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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lvet Revolver – Contraband – RCA, 2004

 

 

얼터너티브가 하드록을 만났을 때

액슬 로즈(W. Axl Rose)와 이지 스트래들리(Izzy Stradlin)이 빠진 건스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나머지 멤버들(슬래쉬(Slash), 더프 맥케이건(Duff McKagan), 맷 소럼(Matt Sorum))과 스톤 템플 파일러츠(Stone Temple Pilots)의 스콧 웨일런드(Scott Weiland)의 결합인 벨벳 리볼버(Velvet Revolver)는 처음 결성되었을 때부터 각각 1980년대와 1990년대를 주름잡던 두 밴드의 이름값 만으로도 상당한 관심을 불러모은 밴드였다. 그리고 이러한 두 ‘악동’ 밴드의 만남은 확실히 섬세하고 안정적이지만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충격은 제공하지는 못하는 주류 록 계에 신선한 화제를 몰고 온 듯하다. 그런데 벨벳 리볼버를 통해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이름들에 반색을 하기에 앞서 약간의 걱정이 생기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를테면 2002년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쉰(Rage Against the Machine)과 사운드가든(Soundgarden)의 멤버들이 모여 결성한 오디오슬레이브(Audioslave)를 이미 접하며 느꼈던 실망감이 벨벳 리볼버를 통해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는데, 스타일 상으로 그다지 비슷한 구석이 없는 밴드의 멤버들이 만나 과연 어떠한 화학작용을 이루어낼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디오슬레이브의 경우 작곡의 핵인 크리스 코넬(Chris Cornell)과 탐 모렐로(Tom Morello) 역시 이러한 걱정을 해서인지 지나치게 서로의 영역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타협책을 마련했고, 결과적으로 이들의 음악은 사운드가든의 음산한 헤비록 사운드에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쉰의 리드미컬한 기타 솔로를 어색하게 접붙인 결과가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Contraband]는 어떤 음반이 될 것인가.

음반의 첫 곡 “Sucker Train Blues”를 플레이하면서 드는 첫 감상은 ‘이 곡을 액슬 로즈의 보컬로 듣는다면 어땠을까?’하는 것이다. 그만큼 사운드 자체에서 묻어나는 건스 앤 로지스의 잔향을 지우기란 쉽지가 않고, 또한 그런 감상이 그다지 불쾌하지 않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Contraband]가 액슬 로즈가 빠진 건스 앤 로지스인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후렴구에 이르면 스톤 템플 파일러츠가 떠오를 기묘한 화성(앨리스 인 체인스(Alice In Chains)를 장조로 바꿔놓은 것 같은)의 멜로디 라인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이한 스타일의 양립’은 특정 곡을 딱히 꼽을 수 없는, 음반 전체를 통해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이러한 특성을 단점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런지 리프를 따라 진행되는 듯하다가도 어느새 하드 록적인 기타 솔로로 자연스레 연결되는 곡의 전개는 확실히 이들이 상당한 실력의 연주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특히 오랜만에 만나는 전형적인 슬래쉬 스타일의 한껏 멋을 부린 블루스 기타 솔로는 다른 모든 것을 제쳐두고라도 단숨에 반색을 할 만한 종류의 것이다.

하지만 밴드의 성격을 만들어가는 것은 스콧 웨일런드의 칼칼한 보컬이다. 특히 화음을 강조한 그의 보컬 파트는 독특한 색을 만들어내는데, 이러한 스타일은 이미 스톤 템플 파일러츠의 음악을 통해서도 부각되었던 점이다. 그래서인지 멤버의 구성비(건스 앤 로지스 x 3 : 스톤 템플 파일러츠 x 1)와는 대조적으로 [Contraband]의 사운드는 일차적으로 스톤 템플 파일러츠의 사운드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다른 멤버들의 요즘에는 보기 힘든 탄탄하면서도 휘몰아치는 하드록 특유의 그루브감을 만들어내는 연주 또한 음반에 남다른 생동감을 부여하며 차별화 되는 사운드 색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한다(“Illegal I Song”, “Spectacle”, “Dirty Little Thing” 등).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전통주의 사운드와 얼터너티브 사운드의 묘한 동거라고 할 수 있을 듯한데, 이러한 부분은 중간 중간 들어간 발라드 성향의 곡들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부분이다(“Fall to Pieces”, “Loving the Alien”).

또한 음반은 특정 싱글에 기대지 않는, 고른 수준의 완성도를 들려주는데 성공했다. 이는 첫 싱글 “Slither”의 경우에도 특별히 싱글 커트를 고려했다기보다는 음반 내에서의 역할에 충실한 ‘타이트한’ 로큰롤 넘버라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그리고 이는 건스 앤 로지스의 역사적인 데뷔음반 [Appetite for Destruction](1987)이 특히 훌륭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바람몰이’용 싱글이 없다는 점이 문제가 될 것 같기도 하지만, 음반 전체를 통해 드러나는 활력은 이러한 걱정을 기우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결론적으로 말해 [Contraband]가 간만에 만나는 (그리고 앞으로 만나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잘 짜여진 하드록 음반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힘들다.

벨벳 리볼버의 첫 신고식은 건스 앤 로지스와 스톤 템플 파일러츠를 그리워했을 이들에게 꽤나 흡족할 ‘종합선물 세트’로서 손색이 없다. 하지만 일단 다가오는 반가움을 제하고 나면, 아직은 무언가 어색한 하드록과 얼터너티브 사운드의 ‘물리적 결합’ 이상의 느낌을 받기는 조금 힘든 것 또한 사실이다. 또한 지금 [Contraband]에 대해 증폭된 관심이 과연 이들의 예전 밴드들에 대한 ‘향수’에 기대고 있지 않다고 말하기는 힘들어 보인다(분명한 것은 [Contraband]의 하드록이 지금의 시점에서 ‘한물 간’ 사운드라는 점이다). 이 점은 앞으로 이들이 극복해 나가야 할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그렇다고 (분명 만만치 않은 경력의 중견 뮤지션들이 모인 밴드이긴 하지만) 이제 겨우 첫 음반을 냈을 뿐인 이들에 대해서 별로 야박한 소리를 할 생각은 없다. 당장 드러나는 문제점, 즉 스콧 웨일런드와 슬래쉬, 더프 맥케이건, 맷 소럼이 이제부터 고민해야 할 ‘스타일의 조화’와 각각 건스 앤 로지스와 스톤 템플 파일러츠의 후광으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문제에 관한 부분은 다음 음반으로 미룬다고 해도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지금은 그저 정말 오랜만에 활동을 재개한 이들의 흥청망청 로큰롤 사운드에 몸을 흔들어대면 그만일 뿐이다. 그리고 올해는 반드시 발매될 거라는 (액슬 로즈만 남은) 건스 앤 로지스의 10년만의 (정규 음반으로는 13년 만인) 신보 [Chinese Democracy]에 대한 기대도 덧붙이면서 말이다. 20040623 | 김태서 uralalah@paran.com

7/10

* 이 글은 벅스웹진에 실린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수록곡
1. Sucker Train Blues
2. Do It for the Kids
3. Big Machine
4. Illegal I Song
5. Spectacle
6. Fall to Pieces
7. Headspace
8. Superhuman
9. Set Me Free
10. You Got No Right
11. Slither
12. Dirty Little Thing
13. Loving the Al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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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영상

“Slither”

관련 사이트
Velvet Revolver 공식 사이트
http://www.velvetrevolver.com/index.php
Stone Temple Pilots 공식 사이트
http://www.stonetemplepilots.com
Guns N’ Roses 공식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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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ns N’ Roses 팬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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