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Review: DJ Shadow [In Tune & On Time (Live)] Geffen, 2004 디제이 섀도(DJ Shadow)와 그의 음악이 그간 구축한 경외감과 신비는 때론 이해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이 캘리포니아 토박이 ‘백인 힙합 디제이’가 10여 년 이상 음악 작업을 하면서 지금껏 겨우 두 장의 정규 앨범만 발매한 점을 상기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무수한 사이드 프로젝트(엉클(U.N.K.L.E.), 쿼넘(Quannum)), 리믹스 음반([Brainfreeze], [Product Placement]), 게스트 작업([Dark Days] 사운드트랙)들로 그 여백을 적절히 채우고, 라이브 투어를 통해 ‘섀도 매니아’의 갈증을 간헐적으로 풀어주는 전략 아닌 전략을 통해, 디제이 섀도는 새로운 스타일의 ‘보이지 않는’ 영웅이 되었다. 물론 “In/Flux”부터 “Blood On The Motorway”에 이르기까지, 탁월하고 독특한 음악 작업들은 이를 위한 필수 전제조건이었다. 손수 발굴한 샘플 음원들을 비장의 무기로 삼아 빼어난 컷앤페이스트와 믹싱 솜씨로 디제이 섀도가 빚어낸 단단한 비트와 몽환적이되 두터운 텍스쳐의 사운드는 ‘턴테이블리즘’과 ‘앱스트랙트 힙합’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고도 남았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디제이 섀도의 첫 ‘공식’ 라이브 DVD가 마침내 발매되었다. 두 번째 정규앨범 [Private Press](2002)가 발매된 지 벌써 2년이 되었건만 예상대로 그의 정식 신보 소식은 없는 상태라, 이 DVD는 어중간한 공백을 메우기에 안성맞춤인 것 같다. 물론 따지고 보면, 늘 그래왔듯이, 지난 2년간 디제이 섀도의 이름을 달고 나온 각종 음반과 관련 상품들은 꽤 많은 편이다. 본인의 의사와 무관한 각종 부틀렉 시디와 비닐음반을 제외하더라도, 은근히 부지런한 그가 직접 통제하거나 관여한 상품만 해도 다수에 이른다. 섀도 매니아라면 [Privrate Press] 앨범을 리믹스한 일본반 [Private Repress](2003)나 수년 전 쿼넘 패거리의 영국 BBC 라디오 원(Radio One) 쇼들을 재편집한 부틀렉 시디 [Live On British Radio](2003)을 먼저 언급할 것이다. 하지만 단연 화제가 되었던 상품은 본인의 공식 사이트(www.djshadow.com)를 통해서만 1000장 한정 발매한 패키지 음반 [Diminishing Returns](2003)였다. 영국 BBC 라디오 원(Radio One)을 통해 방송된 디제이 섀도의 2시간 짜리 라이브 믹스 쇼를 담은 이 더블 시디는 아니나 다를까 한달 여만에 절판되었고, 이후 복제 시디와 엘피(LP), 그리고 이베이(eBay)의 열띤 경매에 힘입어 “제 2의 브레인프리즈” 현상을 초래하기도 했다. 물론, 뮤지션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DVD를 발매하는 요즘 같은 때에, 그 역시 음악 작업에만 모든 시간을 할애하지는 않을 것이다. [Dark Days](2001), [Scratch](2002), [Keepintime](2004) 등의 DVD에 간간이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고, 디제이 섀도는 컷 케미스트(Cut Chemist)와의 “브레인프리즈(Brainfreeze)” LA 공연을 담은 VHS 비디오 [Freeze]를 작년에 DVD로 재발매했다. 그리고 올 봄에는 또 다른 공동 프로젝트 “프로덕트 플레이스먼트(Product Placement)”의 라이브를 담은 DVD [Product Placement On Tour]도 내놓았다. 전자가 다소 조잡한 재편집 영상물이라면 후자는 보다 꼼꼼하고 볼거리가 많은 알찬 DVD다. 2000년 10월 뉴욕, 런던, 동경, 샌프란시스코 등 6대 도시에서 진행된 리믹스 쇼 공연을 적절히 편집한 DVD와 보너스 라이브 시디를 담은 [Product Placement On Tour]는 개인적으로 3년 전의 흥분을 되살리기에 충분한 값진 상품이었다(프로덕트 플레이스먼트 뉴욕 라이브에 대해서는 유에스라인 참조). 하지만 위의 DVD들은 디제이 섀도 본인의 직접 관리하에 ‘인디 방식’으로 제작, 판매되었다는 점에서 아무래도 메이저 레이블을 통해 발매된 이번 라이브 DVD와는 성질을 달리한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라이브 DVD로서 [In Tune & On Time]은 시각적으로나 음향적으로 월등하다. 우선 풀 스크린(full screen) 화면과 5.1 디지털 서라운드 사운드는 현장의 열기와 생동감을 그대로 재현해내는데 부족함이 없다. 어디 그뿐인가. 공연 현장의 소리를 그대로 담아낸 라이브 시디까지 보너스로 포함되어 있다. 물론 이 DVD는 디제이 섀도 본인의 솔로 라이브 공연을 담은 최초의 공식 영상물이라는 점만으로도 소중한 의미를 지닐 것이다. [In Tune & On Time]은 2002년 10월 런던의 브릭스턴 아카데미(Brixton Academy)에서 진행된 라이브 공연이 주 내용물이다. 이 공연은 [Private Press]가 발매된 직후인 그해 6월부터 작년 봄까지 1년여 동안 꾸준히 진행되었던 월드 투어의 일환으로, 사실상 그의 10여 년 음악 생활을 압축해 들려주고 보여주는 요약본에 가깝다. 작년 4월 서울 공연과 마찬가지로 이 런던 공연에서 디제이 섀도는 두 장의 정규 앨범뿐 아니라 각종 프로젝트를 통해 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수많은 곡을 눈부신 리믹스 솜씨로 단시간에 압축해 들려주는 신기를 과시한다. 가령 엉클 시절의 “Bloodstain”, “Lonely Soul”이나 핸섬 보이 모델링 스쿨(Handsome Boy Modeling School)의 앨범에 삽입되었던 “Holy Calamity (Bear Witness II)”를 들으며 세월의 흐름을 절감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블랙칼리셔스(Blackalicious)의 “Halfway Home”이나 쥬라식 화이브(Jurassic 5)의 “What’s Golden” 같은 예기치 않은 곡들에 반가움을 표시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The Number Song”의 오리지널 버전과 컷 케미스트 리믹스 버전을 다시 리믹스하는 테크닉이나, 전설적인 “Reconstrunction” 메들리를 재구성한 연주는 디제이 지망생들을 위한 훌륭한 리믹스 개론에 다름 아니다. 어느 누가 라이브 공연에서 디제이 섀도만큼 정교하면서도 자연스런 비트 매칭(beat matching) 재주를 뽐내겠는가. 물론 “Yon Can’t Go Home Again”, “Midnight In A Perfect World”, “High Noon”으로 이어지는 앙코르 히트곡 메들리로 감상을 마무리하고 나면 감동과 동시에 적당한 허탈함이 밀려올지도 모른다. 아마도 수년간 디제이 섀도를 보이지 않는 영웅으로 신비화하고 우상화했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대부분 라이브 DVD가 그러하듯이 [In Tune & On Time] 역시 한 뮤지션과 그의 음악에 대한 탈신비화(demystification) 효과를 제공한다. 화려한 조명의 무대 위에서 겨우 2시간 여 만에 디제이 섀도가 지난 세월 음악 활동의 모든 결과물을 시각적, 청각적으로 완벽하게 노출하고 해체해 버렸다는 생각을 지우긴 힘들 것이다. 더욱이 그는 자신의 두 가지 필살기를 솔직히 팬들에게 드러내기까지 한다. 공연 시작과 동시에 자신이 사용하는 턴테이블과 믹서 기종을 친절히 설명할 뿐 아니라, DVD 속지에는 각 곡에서 사용된 샘플링 음원의 출처까지 비교적 상세히 제시하고 있다. (아쉽게도 “The Number Song”의 드럼 부분에 ‘불법’ 샘플링된 히식스의 명곡 “아름다운 인형(Get Ready)”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 감춰졌던 디제이 섀도 음악의 비밀을 조금씩 알게 될수록 우리는 새로운 마법에 빠져들게 된다. 익숙하되 생소하게 재구성된 라이브 믹스 사운드와, 한편으로 열정적이되 차분한 그의 턴테이블 연주 장면은 그 자체로 낯설면서 신선하기 그지없다. 즉, 침실에서 헤드폰을 끼고 감상하면서 감히 짐작할 수 없었던 디제이 섀도 음악의 또 다른 시각적, 청각적 매력을 이 DVD를 통해 만끽할 수 있는 것이다. 라이브 DVD의 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말하자면, 한 뮤지션과 그의 음악을 까발리는 탈신비화를 통해 역설적으로 그를 새로운 매력으로 재포장하고 또 다른 신비화를 재구축하는 것이다. [In Tune & On Time]은 디제이 섀도의 공연을 지금껏 직접 접하지 못했던 팬들에겐 간접적이되 알찬 경험의 드문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심지어 2003년 4월 서울 공연을 관람했던 이들은 당시의 감흥을 되살리며 더욱 들떠 환호할 지도 모른다. 물론 그의 음악을 여태 제대로 접하지 못한 문외한들에겐 분명 훌륭한 시청각 입문서 역할을 할 것이다. 이 DVD를 보고 난 뒤 “In/Flux”와 “Lost & Found”를 거슬러 찾아 듣는다해도 전혀 늦은 것은 아니리라. 20040701 | 양재영 cocto@hotmail.com 수록곡 1. Intro Act 1 2. Fixed Income 3. What Does Your Soul Look Like (Part 2) 4. In/Flux 5. Un Autre Introduction 6. Walkie Talkie Act 2 7. Guns Blazing (Drums Of Death Part 1) 8. Lonely Soul 9. Lost & Found 10. What Does Your Soul Look Like (Part 3) 11. Mutual Slump 12. Stem/Long Stem Act 3 13. Reconstruciton Medley 14. Holy Calamity (Bear Witness II) 15. The Third Decade, Our Move 16. Halfway Homw 17. The Number Song 18. Organ Donor (Intermission) Act 4 19. Six Days 20. Mashin’ On The Motorway 21. Blood On The Motorway Act 5 22. Napalm Brain/Scatter Brain & Outro Encore 23. You Can’t Go Home Again 24. Midnight In A Perfect World 25. High Noon Special Features 1. Marcolm On Drums 2. Pushin’ Buttons 3. Trailers 관련 글 Welcome Back, DJ Shadow: 7개의 새로운 키워드 – vo.4/no.13 [20020701] DJ Shadow와 Cut Chemist 뉴욕 공연 ‘Product Placement’ – vol.3/no.21 [20011101] DJ Shadow와 Cut Chemist의 ‘Brainfreeze’ 이야기 – vol.3/no.3 [20010201] DJ Shadow [Private Press] 리뷰- vol.4/no.18 [20020916] DJ Shadow [Endtroducing…..] 리뷰 – vol.3/no.4 [20010216] U.N.K.L.E. [Psyence Fiction] 리뷰 – vol.3/no.4 [20010216] 관련 사이트 DJ Shadow의 공식 사이트 http://www.djshadow.com DJ Shadow를 비롯한 Quannum 패거리의 공식 사이트 http://www.quannu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