기타 리프와 오밀조밀한 보컬 하모니를 구사하고 있으며, “Forget About Him I’m Mint”처럼 브라스가 ‘뿜빰’거리는 소품은 대중성을 신경 쓴 흔적일 뿐이라고 가볍게 넘어갈 수도 있지만 지나치게 튀어 흥분감을 반감시킨다. 이는 전작인 [McLusky Do Dallas](2002)가 일관된 사운드 구조 속에 위트와 재미를 지녔던 것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운 사운드를 고집하면서도 뜬금 없이 곁가지로 빠지는 앨범의 단점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매클러스키는 이제 …앤드 유 윌 노우 어스 바이 더 트레일 오브 데드(…And You Will Know Us by the Trail of Dead)와 함께 인디 록 씬의 강성세력의 대표주자로 입지를 굳혀 가는 듯 하다. 그리고 이번 앨범은 전작보다는 무겁고 산만한 느낌이지만 여전히 고급스런 헤비 사운드로 충만해 있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날렵하면서도 치명적인 잭 나이프’ 같다. 잘 세공되고 날이 서 있지만 사람을 위해하는 폭력의 상징보다는 장미꽃과 동봉되어도 어울릴만한 멋진 장신구로서의 잭 나이프 말이다. 메이저 판의 무식하고 우악스런 칼잡이들이 결코 따라갈 수 없는 인디 록의 날렵한 칼 솜씨! 20040711 | 장육 jyook@hitel.net 6/10 수록곡 1. Without MSG I Am Nothing 2. That Man Will Not Hang 3. She Will Only Bring You Happiness 4. Kkkitchens, What Were You Thinking? 5. Your Children Are Waiting for You to Die 6. Icarus Smicarus 7. Slay! 8. You Should Be Ashamed, Seamus 9. Lucky Jim 10. Forget About Him I’m Mint 11. 1956 and All That 12. Falco vs. The Young Canoeist 13. Support Systems 관련 글 McLusky [McLusky Do Dallas] 리뷰 – vol.4/no.8 [20020416] 관련 사이트 McLusky 공식 사이트 http://www.mclusky.net Too Pure 레코드의 McLusky 페이지 http://www.toopure.com/mclus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