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ll – Whenever You’re Ready – Beggars Banquet/Badman, 2003 ‘로-파이 노장들’과의 여유로운 한 낮의 조우 더운 여름의 휴일에 늦잠에서 깨자마자 먹는 식어버린 아침밥처럼 뒤늦게 꺼내든 음반이 하나 있다. 스웰(Swell)의 [Whenever You’re Ready]는 작년 가을에 나왔지만 이상하게 손길이 가지 않은 앨범이다. 늘 이런 식으로 한 구석에 처박아둔 음악이 갑자기 좋아지곤 하지만 이번에는 차라리 더 잘 되었는지 모른다. 가을보다는 여름에 듣기 좋은 곡들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내 게으름에 대한 핑계일지도 모르지만). 스웰은 1989년도에 샌프랜시스코(San Francisco)에서 결성된 관록의 인디 록 밴드로서 정규 멤버는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프릴(David Freel)과 드럼과 키보드를 연주하는 션 커크패트릭(Sean Kirkpatrick) 뿐이지만 앨범마다 세션 연주자들을 영입해 라인업을 보강하고 있다. 데이비드 프릴은 자신들을 ‘로-파이의 대부(The godfather of lo-fi)’라고 소개하면서, 벽돌공이었던 할아버지의 몇 푼 유산으로 구입한 테이프 레코더와 싸구려 마이크를 가지고 집에서 레코딩을 시작했던 시절을 반추하고 있다. 물론 많은 인디 록 밴드들이 이런 식으로 음악을 시작하고 그들의 사운드를 특별히 로-파이적이라고 하기도 어렵지만 어쨌든 신용카드 빚으로 제작한 그들의 초기 앨범은 ‘눈물 젖은 빵’ 같은 것이기는 하다. 조금 특이한 이력은 이들의 초기작들이 대학 라디오 방송과 지역 언론사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면서 워너 브러더스(Warner Brothers)와 계약을 맺고 세 번째 앨범인 [41](1993)과 초기작들을 다시 배급했던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오래 가지 않아 그들은 메이저 시장에서 방출되고 만다. 어쨌든 여러 우여곡절 끝에 이들은 2003년에 1집 [Swell](1990)과 2집 […Well?](1991)의 재발매반과 비사이드(B-Side) 형식의 앨범 [Bastards and Rarities]를 인디 레이블 배드맨 레코드(Badman Records)를 내놓으면서 재조명되었고, 마침내 7번째 정규 앨범 [Whenever You’re Ready]까지 발표하는 왕성한 활동을 펼친다. 게다가 이 앨범이 초기작들에 못지 않은 창의성에 노련함까지 겸비한 수작이라는 점이 놀랍다. 첫 곡 “Soon Enough”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잦아들다 그대로 이어지면서 쾌활한 업 비트와 청량감 있는 키보드 음이 퍼져 가는 “Next to Nothing”은 디스토션을 먹인 거친 일렉트릭 기타 스크래치와 슬라이드 기타 솔로까지 풍성하게 가세해 귀를 즐겁게 한다. 그밖에 훵키한 베이스 기타 연주가 돋보이는 “War Comes Down”, “Always Everything”과 같이 구성이 탄탄한 기타 팝 넘버, 어쿠스틱 기타와 비올라가 절묘하게 어울리고 있는 “California, Arizona” 등 이들의 연주는 그다지 화려하지도 않고 곡들이 다소 엇비슷한 것 같기도 하지만, 어쿠스틱 기타 백킹과 쾌활한 비트를 만들어내는 드럼 연주를 바탕으로 여기에 공간감 있게 파열하는 일렉트릭 기타 노이즈와 슬라이드 기타, 키보드, 스트링 등을 감칠 맛 나게 버무려내고 있다. 특히, 아름다운 어쿠스틱 발라드 “Everyday Comes Everynight”는 두 개의 기타 줄을 동시에 퉁기는 단순하지만 사랑스러운 아르페지오 기타 연주와 친근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으로서 들을수록 짠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앨범 재킷과 부클릿 곳곳에 등장하는, 미풍이 부는 평온한 풍경을 담은 유화들은 밴드의 어쿠스틱하면서도 낭만적인 싸이키델릭 사운드를 시각적으로 대변한다. 이렇듯 스웰은 자칭 ‘로-파이의 대부’에서 사운드를 부드럽고 풍성하게 다듬고 부풀릴(swell) 줄 아는 세기를 터득한 듯 보인다. 여전히 살림살이는 쪼들릴지 모르지만 음악만은 세월과 함께 넉넉해졌고 그래서인지 이 앨범은 들을수록 질리지 않고 편안하다. 20040614 | 장육 jyook@hitel.net 8/10 수록곡 1. Soon Enough 2. Next to Nothing 3. War Comes Down 4. Convince Us 5. So Easy, So Cool 6. In the Morning 7. Say Goodbye 8. Sunny Sun Son 9. Everyday Comes Everynight 10. Better Than Oil 11. Word Gifts 12. Miss It 13. Sun (Reprise) 14. Always Everything 15. California, Arizona 관련 사이트 Swell 공식 사이트 http://www.swellsongs.com Beggars Banquet 레코드의 Swell 페이지 http://www.beggars.com/banquet/index.htm?../artists/swell/index.htm&0