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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reets – A Grand Don’t Come For Free – Vice/Atlantic, 2004

 

 

눈을 뜬 장님, 거리를 누비며 노래하다

스트리츠의 데뷔작 [Original Pirate Material]이 발매됐을 때, 당시 [weiv]에서 그에 대해 글을 쓴 사람은 그 음반이 ‘최신 유행 조류의 서막을 장식하는 음반’이라고 썼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사람은 그의 두 번째 음반이 ‘최신 유행 조류가 절정에 다다랐음을 시사하는 음반’이라고 말할 생각이다. 여기서 ‘최신 유행 조류’란 거라지 랩(UK Garage Rap)을 말한다(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링크되어 있는 관련 글들을 참조하기 바란다). 스트리츠는 이 거라지 랩에 ‘음반으로서의 일관성’을 부여한 뮤지션이었다. 이제 그는 두 번째 음반을 통해 그 이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이려 한다. 즉 이 스타일의 음악이 품고 있는 잠재력을 대담하게 확장하여 실현시키려 한다.

스트리츠의 신보가 전작과 달라진 점은 크게 세 가지다. 비트의 운용, 훅(hook), 그리고 ‘컨셉’이다. 거라지/투스텝의 기본적인 공식에 비교적 충실했던 전작과 달리 신보에서 스트리츠는 전통적인 팝/록의 이디엄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공연시 ‘싱어롱(sing-along)’할 수 있는 부분이 생겨났다는 뜻이다. 첫 싱글로 발매된 “Fit But You Know It”은 그 변화를 잘 드러낸다. 초기 비틀스(Beatles)와 [Parklife] 시절의 블러(Blur)를 연상시키는 이 경쾌한 곡은 단순하고 인상깊은 기타 리프와 한번에 꽂히는 코러스를 갖춘 음반의 베스트 트랙 중 하나다.

요점은 거의 모든 곡들이 기억에 오래 남는 소박한 모티브와 훅을 바탕으로 착실하게 짜여져 있다는 것이다. 곡들의 비트는 전작에 비해 단순하게 배치되었고, 따라서 청자에게는 쉽고 인상적으로 다가선다. 세 개의 코드를 반복해서 짚는 피아노가 곡을 이끌어가는 “Could Well Be In”, 부드러운 현악 세션과 (역시 간단한 코드로 이루어진) 어쿠스틱 기타 스트러밍을 주재료로 이용한 “Dry Your Eyes”는 랩/힙합 팬들의 환호성을 넘어설 수 있는 대중적 호소력을 갖춘 곡이다. 물론 전작의 맥을 잇는 강박적인 비트와 세련된 프로듀싱이 돋보이는 “Blinded by the Lights”나 “What Is He Thinking?”같은 곡들도 있다.

세 번째로, 컨셉. ‘컨셉’이라고는 하지만 대단한 것은 없다.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Could Well Be In”), 여자와 싸우고(“Get Out of My House”), 여자와 헤어지는 것이(“Dry Your Eyes”) 커다란 줄기다. 섬세하게 표현된 이 내용들은 때로 달콤하고, 때로 드라마틱하고, 때로 서글프도록 통속적이다. 그 사이로 전세계적인 불황에 동참한 런던 근교 젊은이들의 삶이 다양하게 표현된다. 스트리츠 특유의 단단한 억양으로 내뱉는 이러한 가사들은 ‘동시대성’이라는 대중음악의 요소 중 하나를 만족스럽게 구현한다. 상대적으로 쉽고 편해진 사운드는 그의 ‘딜리버리(delivery)’와 긴밀하게 결합하는데, 그는 기계적인 라임 맞추기보다는 내용의 전달에 더 중점을 두면서 그것을 자신만의 독특한 플로우에 실어보낼 수 있는 법을 익히게 된 것 같다.

여기에 독특한 유머가 가미된다. 약간 뒤틀려 터지는 트럼펫 팡파레와 더불어 마치 실패한 은행강도에 대한 고백처럼 “그건 정말 쉬울 줄 알았지”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It Was Supposed to Be So Easy”는, 실은 빌린 DVD도 못 돌려주고 잔고가 없어서 현금지급기에서 돈도 인출 못하는, 설상가상으로 휴대폰 배터리가 다 떨어져 엄마에게 전화마저 못하고 만 불쌍한 남자의 운없는 하루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또한 변변찮은 스포츠 도박에 빠져 오늘이야말로 내 행운의 날이라고, 자신은 여기에 중독된 것이 아니라고 매일 자위하는 인간이기도 하다(“Not Addicted”).

그러나 전작에 이어서, 스트리츠는 다시 한 번 긍정적인 메시지로 곡을 맺는다. 서사적 구조를 가진 “Empty Cans”에서 화자는 (긴장감 넘치는 비트로 표현되는) 세상에 대한 분노와 좌절에서 (릴 테이프가 거꾸로 돌아가는 부분을 분기점으로) 자신에 대한 불안한 긍정을, 세상을 바꿀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자신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는 ― 그러니까, 최소한 고장난 TV를 고칠 수는 있는 ― 존재라는 점에 대한 긍정적 사고를 갖게 된다. 그리고 미-파-솔-라-시-미를 되풀이하는 서정적인 피아노 반주와 함께 다음과 같은 가사로 마무리를 짓는다. “The end of something I did not want to end / Beginning of hard times to come / But something that was not meant to be is done / And this is the start of what was.”

물론이다. 짧은 새벽이 끝나면, 삶은 삼류 갱 영화의 청부업자처럼 차갑고 어색한 얼굴로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이 음반의 화자는 자신의 내부에서 무언가 조금은 바뀌었다고 느낄 것이다. 설사 자고 나면 잊어버릴 것이라 해도, 이 지루하고 불안한 삶에서, 그것이면 일단은 충분하다. 디찌 라스칼(Dizzee Rascal)이 거친 젊음의 불안을 성공적으로 형상화했다면 스트리츠는 그보다 조금 더 커버린 어른의 별볼일없는 삶을 현실적으로 드러낸다. 켄 로치(Ken Loach)와의 비교가 그냥 나온 소리는 아닐 것이다. 독창적이고 탁월한 음반이다. 대박은 거저 오는 게 아니다(A grand don’t come for free). 20040620 | 최민우 eidos4@freechal.com

9/10

수록곡
1. It Was Supposed to Be So Easy
2. Could Well Be In
3. Not Addicted
4. Blinded by the Lights
5. Wouldn’t Have It Any Other Way
6. Get Out of My House
7. Fit But You Know It
8. Such a Twat
9. What Is He Thinking?
10. Dry Your Eyes
11. Empty Cans

관련 글
The Streets [Original Pirate Material] 리뷰 – vol.5/no.16 [20030816]

관련 사이트
The Streets 공식 홈페이지
http://www.the-streets.co.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